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1일 수요일

[딘/카스티엘] 사랑은 한결같아라 (7/9)



 제목: Love Remains the Same
 작가: blackdoggie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등급: PG-13
 경고: 없음

딘은 능숙하게 임팔라를 몰아 고속도로 출구로 빠져나온 다음, 무릎에 손을 얹고 참을성 있게 앉아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그의 천사를 힐끔 보았다. 딘은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그는 차에 타면 항상 이랬다. 말수는 적었고 딘이 어딜 가고 싶어 하든 상관없이 딘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듯했다. 오랫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면 항상 좀이 쑤셔 하는 샘과는 달리, 카스티엘은 절대 딘더러 자신을 즐겁게 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그 둘도 차 안에서 이따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딘이 가까이 있기만 하면, 두 사람이 함께이기만 하면, 카스티엘은 퍽 만족했다. 딘 생각에는, 이런 것이 둘의 관계에서 특히나 좋은 점 중 하나였다. 카스티엘은 그의 사냥꾼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를 고치려들거나 잔소리를 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다. 사실은, 카스티엘은 딘이 자기를 사랑해 주고 존경심을 갖고 대우해 달라는 것밖에는 그에게 정말이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거야 문제없었다. 카스티엘을 사랑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늘 딘에게 너그러웠으니까. 아마 사냥꾼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으니까.



"오늘 바깥 경치 아름답지 않냐?" 차가 오래된 국도로 접어들자 딘은 물었다.



카스티엘은 미소 지으면서 그에게로 몸을 돌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전에는 진정으로 자연을 음미할 시간이 한 번도 없었다. 보통은 멀리 떨어져서 볼 뿐이었고 나중에 지구에 도착했을 땐 다른 임무가 있었지."



"그래, 기억난다." 딘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앞쪽에 있는 불 켜진 광고판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앞을 쳐다보더니 카스티엘은 미간을 찌푸리고 광고를 큰 소리로 읽었다. "천사 박물관- 지구상에서 천사를 가장 많이 소장한 곳. 전방 3km."



카스티엘은 놀라서 딘을 보려고 고개를 휙 돌렸다. 사냥꾼은 소리내어 웃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구글에서 찾았어, 십중팔구 그냥 어떤 할머니가 자질구레한 장식품을 잔뜩 모아 놓은 거겠지만 네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카스티엘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의 얼굴 표정을 보자 딘은 자기 생각이 확실히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천사는 고개를 기웃하더니 애인을 보며 다정하게 싱긋 웃었다. "고맙다."



"뭘 이쯤이야." 딘이 대답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카스티엘은 언제든지, 뭐든지 마음껏 누릴 권리가 있었다.



...............



한시름 놓게도, 천사 박물관에 대해 딘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두 자그마한 노부인이 운영했고, 내려앉을 것 같이 얼기설기 지은 확장 통로로 연결된 낡은 집 두 채로 되어 있었지만, 진열품은 몹시 인상적이었다... 그런 종류 품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솔직히 말해 딘이 관심 있는 천사는 오직 캐스뿐이었지만, 카스티엘은 그곳에 있는 기념품 천사 수천 개를 보고 몹시 경탄에 휩싸여 즐거워했다. 그리고 비록 외관은 추레했으나, 박물관 내부는 먼지 한 점 없이 말끔했고, 도자기 인형과 '공예품' 은 하나하나 완벽하게 닦여서 명표를 달고 진열되어 있었다. 딘이 소장품을 정말 잘 보관하고 계신다고 찬사를 보내자, 노부인은 환하게 웃고는 재잘거렸다. “청결을 좋아하는 것은 하느님을 흠숭하는 것과 가까운 일이지요.” 그 말을 들은 카스티엘은 미소를 지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마음 내키는 대로 오랫동안 둘러보고 샅샅이 살펴보도록 해 주었고 그런 다음엔 그를 ‘기념품 가게’에 데려갔는데 사실 그곳은 옛날엔 부엌이었던 것 같은 작은 방에다 사방을 선반으로 둘러싸고 계산대를 하나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자매지간이었던, 두 자그마한 천사 노부인들은 딘이 동반자에게 줄 도자기 인형 대여섯 개,책 두 권, 천사 모양 양초 하나를 사느라 꽤 많은 돈을 내려놓자 한층 더 환하게 웃었다.



꼼꼼하게 싼 천사를 쇼핑백 안에 담으면서 언니 쪽인 할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또 보러 와 주세요!”



카스티엘의 얼굴에 떠오른 들뜬 미소를 보고서, 딘은 돌아서서 그녀에게 장담했다. “꼭 그러겠습니다.”



그들이 차에 타자 카스티엘은 몸을 기울이고는 애정을 담아 딘에게 입을 맞추었다. “고맙다.” 넋을 빼앗긴 듯 따스한 미소를 잘생긴 얼굴에 머금고서,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딘은 멍청하게 씩 웃고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글쎄 너도 알다시피, 오늘은 중요한 날이고 뭐 그렇잖아. 그냥 너한테 무언가 특별한 걸 주고 싶었어.”



“정말 그랬지.” 카스티엘은 보물이 든 쇼핑백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행복하게 대답했다.하느님의 사나운 전사 양반이 이런 바보 같은 인형 몇 개 때문에 기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딘은 아직도 놀라웠다. 하지만 빌어먹을, 그는 주말마다 다시 와서 몇 천 달러어치 인형을 살 작정이었다. 단지 저런 표정을 짓는 키스티엘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런데 아직 끝이 아냐. 기념일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캐스."



카스티엘은 깜짝 놀라서 눈썹을 치켜 올렸다. "더 있다고? 딘 넌 정말 이런 고생을 사서 할 필요 없어. 넌 날 여기로 데려오느라 한 시간이나 운전을 했고 그런 다음엔- 뭐랄까 참을성 있게 견뎠지. 난 천사 박물관은 네가 재미있어 하는 오락거리와는 완전히 정반대라는 걸 안다."



딘의 얼굴은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고 그는 손을 뻗어 손등으로 카스티엘의 턱을 따라 문질렀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었어, 캐스. 지난 여섯 달 동안 네가 힘들게 보낸 걸 알지만, 난 네가 여기 내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네가 알아 주길 바랐어."



걱정 어린 먹구름이 카스티엘의 얼굴을 스치며 딘의 마음에 예의 꺼림칙한 느낌을 다시 일으켰지만, 그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온화한 미소가 대신 떠올랐다. "그렇다면 좋아. 다음은 뭔가?"



"소풍이지."



"뭐라고?"



"소풍." 딘은 낯을 찌푸렸다. "너 어, 너 무슨 뜻인지 알지 않냐, 그렇지?"



카스티엘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딘, 소풍이 뭔지는 알지.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다. 소풍은 네 스타일이 아닌 것 같으니까."



"아 그래." 딘이 집적거리며 놀렸다. "내 스타일은 뭔데?"



"미치광이처럼 고속도로를 내달리면서 드라이브스루에서 산 기름진 버거를 게걸스레 먹어대는 거지." 카스티엘이 실실 웃었다.



딘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뭐. 맞긴 한데. 그렇지만 말했잖아, 오늘은 특별하다고." 카스티엘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딘은 몰래 재킷 속에 숨겨둔 조그만 상자를 초조하게 만지작거리며,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시작했다. 소풍은 사실 딘이 몇 주일 동안 계획했던 진짜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카스티엘을 어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여섯 달 기념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하기 시작하자마자 그는 자신의 천사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바로 알았고 그게 이상적인 선물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제 그 순간이 다가오자 그는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너무 초라한 선물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카스티엘에겐 그 선물이 불쾌하거나 상처로 느껴질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그는 오해하고는 그냥 장난처럼 받아들일지도 몰랐다. 딘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 카스티엘에게 특별한 무엇,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온 무엇을 선사하는 일은 그에겐 무척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나 카스티엘이 자신에게 그런 것을 모두 준 뒤로부터는.



..........



"그래서 어뜩 생앙애?" 그늘을 찾아 해묵은 아름드리 참나무 아래에 앉은 그들 앞에 펼쳐진 야생화 들판을 가리키며, 딘은 샌드위치를 입에 한가득 문 채로 우물우물 말했다.



카스티엘은 이미 식사를 끝냈고 무릎에 팔을 괴고 앉아 경치를 즐기는 중이었다. "아름답군." 그는 마치 기도인 양 경건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몸을 돌리고 딘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지으신 것들은 항상 그렇지."



조금 뺨이 불그레해진 딘은 샌드위치를 마저 삼켰다. "그럼 나 제대로 잘한 거냐? 그러니까, 네 말마따나, 소풍은 내 취미는 정말 아니라서 말이지."



카스티엘은 미소 짓고는 지평선 너머로 다시 눈을 돌렸다. "굉장히 잘했어. 하다못해 넌 손을 닦을 수건을 챙기는 것도 빼먹지 않았잖나."



딘은 쿡쿡 웃었다. "그야 난 네가 병원균이니 뭐니에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아니까."



"그래, 고맙다."



"그 문제는 요즘 어떤데?" 딘은 성심껏 질문했다. 손 씻기, 그건 아직 여전했지만, 심하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는 계속 관심을 두고 싶었고, 어찌되었든 캐스가 그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좀 낫군. 그냥, 음... 적응하는 중이지. 하지만 이젠 감당하기 어렵다기보단 그냥 좀 불편한 정도야. 지나가겠지."



"잘 됐다." 딘은 말하고서 팔을 뻗어 카스티엘을 끌어당겼고 그래서 그는 딘 옆의 나무줄기에 나란히 기대었다. 카스티엘은 햇살을 만끽하고 딘은 자그마한 비밀을 밝힐 용기를 짜내는 동안 그들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음, 캐스... 나..."



"오늘 아침에 그렇게 행동해서 미안하다." 캐스는 그가 말을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말허리를 끊었다.



딘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어떻게 행동했는데?"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했던 것," 카스티엘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보내길 내켜 하지 않았던 것." 천사는 몸을 돌리고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여기 와서 기쁘군."



"아, 뭐, 괜찮아. 그런 날도 있는 법 아니겠냐." 딘은 가만히 말했다. 그는 자기가 카스티엘이 오늘처럼 특별하기 짝이 없는 날에 무관심해 보였던 까닭을 알고 싶은 마음인지 잘 알 수 없었다. 하루 종일 그의 머리를 걱정으로 덮었던 이상한 꺼림칙한 느낌이 되돌아왔다. 내가 바닥까지 파헤치고 싶은 걸까 아닐까? 어쩌면 어떤 일은 덮어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캐스, 봐. 너한테 줄 것이 있어. 선물이야."



카스티엘은 몸을 돌리고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또 있다고? 딘 넌 그럴-"



"필요 없지, 그래 그래 알아." 딘이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었어. 그렇지만-"



카스티엘은 궁금증에 차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지만 뭐?"



"난 확실히 모르겠어- 네가 오해한다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카스티엘은 힘을 북돋아 주는 미소를 지었다. "딘, 네가 내게 무얼 주고 싶다면, 나는 그게 뭐든 행복할 거다."



"확실하지." 딘은 의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딘은 깊게 숨을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상자를 후다닥 꺼냈다. 카스티엘의 손에 상자를 쥐어 주며 그는 중얼거렸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는 카스티엘이 상자를 더듬는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잠시 그는 이런 것이 남자가 프로포즈를 할 때 느끼는 기분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상처받을 듯한 기분, 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기분, 여자가 반지를 보자마자 달아나 버릴까봐 두려운 기분. 하지만 카스티엘이 상자를 열자, 그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환하게 빛났다. 그는 젊고, 소년 같고... 행복해 보였다. 그는 포장에서 선물을 끄집어내고는, 햇빛이 사슬에 반사되어 반짝이도록 들어올렸다.



"날개구나," 그는 단순한 남성용 사슬에 매달린 천사 날개 모양 순은 펜던트를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나직하게 속삭였다. 선물이 카스티엘의 마음에 들었음이 얼굴 표정에서 뚜렷하게 비쳤다. 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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