2009년 10월 2일 금요일

[딘/카스티엘] 사랑은 한결같아라 (5/9)


 제목: Love Remains the Same 작가: blackdoggie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등급: PG-13

1편





아 그래. 며칠이면 기력이 다해서 잠들 거라고. 퍽이나. 딘은 생각했다. 지치고 좌절스러웠다. 그들은 카스티엘의 인내력을, 아플 때마저도 변함없이 끈질긴 천성을 완전히 과소평가했다. 지금은 전지구적 지각 변동, 다른 말로는 카스티엘의 감기라고도 하는 사태가 일어나고서 사흘째인 늦저녁이었다. 지금까지도 천사는 여전히 공황에 사로잡혀,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며 팔로 무릎을 단단히 껴안고서, 온 근육을 긴장시키고 공포로 눈을 커다랗게 뜬 채였다.

딘은 그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있도록 해 주려고 온갖 일을 했다. 그는 닭고기 수프를 끓이고, 카스티엘을 정성껏 시중 들고, 등을 안마하고, 한참 동안 껴안아 주고, 카스티엘을 ‘이상한’ 기분으로 만들지 않는 감기약을 몇 시간이고 찾아다녔다. 아무래도 그의 새내기 인간은 슈도에페드린에 민감한 모양이었고, 약을 먹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해지는 바람에 그는 한층 더 공황에 빠지고 말았다. 신체를 공격하는 슈다페드를 처음 느끼자마자 그는 약을 없애고 싶어 했다! 딘은 몇 시간이 흘러 차츰 약기운이 가실 때까지 그의 연인을 안아 주기밖에는 어떻게도 해 주지 못했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이튿날, 샘은 의학 상담 사이트에서 감기를 검색해서 감기가 얼마나 가벼운 병인지 카스티엘에게 보여 주자는 묘수를 생각해 냈다. 카스티엘이 다른 병을 구글에서 검색하기 시작하여 위염을 찾아냈을 때 이 명안은 딘의 천사를 언젠가 위염에 걸려 구토를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불안에 빠뜨리는 역효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난 구토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이런 걱정이 잇따랐다. 딘은 정말이지 샘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사흗날이 되자 카스티엘은 공포를 입 밖에 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매달리지도 않게 되었다. 하지만 딘이 보기엔 별로 진전 같지 않았다, 그는 이불 아래에서 천사가 무얼 하는지 알았으니까. 그는 쉬지도 적응하지도 않았다. 그는 싸우는 중이었다. 그의 사냥꾼에게서 구원의 손길이 오지 않음을 알고서, 왜소하고 무력한 기분에 잠긴 카스티엘은 천국 시절 본능으로 되돌아가 문자 그대로 자기 몸과 전쟁을 벌였고, 재채기와, 기침과, 오한과 일일이 싸웠다. 전신의 힘을 쏟으면서 그는 자려고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녹초가 되어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쇠약해지고 병이 깊어지며, 진전은커녕 점점 더치기만 했다. 딘은 그가 어서 쉬지 않으면 기관지염이나 심하면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무엇보다, 딘은 점점 좌절감과 짜증이 치밀었다. 참을성 있게 행동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인내력이 바닥났을 따름이었다. 이따금 그는 “당장 처자빠져서 자지 못하겠냐!” 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울컥 솟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의 천사의 얼굴 표정을 보고 지독한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사랑해널보살필거야겁내지마사랑해난여기있어 그의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며 헌신을 노래했기에.

딘은 한숨을 쉬고 눈을 비볐다. 끝을 내야 했다. 캐스는 자기 몸이 덧나게 하고 있었고 이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는 결국 입원하는 처지가 될지도 몰랐다. 좋아, 딘은 생각했다. 내 일은 그를 보살피는 것이고 내가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일도 그거야. 그가 비록 내가 일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지. 그는 침대 곁 걸상에서 몸을 일으켜 이불을 들추었다. 그가 카스티엘의 어깨를 건드리자 그의 연인은 움찔했다.

“쉬이이... 괜찮아 캐스. 나야.” 카스티엘을 일으켜 앉히면서 그가 속삭였다. “지금부터 너한테 옷을 입힐게.”

“오- 옷을?” 그의 천사는 이를 딱딱 맞부딪치면서 물었다.

“어.”

“그렇지만-”

“그냥 날 믿어 캐스. 믿지?”

카스티엘은 잠시 동안 찬찬히 그를 바라보다가 확신을 담아 고요히 말했다. “그래.”

딘의 심장이 가슴 속에서 떨렸다. 아프고, 겁에 질린 데다 완전히 인간이 되었는데도, 카스티엘은 여전히 말 한마디와 눈빛 하나만으로도 딘을 압도했다. 천사로서의 은총은 사라졌지만 그는 딘 윈체스터에게 어떤 천국의 힘보다도 큰 위력을 발휘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은총을 지닌 것 같았다. 그것이 딘의 눈에 카스티엘이 여전히 천사이고, 언제까지나 천사인 까닭이었다.

그는 등뒤 서랍장으로 가서 카스티엘에게 줄 청바지와 소매 긴 티셔츠를 꺼냈다. 잠깐 생각하고서, 그는 자기 옷인 큰 플란넬 셔츠도 집어들었다. 아무튼 그의 천사가 쾌적하고 따뜻하도록 단단히 입혀야 했다.

카스티엘은 딘이 옷을 입히도록 몸에서 힘을 억지로 뺐지만, 돌연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자 딘은 굳었다. 카스티엘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로 얼마간 가만히 있었고 딘은 걱정이 되었다.

“캐스? 자기야? 너-”

“에-취이이이!” 그는 세게 재채기를 했고 딘은 웃기 시작했다. 카스티엘은 예의 소스라쳐 놀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박였고 딘은 그의 뺨에 살짝 입맞추려고 몸을 숙였다.

“괜찮아 자기야. 걱정 마.” 카스티엘에게 그 일을 깊이 생각할 틈을 더 이상 주고 싶지 않았던 그는 하던 일로 돌아가서 티셔츠 위에 플란넬 옷을 껴입히고 양말과 신발을 신기려 옮아갔다.

“딘, 우리 무얼 하는 건가?” 카스티엘이 남자친구가 자신의 발에 따뜻한 통양말을 신겨 주는 모습을 지켜보며 물었다.

“글쎄.” 딘은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대꾸했다. “너한테 이 일이 이리도 견디기 힘든 까닭은 네 주의를 돌려 놓을 만한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넌 그냥 가만 누워서 기분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만 생각하고 있었지 않냐.”

그는 천사에게 신발을 신기면서 말을 이었다. “있잖아, 사람들은 항상 감기가 밤이 되면 심해진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아. 낮에는 바쁘고 다른 생각할 일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뿐이야. 밤에는, 지랄맞은 기분으로 이부자리에 가만히 누워만 있는데 말이지. 그런데 너는.” 딘은 카스티엘의 신발끈을 묶는 일을 끝마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흘을 줄곧 누워서 보냈잖냐. 그러니 이제 우린 다른 일을 해 볼 참이야.”

“뭘 할 셈이지?” 카스티엘은 천진한 궁금증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시내에 가려고 해.”

천사의 눈이 둥그레졌다. “시내? 하지만 딘, 난 몸이-”

“안 좋지.” 딘이 대신 말을 받았다. “알아. 걱정 마. 심하게 힘든 일은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그리고 내가 널 보살펴 줄 거고.”

카스티엘은 아직 의심스러운 눈치였으나 마침내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하리란 건 안다.”

…………………………………….

조수석에 앉아 휴지 뭉치에 코를 대고 훌쩍거리는 카스티엘을 데리고, 딘은 크로거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마트에 가려는 건가?”카스티엘은 코맹맹이 소리로 물었다.

딘은 씩 웃었다. “그냥 날 믿어 자기야. 자 가자고.”

안에 들어오자마자 딘은 영문 모르는 짝을 향해 돌아서서는 말했다. “좋아 캐스. 너한테 저녁을 만들어 줄 거야. 네가 먹고 싶은 거라면 세상 뭐든지 먹어도 돼. 네가 고르면, 내가 요리할게.”

갑자기 캐스는 성난 표정이 되었다. “마트에서 내가 먹을 저녁을 고르라고 날 병상에서 끌어냈다고? 내가 그냥 뭘 먹고 싶은지 얘기하고 네가 사러 가면 안 되는 거였나?”

“안 돼. 이러는 목적은 저녁이 아니거든. 뭐 그래 너는 뭘 먹어야만 하니까 저녁도 목적이긴 하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목적은 네 지금 기분을 생각할 틈이 없도록 계속 바쁘게 해 주는 거라고. 그러니까 어서 가서, 장 보자.” 딘은 단호하게 말했다. 싫다 해도 소용없다는 말투였다. 카스티엘은 지치고 불평 섞인 한숨을 조그맣게 쉬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결국 그는 고분고분 통로로 딘을 따라갔다.

딘은 뒤로 걸어가 허리에 팔을 둘러 그를 부축했다. 그는 캐스를 괴롭히려는 뜻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아는 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그를 도울 생각일 뿐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감기를 이겨 내는 방법을- 몸이 따라주는 한 움직여서 자기 일을 한다는 방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십오 분쯤 지난 다음엔, 딘에게도 효과가 눈에 띄었다. 딘이 가격도 영양가도 딘의 입맛마저도 개의치 않고 카스티엘이 맛보고 싶은 과자는 뭐든 고르게 해 주자 그는 조금 즐거워진 것 같았다. 그는 지금으로선 그가 다시 음식을 들기만 한다면, 카스티엘이 무얼 먹든 정말이지 아무래도 좋았다. 저녁거리로, 눈앞에 펼쳐진 온갖 선택의 자유를 두고서도(젠장 딘은 바닷가재라 할지라도 캐스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야 값을 치를 생각이었다) 천사가 그저 오트밀 죽을 먹고 싶어하자 딘은 놀랐다. “말린 사과를 곁들여서” 그가 말했다. 이번에도, 딘은 들어 주었다.

캐스가 지쳐 가는 것을 알아차린 그가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기에 그들은 서둘러 계산하고서 다음 목적지인- 옆 건물 비디오 대여점으로 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고른 다음에, 딘은 그 영화를 카스티엘이 무척이나 좋아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몸을 돌려 그에게 물었다. “자, 어떤 영화가 보고 싶어? 코미디, 드라마, 호러?” 딘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어 호러는 아닐 것 같다만, 어때?”

카스티엘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생각하다 들고 있던 휴지에다 코를 조금 풀었다. “천사가 나오는 영화도 있나?”

딘은 미소를 띠었다. 천사야말로 틀림없이 카스티엘의 마음을 홀딱 뺏어 줄 소재였다. “당연하지, 자기야.”

몇 분 안 되어 그들은 주말이 될 때까지 그의 감기 든 작은 천사가 바쁘게 지내기에 넉넉하도록 거기에 있던 천사 소재 영화란 영화는 모조리 쓸어담았다. 그는 주교의 부인부터 신의 전사까지 남김없이 빌렸다.

카스티엘의 목 염증을 달래 줄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을 한 통 사러 배스킨라빈스에도 잠깐 들르고 나서 이윽고 그들은 바비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딘은 카스티엘이 여전히 아프고 괴로워 보이지만, 이제 공황에서는 벗어난 얼굴임을 알아차리고 안도했다. 그는 아직 조금 긴장한 상태였지만 전과는 달랐다. 딘은 잘 했다고 자기 등을 토닥여 주어야 할지 아니면 더 일찍 이런 생각을 못 했다고 한 대 걷어차 주어야 할지 몰랐다.

지금까지 딘은 카스티엘이 떠안은 공포에 단지 반응하기만 했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상투적인 위로나 등을 안마해 주기 같은 생색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약하거나 겁쟁이라서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아직 병에 맞서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 두려워했을 따름이었다. 딘이 해야 하는 일은 그가 지난 육주일 동안 해 왔던 것과 같이, 카스티엘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밖에 없었다. 다만 그는 이제 카스티엘에게 아픈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환자를 소파에 앉히고 곽티슈와 코코아 한 잔을 가져다주고 따뜻한 모포를 둘러 주고 나서, 딘은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여전히 자기 몸이 미심쩍었고 딘이 근처에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카스티엘은 그를 소파 등받이 너머로 내내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커다랗고 파란 두 눈이 등받이 너머로 물끄러미 건너다보며, 딘의 움직임을 줄곧 뒤쫓았다. 캐스가 오트밀 죽을 골라서 천만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딘은 단 몇 분 만에 손에 저녁을 들고 그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트밀 죽그릇 말고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집 안이 조용했던 탓에, 딘은 카스티엘의 생각이 도로 몸 내부로 옮아가고 공황이 다시 몰려오기 직전임을 알아차렸다.

“미안. 별로 배고프지 않군.” 카스티엘은 입맛 없다는 눈으로 오트밀 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딘은 예비 계획이 있었다. “걱정마 자기야. 네가 먹고 싶어질 때까지 여기 둘게. 그냥 영화나 보자. 그러다 보면 다시 배고파질지도 모르잖아.”

“모르겠다. 기분이 이상하군. 누워야겠어.”

"뭐 여기에 누워서 영화 보면 되잖아, 괜찮지?“ 딘은 카스티엘의 뺨을 손으로 쓸면서 부드럽게 권했다.

“침대에 눕고 싶다!” 카스티엘이 고집스럽게 요구했다.

“안 돼!” 딘도 카스티엘 못지않게 완강하게 말했다. 카스티엘은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딘은 한 번도 그런 말투로 말한 적이 없었고 절대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킨 적이 없었다. 사실, 딘은 언제나 그답지 않게 상냥했고 카스티엘이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다... 지금까지는. “카스티엘 네가 침대에 가서 누우면 넌 쉬지 못할 거야. 넌 그저 웅크리고서 다시 공황에 휩싸이겠지. 네가 계속 그런다면 결국 넌 이 바보같은 감기 때문에 입원하고 말 거라고. 난 그리 되도록 놔두지 않을 작정이야. 그러니 네가 좋아하든 말든 우린 이렇게 할 거라고!”

카스티엘은 마치 딘의 결심이 어느 정도인지 잰 다음 얼마나 고집을 밀고 나가 볼까 결정하겠다는 듯이 앉은 채로 딘을 오랫동안 골똘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저녁 식사에 손을 뻗고는 조심스레 한입 떠먹었다. 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저 딘을 입 다물게 하려는 목적에 지나지 않겠지만, 최소한 첫발은 내딛은 거였다. 딘은 손으로 천사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럼 무슨 영화부터 먼저 보고 싶어?”

“상관 없다.” 카스티엘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세상에 그가 나한테 입을 내밀었어! 어디서 저런 걸 배웠을까? 아마 샘한테서 배웠겠지, 딘은 생각했다. 카스티엘의 저런 표정은 생전 처음이었고, 딘이 이렇게나 녹초가 되지만 않았더라면 그 표정은 사랑스러웠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대신에 그의 신경질만 돋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는 카스티엘이 두려움에 질린 데다 적응하기 힘든 환경에 처했을 뿐임을 되새기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는 카스티엘이 마지못해 저녁밥 그릇을 비우는 동안 DVD 플레이어를 설치하며 바삐 움직였다. 지금같은 기분인 카스티엘에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좀 지나치게 거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주교의 부인부터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영화는 매력적이고 성격 좋은 천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마 성이 잔뜩 난 그의 작은 천사도 깨닫는 바가 있겠지.

카스티엘의 뒤로 다리를 쭉 뻗으며 소파에 도로 앉은 딘이 물었다. “아이스크림 좀 먹을래?”

카스티엘은 그냥 뚱한 표정인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좋아.” 목소리에 짜증난 티를 내비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딘이 말했다. “여기 나랑 누워서 영화 보자.” 그는 자기 옆 소파를 툭툭 두드렸다.

카스티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투덜거렸지만 한 번 더 순순히 따랐다. 딘은 티비를 마주보도록 둘의 몸을 굴리고, 따스한 담요를 둘 위에 끌어다 덮고, 카스티엘을 꼭 껴안았다. 처음엔 천사는 그의 품에 안겨서 뻣뻣하게 굳어 있었기에 딘은 그가 다시 겁에 질렸음을 알았다. 말할 것도 없이 딘은 가슴이 저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바랐던 그대로, 카스티엘은 곧 영화에 빠져들었다. 딘은 그가 몸에서 힘을 풀고 자신에게로 바싹 파고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점차 느리고 고른 숨을 쉬면서 그는 딘의 팔을 자기도 모르게, 둘이서 사랑을 나누고 난 후면 그가 늘 하던 식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첫 영화가 끝나갈 때쯤, 카스티엘은 딘의 두 팔에 살며시 안긴 채 이미 평화롭게 꿈나라로 떠나 있었다. 딘은 크레딧이 올라가도록 내버려 두고 자신도 스르르 잠들려는 차에 갑작스레 카스티엘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졸음 어린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하나 더 틀어 줘. 이러니까 잠이 잘 오는군.”

“그럴게, 자기야.” 딘은 입술을 천사의 귀에 비비며 속삭이고 나서 안은 팔을 풀고 시티 오브 엔젤을 틀었다. 이 영화는 틀림없이 효과가 좋을 터였다. 카스티엘은 트렌치코트를 좋아할 것이다. 게다가 끔찍하게 지루한 영화였다. 이만한 수면 보조제도 달리 없을 것이다. 카스티엘의 등 뒤로 도로 파고들면서 그가 물었다. “좀 낫냐?”

“그래.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딘, 내일 다시 기분이 나빠지면 어떻게 하지?”

“뭐 영화는 산더미만큼 있어, 자기야. 천사 영화가 다 떨어지면, 슈왈제네거 영화를 보도록 하자. 너 무진장 좋아할 걸. 사악한 놈들을 실컷 쳐부수거든. 그리고 혹시 네가 견딜 만하면 드라이브하러 나가도 되고.”

“침대에 누워서 소스라쳐 놀라는 일은 이제 안 하고?”

딘은 나직하게 킥킥거렸다. “그래. 그런 건 안 하고.”

“그래 좋군. 난 그러기 싫었다. 그냥 난 어떻게 하는지-”

“쉬이이... 알아. 내 잘못이야. 널 가르치는 일을 내가 더 잘 해냈어야 했는데 말이지.”

딘은 카스티엘의 옆구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그의 머리칼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아직도 토하는 일이 두렵다.” 카스티엘이 가만히 털어놓았다.

“알아. 그 일이 닥치면 우린 또 헤쳐나갈 거야. 별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지금은 걱정 마.” 딘은 하품을 했다. 그는 카스티엘이 그들이 최대한 아늑하게 밀착될 때까지 자기 쪽으로 꼼지락거리며 파고드는 것을 느꼈고 영화가 시작할 때 딘은 그의 목덜미에 키스를 떨구었다.

데니스 프란츠가 투실한 궁둥이를 끌며 마천루 꼭대기에 올라섰을 때쯤엔, 둘 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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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도에페드린: 항울혈제. 충혈된 코점막을 수축시켜 코막힘을 해소함.
슈다페드: 슈도에페드린이 주성분인 감기약. 존슨앤존슨의 상표명. 
크로거: 마트 체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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