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6일 월요일

[샘/카스티엘] 구원 (7/7)


 제목: Redemption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Sam/Castiel
 등급: R

1편






사흘. 샘이 세상을 구하고 나서 사흘이 지났다. 태양은 빛나고, 새는 노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은 모텔 방 창문 아래를 걸어가면서 다기 박물관과 버스 관광 이야기를 재잘거렸다. 세상은 완벽하고 밝고 낙천적으로 돌아갔다. 샘은 그게 싫었다. 그는 카스티엘이 없는 세상 위로 떠오르는 오만한 태양이 싫었다. 그는 그의 연인을 추모하며 만가를 부르는 대신 행복한 가락으로 지저귀는 새가 싫었다. 특히 그는 사람들이 싫었다, 그들이 한 볼품없고 작은 천사가 희생한 덕에 목숨을 건졌으면서도 그 천사의 이름조차 영영 모를 것이 싫었다. 왜 지구는 그 작고 밝은 빛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는데도 자전을 멈추지 않지? 왜 하늘이 먹구름으로 흐려지지 않지? 왜 하늘은 그의 아름답고, 완벽한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지?

샘은 말할 것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니 적어도 눈물샘이 바싹 말라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바닥날 때까지는 그랬다. 지금 그는 빨개져서 가려운 눈만 비비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그의 천사를 죽인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샘이 그릇에 검을 찌르기 전에 죽었다, 하지만 그 찰나엔 그런 사실 따윈 상관없었다. 주검이 쓰러지고 연기가 걷히자 다시 샘은 그 몸 속에서 카스티엘, 카스티엘, 카스티엘만이 보였다. 그는 털썩 무릎을 꿇고서 이제 텅 빈 그릇을 품으로 끌어당기고, 그 남자를 꼭 떠받쳐 안고, 그를 가만히 흔들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사과하는 말과 감사하는 말과 무엇보다도, 온 세상이 잊는다 해도 자신만은 그가 한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말을 속삭였다.

그의 등 뒤 어딘가에서, 샘은 릴리스가 분을 못 이겨 으르렁대다가 곧 공포에 질려 날카로운 비명을 발하는 것을 들었다. 창문이 깨어지고 지상에 주둔한 천사 전군이 건물 안으로 밀려들어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악마를 학살했다. 천사들은 적절한 '형벌'을 내리고자 릴리스를 끌고 갔고 윈체스터 형제만 빼고는 방 안에 있던 누구도 살려 두지 않았다. 음, 루비만은 예외였다. 천사들은 딘의 손에 루비를 넘겨주었다. 샘은 등을 돌려서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특별히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음을 알았다. 피를 마셨던 일을 샘이 형에게 이미 말한 이상 틀림없었다.

비명과 혼돈과 흩뿌려지는 피로 사방이 아비규환이었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그의 천사만을 보았다, 아니 그의 천사의 유해만을. 그는 딘이 그에게서 시신을 말 그대로 잡아떼고 건물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차게 식어가는 몸을 품에 안은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흘 동안 그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캄캄한 모텔 방에 앉아 애도하기만 했다. 딘은 샘 못지않게 힘들어했다. 그들의 천사가 남긴 생생한 흔적이 둘 모두에게 보이지 않도록 팔에 찍힌 손자국은 싸매 둔 채, 동생을 위로할 때만 빼놓고는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 샘은 형이 자기만큼이나 망연자실해 있다는 사실이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뭐니 뭐니 해도 카스티엘은 자기 손으로 딘을 지옥에서 끄집어냈고, 딘의 여정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 주었고, 특히 지쳐 무너지기 직전인 딘의 영혼을 지탱하고 희망을 불어넣고 샘조차 이기적이 되어 도우지 않았던 가장 혹독한 시기에 아낌없는 지원을 베풀었다. 어떤 의미로, 딘은 샘 다음가는 절친한 벗을 잃었다.

사실 윈체스터 형제가 살아오는 동안 아마 존을 빼면 그 어느 영혼도 그들에게 이다지도 뿌리 깊은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들 아버지 말고는 아무도 카스티엘이 그들 삶에서 차지했던 중대한 역할에 견줄 수조차 없었다. 바로 그래서 그가 갑작스레 영영 사라지자 둘 모두가 이렇게나 온 세상이 뒤흔들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샘," 딘이 티비를 끄면서 한숨을 쉬었다. "너 뭐라도 좀 먹어야 해."

샘은 코웃음을 쳤다. 요 며칠 딘은 샘보다도 더 몸무게가 줄었다. "'우리'라고 말하려던 거겠지?"

"응, 뭐 그렇겠지." 딘은 무관심한 투로 투덜거리고는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샘은 다시 메모장에 멍하니 낙서를 끄적였다. 그보다 더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할 의지도 힘도 없었다. 다 무슨 소용인가? 그가 무얼 하든-  먹든, 씻든, 산책하든, 심지어 사냥을 하더라도-  카스티엘은 살아 돌아오지 않을 텐데.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마냥 귀찮을 뿐이었다. 딘도 짜증스러운 것 같았다. 그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룸서비스 필요 없어!"

"뭐, 잘 되었군 나는 청소부가 아니니까. 이제 문 열게나 딘."

딘은 어리벙벙하면서도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즈카르야?"

"아, 그러고 보니 참 샘 쪽이 더 똑똑하다고들 하더군 그래." 딘이 훌쩍 뛰어 문을 열자 천사가 빈정거렸다.

그들은 즈카르야가 나타난 것에 놀라긴 했지만 전혀 기쁘지는 않았다. 사실 잭은 순전히 그냥 불쾌한 노친네였고- 게다가 어느 천사를 만나든 그들은 단지 이제 거기 없는 천사가 새삼 떠오를 따름이었으니까.

"무슨 일로 왔습니까?" 샘이 싸늘하게 물었다.

즈카르야는 묻는 말을 무시하고 더러운 옷, 피자 상자, 맥주병이 잔뜩 쌓여 어지러운 방 안을 둘러보았다. 역겹다는 듯이 코를 찡그리며 그는 물었다. "이건 다 뭔가-  영결식 따윈가?"

샘은 걸상에서 뛰어나와 천사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 도대체 왜 그럽니까? 어떻게 그딴 식으로 말할 수 있죠? 카스티엘은 당신 형제였는데!"

즈카르야는 태연한 눈으로 그를 보고 냉정하게 말했다. "전쟁을 치르면 언제나 사상자가 생기는 법이지."

샘은 혐오감이 치밀어 그를 떠밀고는 으르렁거렸다. "당신 헛소리는 이만하면 실컷 들었습니다. 당장 여기서 꺼져요, 안 그러면 내가-"

"뭘 하겠다는 말인가 샘?" 즈카르야가 껄껄 웃었다. "자네는 이제 힘을 잃었다네."

"뭐라고?" 딘이 물었다.

"정말이라네." 기분 나쁜 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보게나. 온 힘을 다해서 날 쳐봐."

샘이 코웃음을 쳤다. "아 그럼요. 덕택에 당신은 내게 벼락을 내리칠 핑곗거리가 생기겠죠."

즈카르야는 곁눈질을 했다. "그렇다면 좋네 잘난 대학생. 자네는 정신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었지 안 그런가? 그럼 그 방법으로 저 전등을 움직여 보게-  아니면 티비나-  아니면 딘이나. 자 해보게."

샘은 얼굴을 찌푸리고 형을 돌아보았다. 딘이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돌아서서 전등에 주의를 집중하였다. 그는 몇 분 동안 깊이 몰입해서 전력으로 정신을 모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탁자에, 침대에, 심지어 딘에다 대고도 시험해 보았다.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

그가 몸을 빙글 돌려 즈카르야를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미소지었다. "알겠나? 자네 말이네, 소년. 자네가 하루 종일 악마 피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네. 자네는 이제 그냥 여기 흔해빠진 따분한 보통 인간이지."

"어떻게?!" 샘이 다그쳐 물었다. 기쁜 마음이 없지는 않았으나, 다만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는 평생 더러운 피 때문에 저주받은 채로 살 줄 알았다.

"선물이라고 여기게나-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라고."

"아. 캐스에게 일어난 일을 배상하려는 선물 꾸러미란 말이군요. 글쎄요, 세상 무엇도 그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즈카르야. 무엇도. 당신이 주는 선물 따윈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조오오옿-아." 천사는 양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손님은 어떤가? 자네들을 만나려는 사람을 데려왔다네."

"주님이 차 마시러 들르기라도 한 모양이지?" 딘이 농담을 했다. 하지만 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것을 보자마자 그의 비아냥대는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샘이 무얼 보고 있는지 찾으려 두리번거렸고 곧 자신도 문간에 우물쭈물 서 있는 덩치 작은 형체를 뚫어져라 응시하게 되었다-  어째 꼭 생김새가-

"카스티엘?" 딘이 목이 메어 물었다.

"그래."

눈이 휘둥그레져서 딘은 샘과 잭을 번갈아 보았다. 샘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놀란 나머지 입을 열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즈카르야는 잘난 척 뻐기면서 딘을 향해 머리만 살짝 기울였다. 딘은 천사에게로 달려가 큰 곰처럼 그를 확 쓸어안았다. "캐스?! 어떻게 된 일-  너 어떻게-  야, 트렌치코트는 어디 갔냐?"

딘이 떨어져서 그의 옷차림을, 청바지, 부츠, 흰 티 위에 덧입은 플란넬 셔츠를 살피자 카스티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옷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릇이 코트를 가져가고 싶어 하더군."

"그릇이라고? 하지만 넌 여전히 그릇 안에-  아니-  다시 그릇 안으로 돌아가 있잖아? 아닌가? 뭐지?" 딘은 혼란에 빠져서 얼굴을 찡그렸다.

"설명하기 좀 복잡하군." 카스티엘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린 당신이 죽는 걸 보았어요. 빛이-" 그들 등 뒤에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카스티엘은 샘에게로 돌아서서 어색하게, 어쩐지 수줍어 보이는, 전사가 짓기에는 이상한 미소를 띠었다.

"아니야, 네가 본 건 그릇의 영혼과 내가 작전상 후퇴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부드럽게 쿡쿡 웃었다.

"네가 탈출했다는 말이구나, 그 전에-" 딘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래. 우리가 그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시간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우리 둘은 가까스로 해냈지."

"그리고 그릇 말이야 그는-"

즈카르야가 갑자기 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의 몸을 치료해서 영혼을 다시 불어넣었지. 우리는 그를 행복하게 가족의 곁으로 돌려보내 주었네."

"어, 그러면 왜 캐스가 아직 그 외모 그대로인 건데?" 딘이 물었다. 또다시 즈카르야가 대답했다. "저 꼭대기 층에 계시는 분이 카스티엘에게 어마무지하게 감명을 받았다고나 해 둘까. 그래서 그분께서는 카스티엘에게 상으로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하셨네... 그게 바로 이거였다네, 인간이 되기."

"그리고 그분께서 내게 새 몸을 만들어 주었다." 카스티엘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떻게?" 딘이 코를 찡그리며 물었다.

카스티엘은 딘이 어린아이처럼 구는 것을 보며 웃었다. 그가 끊임없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질문하는 모습은 마치 다섯 살 난 아이 같았다. 천사가 대답했다. "몰라. 난 그 자리에 없었다. 아마 아담을 지으셨던 방식과 같았으리라 생각해."

"그러면 이제 똑같은 얼굴로 걸어 다니는 두 사람이 있겠군 그래? 꼭 쌍둥이처럼 말이지."

"뭐, 내가 바랐던 일이지." 카스티엘이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내 생각엔 네가" 이 '너'는 명백히 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모습인 나를 더 좋아할 것 같았다. 너한테 익숙한 모습이고 또-" 천사는 윈체스터 집안의 막내에게 다시 주의를 돌리고는 손짓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샘은 아직도 입을 벌리고 그의 천사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서 있기만 했다. 오래도록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즈카르야는 태연하게 지켜보고, 딘은 어색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중에, 천사와 그의 인간은 그저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마침내 카스티엘이 침묵을 깼다. "봤지, 너를 믿은 내가 옳았다. 너는 해냈어."

샘은 그때까지도 말을 알아듣기에는 너무 정신이 다른 데 가 있었기에 마치 카스티엘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그리고는 방 안 모두가 놀라 펄쩍 뛸 정도로 갑작스럽게, 그는 그의 천사에게로 내달아 그를 낚아채고는 온 힘을 다해 세게 부둥켜안았다. 그는 간신히 기쁨의 눈물을 참았지만, 그의 몸은 말 없는 흐느낌으로 떨렸다. 천사는 그저 그의 인간에게 팔을 두르고는 꼭 안아주었다.

무척 긴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후 딘은 그들 뒤에서 점잖게 기침했고 두 사람은 퍼뜩 정신을 차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냈다. 샘은 특히나 즈카르야 앞에서 감정을 드러낸 것에 좀 멋적어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한쪽 팔을 카스티엘의 어깨에 단단히 건 채로 고위 천사에게로 몸을 돌려 질문했다. "이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다음?" 즈카르야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카스티엘을 보며 고갯짓을 했다. "글쎄, 그는 돈도, 머물 곳도, 직업도, 주민등록상 이름도, 자립할 방법도 전혀 없다네. 그래서 아무래도 우리는 그를 받아줄 착한 수양 가족을 쇼핑하러 나가야 할 것 같네. 물론- 자네들 둘이 자원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만?"

"진심이야? 우리가 그를 돌봐 줄 수 있다고?" 딘이 물었다.

그러자 돌연 이제 더 이상 불쾌한 놈으로 보이지 않게 된 즈카르야가 껄껄 웃었다. "글쎄 그는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아니야. 그는 한동안은 자기 발로 서려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인간일 뿐이네."

"문제 없어!" 딘이 열렬하게 외치는 바람에 카스티엘은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곧 딘은 아차해서 샘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렇지 새미? 내 말은-"

"그래요!" 샘은 엄청나게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바람에 카스티엘은 환하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

즈카르야가 작별을 고하고 딘이 저녁을 사오러 자리를 뜬 후- 이제 둘 모두 입맛이 돌아왔고, 그들의 천사가 단순히 살아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지내도록 정해지자 둘은 갑자기 배고파 죽을 지경이 되었다- 샘과 카스티엘은 모텔 방 탁자에 마주보고 앉은 채로 아무 말 없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함께 잠자리를 한 날 이후 단둘이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상스럽게도 어색했다. 샘은 천사가 모든 것이 끝난 지금 자신에게 어떤 마음일지 알 수 없었다. 전장에서 피어난 사랑에 불과했을까? 전쟁의 스트레스가 천사를 그에게로 이끈 것뿐일까? 샘이 아무 특별한 목적이 없는, 다시 그냥 예전처럼 보통 샘으로 돌아온 지금, 아직도 천사가 그를 원할까? 하지만 그는 소리 내어 이런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들을지도 몰랐다. 그는 그들이 무슨 사이인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대화를 끌어나가야 할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괜찮아요?" 샘의 마음속에서 떠오른 첫 번째 질문이었다.

카스티엘은 진심을 담아 그의 인간에게 미소지었다. "그래 샘. 나는 괜찮다. 이 모든 것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되어 행복하군."

"정말로 저 밖 어딘가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쌍둥이가 돌아다니고요?"

천사가 웃었다. "글쎄 분명 나보다는 자주 그 옷을 벗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 그는 저 밖에 산다. 아마 우리는 가끔 그를 찾아갈 수 있겠지-  네가 좋다면."

샘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그가 우리에게-  당신에게 해준 모든 것을요. 그가 없었다면 나는 당신을 절대 만나지 못했을 테죠 그리고-" 샘은 선을 넘을 뻔했다고 느끼고서 돌연 말을 끊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는 딴 데를 보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다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카스티엘은 한숨을 쉬고, 곁눈질을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샘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변했다, 사실이야.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 한 가지는 변치 않았다-  내가 언제나 너에게 느껴 온 감정은. 널 사랑해. 그 때문에 난 돌아왔다."

샘의 심장은 다시 가슴 속에서 세차게 두근거렸다, 마지막 밤에 카스티엘이 사라지기 직전에 그랬듯이. 하지만 이번엔 공포보다는 정열 때문이었다. 방안 온도가 순식간에 20도는 오른 듯 더워졌고, 전직 천사가 손을 살며시 샘의 가슴에 대자 사냥꾼은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내 육신 말고는 아무것도 변치 않았다. 나는 이제 완전히 인간이고 내 몸에 깃들어 있지." 그러고서 그는 초조하게 속삭였다. "네가 아직 날 원한다면, 난 너의 것이야."

카스티엘은 아름다운 푸른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 눈은-  두려움으로 차 있었다. 그는 웬일인지 샘이 그를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눈에 띄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마 샘이 한때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오래 전이었고, 실수였다. 샘 윈체스터가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실수였다.

아직 그를 원한다면? 내가 아직 그를 원한다면? 그가 미친 걸까? 샘은 생각했다. 말로 대답하는 대신 그는 그저 굵은 팔로 작은 천사를-  사람을, 그는 이제 사람이니까-  감싸 안고 끌어당겨 깊이,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얼굴을, 옷을, 몸을 더듬더듬 서투르게 만지면서 샘은 카스티엘의 털끝 하나까지 남김없이 품 안에 감싸려고 했다. 결코 그를 놔주지 않을 터였다. 뭐, 적어도 몇 분 동안은 놔주지 않을 터였다.

얼마 후 그가 입술을 떼고 재빨리 물러났다. 그러는 통에 덩치 작은 남자는 거의 바닥에 쓰러질 뻔 했지만 샘이 그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서 그는 카스티엘의 손을 잡고 그를 문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디로 가는 거지?" 혼란스럽다는 듯 곁눈질을 하며 남자가 물었다.

"프론트로요. 오늘 밤 우리가 잘 방을 잡으려고요." 샘이 욕망 때문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의 연인과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도록 단 둘이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그의 연인. 그의 것이고 누구도 다시는 앗아가지 못할 사람-  영원토록. 카스티엘은 세 배쯤 얼굴이 발개져서 그저 샘이 이끄는 대로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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