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딘/카스티엘] 사랑은 한결같아라 (6/9)



 제목: Love Remains the Same
 작가: blackdoggie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등급: PG-13
 경고: 없음

딘은 오로지 카스티엘이 잠든 모습을 지켜보기 위하여 이른 시간에 잠을 깨는 습관이 들었다. 그때만이 전직 천사가 진정으로 편안하게 있는 듯 보이는 시간이었다. 인간이 되고 나서부터는 매일이, 매번 닥치는 새로운 상황이 넘어서야 할 숙제였고 덕택에 카스티엘은 늘 경계를 늦추지 못했으며, 얼굴에는 긴장이 뚜렷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잠들었을 때면, 윤곽이 부드러워지고 근육이 풀리면서 카스티엘은 고요의 화신이 되었다- 그가 천사이던 시절 그랬던 바로 그대로.



그들은 카스티엘의 첫 감기를 (간신히) 치렀고 달포가 지난 후엔 중이염에 걸리는 바람에 처음으로 병원에도 가고 주사도 맞게 되었다. 카스티엘은 위엄 있고 용감하게 이런 새로운 과제를 해냈고 딘은 그러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그는 확실히 점점 더 편안하게 생활하고... 한층 인간다워지고 있었다. 심지어 딘의 천사는 그 없이도 집밖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물론, 그는 아직 항상 샘이나 바비와 함께 다녔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딘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던 처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캐스는 독립심 강한 태도를 되찾았고 스스로 선택을 하려는 의욕을 강하게 보였다. 딘은 그가 다시금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뻤으나, 그로 인해 그들은 종종 싸우게 되었다. 그들은 둘 다 융통성 없고 불같은 성미였다. 그런 성격과 딘의 지나친 보호 태세와 본디부터 서로를 향하던 정열이 뒤섞이자 싸움은 정말이지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기세가 되었다. 하지만 딘의 눈엔 그마저도 발전이었다. 왜냐하면 그럴 때면 그의 마음속엔 인간이 되기 전 카스티엘이 다시 떠올랐고 그런 모습은 그의 천사가 다시 자립하게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화가 식고 화해한 다음이면, 잠자리는 항상 더욱 열띠어지고, 더욱 친밀해지고, 더욱 정다워졌다.



시간이 흐르고 카스티엘이 적응하자 그는 아주 인간다운 버릇도 몇 가지 생겼다. 우선, 그는 조금 강박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는데, 특히 손 씻기가 그랬다. 딘은 그건 아마 ‘아파서 몸이 안 좋았던’ 경험을 겪은 반향인가 보다고 판단했다. 끔찍하게 심하진 않았다. 그는 하루에 백 번 손을 씻지도 않았고 표백제를 쓰지도 않았고 여하튼 그런 따위 일은 하지 않았다. 딘은 그저 그런 행동이 사소한 버릇으로 그치고 더 심각한 무엇으로 발전하지는 않길 바랄 따름이었다. 왜냐하면 딘은 죽어도 그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가진 못할 테니까. 도대체 심리 치료사가 카스티엘이 천국에서 내려온 탓에 생긴 습관을 다룰 수 있기나 할까? 제기랄, 만약 그가 진실을 말한다면 그 사람들은 그냥 흰 가운 입은 작자를 불러다가 그를 정신병원에 집어넣기나 하겠지. 지금까지는, 조금도 악화되지 않는 듯싶었고 그런대로 잘 되었다. 게다가, 딘은 그 사나운 전사의 갑옷에 난 이만한 빈틈쯤은 귀여운 편이라고 남몰래 생각했다.



이 밖에 다른 데에서도 카스티엘은 인간다워지는 티가 났다. 예를 들자면, 그는 정말이지 정크푸드를 즐겨 먹었다- 특히 오레오를. 그는 언제나 우유 한 잔을 곁들여서 오레오를 적셔 먹곤 했다. 그는 또 동물을 좋아하게 되었고 딘에게 개를 키워도 되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비록 딘은 그의 천사가 하는 말이라면 아무것도 거절하기 싫었으나, 그는 그들이 좀 더 작은 동물부터 키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서 카스티엘에게 개 대신 기니피그를 사 주었다. 딘한텐 무진 웃긴 일이었지만, 카스티엘은 그 설치동물에게 우리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그 작은 녀석도 정말로 살뜰히 돌보았다. 우리를 매일 청소하고, 아주 엄격하고 건강에 좋은 식단을 먹이고(카스티엘 자신이 먹는 음식보다도 훨씬 건강에 좋은 식단이라는 사실에 딘은 주목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에서 꺼내어 놀아 주었다.



그리고 물론 이 모두를 통틀어 가장 인간다운 특색은 따로 있었는데- 괴상한 취미에 재미 붙이기였다. 카스티엘은 천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열성 팬이 되었다. 그는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바비의 먼지 쌓인 묘석에 적힌 진짜 천사가 아니라 할리우드식 천사에. 그 취미는 그가 아플 때 딘이 가져다 준 영화 때문에 비롯되었다. 이윽고 카스티엘은 '천사의 손길이 닿아(Touched By An Angel)'와 '천사 조나단(Highway to Heaven)' 드라마에 손대고는 DVD 박스 세트를 모조리 사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의 관심은 할리우드 천사로부터 기독교 서점에 많이 있는 '당신의 어깨 위에 앉은' 날개털 복슬복슬한 유형으로 옮아갔다. 그는 순식간에 욕심 많은 수집가가 되었고, 딘은 기꺼이 천사 액자에서부터 천사 책이며 천사 달력이며, 책갈피와 핀에까지 돈을 치렀다.



그러나 그도 한 번은 난색을 보였는데, 샘이 선물 가게에서 그를 슬쩍 찌르고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저 인형들이 마음에 드나 본데."



딘은 카스티엘이 홀린 듯 천사 도자기 인형을 찬찬히 뜯어보는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그는 곁눈질을 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절대 안 돼 샘. 나는 인형까지는 선을 그어 놨단 말이다. 그는 남자라고... 그를 사랑하지만 난 죽어도 사내자식한테 인형을 사 주긴 싫어. 아무리 나라도 그건 너무 게이 같잖냐."



"마음에 든다잖아." 샘은 마치 그거면 얘기가 다 끝난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정신을 빼앗긴 카스티엘의 표정을 한 번 더 흘끗 보고서 딘은 그거면 얘기는 다 끝나는 것이 맞긴 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마지못해 카스티엘에게 도자기 인형을 사 주었다. 가게를 나갈 때 카스티엘의 얼굴에 어린 흐뭇한 미소를 보자 딘이 계산대에서 느꼈던 부끄러움은 씻은 듯 가셨다. 몇 주가 지나자 둘이서 쓰는 침실 탁자 위에는 처음 산 천사 도자기 인형 말고도 인형 너덧 개가 더 놓였다. 아직도 딘은 인형이 참 게이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보며 캐스가 행복해하는 것 같았으므로 그는 이 일에 관해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카스티엘은 조금도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멋진 옷도 비싼 음식도 돈이 많이 드는 오락거리도. 그는 개-기니피그 교환 협정을 맺은 이후로는 싸우는 일조차도 없었다. 딘은 사랑하는 사람이 소박한 천사 취미를 마음껏 누리도록 하는 것쯤이야 그를 위해서라면 까짓것 백 번이라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제기랄, 그는 하다못해 비싼 기념품 천사를 사달라고 하는 일마저 없었고, 그러기는커녕 할인 구역에 놓인 싸구려 제품 쪽으로 곧장 갔다. 그래서 딘은 흠집 난 싸구려 물건으로 만족하려는 그를 말리면서, 카스티엘이 천사를 갖고 싶다면 빌어먹을 가장 고급품을 사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야 했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딘이 생각하는 한, 그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었다. 딘에겐, 태양은 자신 곁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새근새근 잠이 든 몸집 작은 사람 안에서 떠오르고 저물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온 힘을 쏟아 둘의 여섯 달 기념일, 바로 오늘을 준비한 까닭이었다.



“으음, 딘?” 카스티엘은 눈꺼풀을 깜박이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딘은 천사의 얼굴로 손을 뻗고는 손마디로 카스티엘의 턱을 천천히 문질렀다. “잘 잤냐”



“잘 잤는가.” 카스티엘이 하품을 했다. 그는 잠깐 동안 기지개를 켜더니 얼굴에 얼빠진 웃음을 머금은 딘이 아직까지도 자신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중임을 알아차렸다. 도로 베개를 베고 누우면서 그는 양미간을 찌푸리고서 물었다. “왜?”



“기념일 축하해.” 딘은 싱글벙글거렸다. "아니면 생일 축하한다고 해야 할까?"



"무슨- 난 잘-"



"여섯 달이 되었잖아, 그러니까 뭐냐, 네가 그... 되고서-" 그는 한때는 그릇이었지만 지금은 카스티엘의 것이 된 몸을 가리키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 그 말이군."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만, 그는 마치 그 말을 머릿속으로 곰곰 곰씹어보기라도 하는 듯 생각 속을 헤매는 얼굴이 되었다. 그의 표정 속 무엇이 딘의 마음 한 구석에 걸리면서, 불안이 가시가 되어 마음속에 박혔다. 그러나 그때 캐스가 몸을 굴리고 그에게 정답게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곧바로 딘은 불안한 기분을 한쪽으로 밀어내 버렸다.



그 입맞춤, 아니 참말은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진 입맞춤은, 나른하고 길고 달콤했다. 누가 사람을 깨우는 데는 매질이 최고라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잠이 덜 깬 전직 천사를 품에 안고서 아침을 맞이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딘은 이렇게 '누워 뒹굴며 캐스와 함께 지내는' 일이라면 온종일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거창한 계획을 세워 두었고 그들은 서둘러야 했다.



그는 마지못해 몸을 떼고는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야 돼, 캐스."



천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난 그보단 침대에 계속 있는 편이 좋은데."



딘은 킥킥 웃고는 카스티엘의 팔을 쓰다듬다가, 자기 손이 카스티엘의 손까지 내려가 닿자 두 손을 깍지 꼈다. "알아, 하지만 오늘은 너도 알다시피 아주 특별한 날이잖냐."



"그런가?" 카스티엘이 물었다. 이상야릇하고 무관심한 듯한 말투였다.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그마한 가시가 또 하나 딘의 마음에 걸렸다.



"당연히 그렇지. 이제 넌 꼬박 여섯 달을 인간으로 살았다고. 축하해야지."



"하지만 나는 기념일이란 해마다 쇠는 거라고 생각했다." 카스티엘이 토를 달았다.



딘은 한숨을 쉬었다. 캐스는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걸까? 그도 축하하고 싶어 하는 것이 정상인데. 딘에게 있어서 이 날은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시점이었다. 뭐, 무엇 때문에 그의 천사가 울적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분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딘은 캐스를 뒤흔들어 놓을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로 계획했으니까. 그리고 그는 카스티엘 역시도 자기 계획을 잠깐이라도 맛본다면 아주 좋아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꼭 그런 건 아냐. 달마다 축하해도 되고 석 달마다 그래도 되고 언제든지 괜찮아. 그러니 우리는 여섯 달을 기념하려는 거지. 자 어서. 널 위해서 아주 거하게 계획을 짜 놨다고." 딘은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그 눈은 샘의 강아지 눈망울보다 효과가 못했지만, 캐스에게만은 마법처럼 효력을 발휘했다.



한동안 그 탄원하는 녹색 눈을 응시하다가, 카스티엘은 자기도 모르게 싱긋 웃고는 손을 뻗어 사냥꾼의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좋아, 딘. 네가 원한다면 뭐든지 하지."



"좋았어." 딘은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리며 웃음을 띠었다. "왜냐하면 너도 분명 좋아할 거거든! 자 서둘러! 옷 갈아입어!"

..................

7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