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6일 일요일

[딘/카스티엘] 사랑은 한결같아라 (4/9)



 제목: Love Remains the Same 작가: blackdoggie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등급: PG-13
"괜찮아?" 팔꿈치로 상체를 받치고 모로 누운 딘이 물었다. 카스티엘은 욕실 밖으로 자박자박 걸어나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사냥꾼 옆 이불 속으로 도로 파고들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다시 베개를 베고서 그 커다랗고 파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 때문에 아팠어?"

"아니." 카스티엘이 대답했다. "그냥 씻고 싶었다."

"정말로?"

"음, 그래. 몇 차례 겪고 나니까 훨씬 편해지는군. 이제는 그다지 아프지 않아... 기분 좋기만 하지." 그는 딘을 향해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딘은 안도했다.

결국, 사실 그들은 그리 오래 미루지 않았다. 카스티엘이 인간이 되고 나서 한 달 반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딘은 진심으로 적당한 때가 이를 때까지 견딜 마음이었다. 하지만 카스티엘이 그의 새로운 삶에 좀 더 편안하게 녹아들게 되자,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일상 활동에 온 정신을 쏟지 않아도 되었고 더 큰 것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 즉 새 삶을 함께 나누는 사람으로- 곁에 있기 위해 천국을 포기했던 사람으로. 딘이 자신을 억제하겠다는 훌륭한 마음가짐을 품었고 카스티엘이 딘의 갈망을 존중하되 천천히 나아가려고 했음에도, 그들은 다만 서로에게 손을 뻗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스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제 그들은 마음 가는 관계를 자유로이 맺을 수 있었다... 그것은 너무 강한 유혹일 수밖에 없었다. 입맞춤은 손길로, 손길은 애무로 이어졌고, 오래지 않아 전직 천사는 땀에 젖어 그의 인간 연인 아래에서 몸을 뒤틀게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처음 가졌던 관계는 별로 잘 되지 않았다. 딘은 남자와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고 카스티엘은 말 그대로 동정이었다. 그는 딘이 처음에 손으로 해 주었던 것밖에는 섹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바로 요전 몇 번은 꽤 편안해졌다. 딘은 새로 익힌 기교에 자신감이 붙었고 카스티엘은 모든 '절차'에 적응했다. 이제 그들은 마침내 밀착해서 지내는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직분 때문에 선을 긋고 지내야 했던 지난 수개월 동안 애타게 바랐던 바로 그대로.

"사랑해." 딘은 활짝 웃으며 앞으로 몸을 숙여 그의 천사에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 쉽사리 흘러나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그는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캐시에게조차도. 아마도 그건 그의 사랑이 보답 받는다는 확고하고 절대적인 신뢰감이 난생 처음으로 딘에게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카스티엘이 딘을 위해 감내한 것 같은 희생을 치른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받아야 했고,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 마땅했다. 그래서 딘은 둘이서 벗고 잠자리를 할 때든 나란히 차에 탔을 때든 그냥 부엌에 서서 마주 모닝커피를 마실 때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꼭 그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 카스티엘은 언제나 고스란히 화답해 주었다.

"나도 널 사랑한다." 그는 딘을 옆으로 끌어당겨 눕히고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딘은 그에게 바짝 다가붙어서 목에 코를 비비며 한쪽 팔을 카스티엘의 허리에 단단히 감았다.

"화끈거리는데." 딘이 별안간 말했다.

카스티엘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빙긋 웃었다. "또 유혹하는 건가?"

"뭐?" 딘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야 캐스. 네 피부가 뜨겁다는 말이었어. 열이 난다고." 그는 도로 일어나 앉고서 손을 들어 카스티엘의 이마를 짚었다. "기분은 괜찮냐?"

"무슨 얘기지?" 카스티엘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쉰 목소리였다. 딘은 아까부터 그가 목이 간 것을 알았지만 그냥 욕망 탓이라고 흘려 넘겼다. 카스티엘의 목소리는 흥분했을 때면 언제나 탁한 저음으로 변했다.
 
"이런." 딘이 말하고는 몸을 바로 세웠다. "아무래도 샘의 감기가 옮은 모양이군. 너 감기 기운이 있어, 캐스."

"뭐?" 카스티엘은 황겁한 것 같았다. 딘에겐 조금 충격이었다. 어쨌든 이건 선페스트가 아니라 감기에 지나지 않았다. "감기? 그- 점액 흐르는?!?"
 
카스티엘은 메스껍다는 얼굴이었다. 딘은 그 깜찍한 표정이 좀 우스웠다. 딘 생각에 그건 천사의 공포증인 게 틀림없었다. 천사들은 아마 콧물이나 뭐 그런 체액을 죄다 싫어하나 보다. 아무튼 질병은 천사의 품위를 떨어뜨리니까. 그리고 어쩌면 카스티엘이 사실 다소 좀스러운 성격이었는지도 몰랐다. 거친 전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해." 딘은 달래는 음성으로 말하고 그의 옆에 도로 누웠다. 그는 카스티엘의 몸을 다시 팔로 감싸 안고 속삭였다. "그냥 좀 자. 쉬는 게 제일이지. 걱정할 거 없어."
 
"하지만 딘 나는..." 카스티엘은 마치 미친 사람 같은 음성이었다.
 
"쉬이이..." 딘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속삭였다. "괜찮아. 내가 여기 있잖아. 그냥 자."
 
천사는 한동안 더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딘의 달래는 손길이 그를 가라앉혀 꿈나라로 보내 주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오래 가지 못했다. 새벽 네 시 쯤에 카스티엘이 그를 흔들어 깨웠다. 흠칫 놀라 일어나 앉은 딘은 카스티엘의 표정을 보자마자 즉각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천사는 완전히 두려움에 질려서 담요를 둘러쓰고 모퉁이 끝에 웅크리고 있었다.
 
"캐스? 무슨 일이야? 무슨 소리라도 들었냐? 누가 있어?" 딘은 침대에서 뛰어나와 문이 여전히 잠긴 것을 확인하고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때 갈라진 목소리가 등 뒤에서 조그맣게 들렸다.
 
"기분이 좋지 않다." 카스티엘은 맥없이 말하고는 한바탕 기침을 쿨룩쿨룩 터뜨렸다.
  
딘은 휙 뒤돌아 그를 마주보았고 위협이 밖에서 다가온 것이 아니라 카스티엘의 몸 안에서 솟아나왔음을 깨달았다. 난생 처음 재채기를 하고서 카스티엘이 지은 표정을 보니 더 확실해졌다. 그는 질색하며 혐오감에 휩싸여 자기 몸을 뚫어지게 내려다보았고, 그리고서 공포 어린 눈으로 딘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딘의 가슴을 저몄다. 카스티엘은 성미가 까다로워서 이런 감기 공포증이 있는 게 전혀 아니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훨씬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

딘은 달려가서 카스티엘을 품에 안고 말했다. "야, 야. 괜찮아. 그냥 감기라고. 겁내지 마."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다! 이상하다고!" 카스티엘은 쉰 목소리로 푸념하고 오싹 몸서리를 쳤다. 지금 그는 확연하게 열이 올라 있었다. 그에게 타이레놀과 티슈를 가져다 줘야 할 것 같았지만 카스티엘이 딘을 꽉 붙들고서 놔주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야, 이 손을 풀어야 내가 약을 갖다 줄 수 있는데."

"약을 먹으면 낫나?"

"어. 글쎄... 좀 도움은 돼. 조금 기분이 낫게 해 주지. 하지만 감기가 뚝 떨어지진 않을 거야. 그건 자연히 사라져야 해."

"얼마나 걸리지?" 카스티엘이 필사적으로 물었다.

"일주일쯤." 딘이 털어놓았다.

"일주일?!? 못한다! 딘, 난 일주일이나 이렇게 지낼 수- 없어! 못한다고!" 카스티엘은 거의 비명 비슷한 소리를 냈다. 딘은 곤혹스러웠다. 카스티엘은 전혀 나약한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는 몇 천 년 동안 하느님의 전사였다. 그런데도 이 병 공포증은 그를 완전히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는 미카엘이 딘에게 난생 처음 완전한 인간이 된 그를 데려왔을 때 모텔에서 보냈던 첫날밤 이후로 이렇게 두려움에 사로잡힌 천사를 본 적이 없었다. 좋지 않았다. 딘은 원군이 필요했다.

"알았어 자기야, 알았어. 그냥 바비를 부르러 가게만 해 줘." 카스티엘은 그저 그에게 더 단단히 매달리며 맹렬히 고개를 저어댈 뿐이었다. 딘은 한숨을 쉬었다. "캐스, 난 너한테 약을 갖다 줘야 한다고. 날 가게 놔 줘. 곧 돌아올게, 맹세해!"

마지못해 카스티엘은 딘에게서 손을 억지로 떼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딘은 담요를 한 장 더 가져다 그에게 덮어주고 부드럽게 키스하며 속삭였다. "금방 올게."

카스티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담요 밑에서 더 심하게 몸서리치면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딘은 어수선하게 뻗친 더벅머리와 차렵이불 가장자리 너머로 살짝 내다보는 겁에 질린 두 눈밖에 볼 수 없었다.

딘은 가서 바비를 데려오고는 앓아누운 그의 작은 천사에게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주스, 감기약, 티슈를 한 아름 들고 균형을 잡으면서 다시 침실로 올라올 때까지 바비는 침대에 앉아서 아버지다운 어조로 카스티엘을 달래 주었다. 딘은 카스티엘이 담요 아래에서 벌벌 떠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열 때문에 오한이 난 건지 공포에 질려서 그러는 건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바비 아저씨?"

바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는 다시 카스티엘에게로 몸을 돌렸다. "잠깐만 복도에 나가마, 얘야. 그냥 이불 꼭 덮고 있으면 딘이 곧 돌아올 게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고 바비는 딘을 만나러 복도로 빠져나와 방문을 닫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저씨? 왜 그가 이렇게나 놀란 거죠?"
 
바비가 우거지상을 지었다. "농담하냐? 그는 그전에 한번도 아파 본 적이 없었잖아!"

"네 알아요, 아저씨. 하지만 캐스는 군인이란 말입니다! 줄곧 전쟁 속을 헤치고 악마들을 제압하며 살았는데 이건 그냥 한심한 감기에 불과하잖아요! 그런데도 난 그가 이다지도 무서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때 이후로는-"

"미카엘이 네게 그를 데려다 준 그날 밤 말이냐?"

딘은 고개를 끄덕여 답했지만 아직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바비가 한숨을 지었다. "미카엘이 말해주지 않던? 그건 그가 인간 신체가 어떤 느낌인지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자, 그는 마침내 해냈어. 이 거죽 안에서 막 평안해졌지. 그런데 지금 감기가 들자마자 별안간 다른 느낌이 밀려온 거야, '이상한' 느낌이. 이봐 녀석아, 네가 처음 아팠던 때... 너도 딱 그만큼 겁을 먹었어. 쾌적하고 평온한 기분으로 네 어린 생을 살아가다가, 하고 느닷없이, 무언가 다른 느낌, 나쁜 느낌이 든 거지. 난 그때 네가 지금 그 못지않게 겁먹었다는 데 걸겠다. 네가 아기였기 때문에 기억을 못할 뿐이지."

"아아... 그렇게 생각하세요?"

"젠장 당연하지, 이놈아. 왜 아기들이 아플 때 그렇게 목이 터져라 울어댄다고 생각해? 무서워서, 그저 네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싶은 거야. 캐스가 겉보기에 어떻게 보이건, 얼마나 빨리 배우건 모든 것은 그에게 갓난아기와 마찬가지로 새롭다고. 먹는 문제 기억하지? 그리고 용변 보는 문제도? 뭐 바로 그런 거야. 그러니 너는 그냥 겁에 질린 그를 잘 다독거려 주고 감기가 놀란 나머지 더 심해지지 않도록 신경 쓰면 돼."

"그럼 뭘 해야 되죠?"

"그냥 최선을 다해서 그를 보살펴라. 며칠 공황기를 거치고 나면 기력이 다해서 항복하겠지. 아마 그럼 몸이 나아질 때까지 그냥 푹 잘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아저씨." 딘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카스티엘의 눈길이 곧바로 그에게 꽂혔고 딘은 바비가 옳았음을 알았다. 그가 겉보기엔 아이 같지 않을지라도, 그는 아이였다. 그리고 딘은 그를 어버이가 하듯 보살펴야 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캐스를 위해서라면 그는 뭐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 두려움에 찬 시선을 바라보자 딘은 앞으로 참 기나긴 일주일을 보내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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