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3일 화요일

[샘/카스티엘] 구원 (4/7)



 제목: Redemption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Sam/Castiel
 등급: R

딘은 입술을 사려 물고서 성큼성큼 서성거렸다. 샘은 침대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면 그저 너무 무서운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형이 이다지도 노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샘이 다가올 일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쯤, 마침내 딘이 걸음을 멈추고는 동생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를 갈면서 그가 물었다. "이 사태가 어디까지 갔는지 알고 싶다, 샘."

"형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봐." 샘은 힘없이 저항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딘이 상관할 일이었다. 카스티엘은 결국 그의 천사였으니까. 샘은 형에게 이 일을 얘기하기엔 양심의 가책을 너무 심하게 느낀 탓에 그저 대답을 피하려고 했을 따름이었다.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딘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어이, 내 귀여운 동생이 어두운 길로 빠졌다면 당연히 내가 상관해야 할 일 같은데!"

"나는 악하지 않아!" 샘이 자기변호 태세로 벌떡 일어나면서 쇳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그 말을 믿으라고 샘? 네가 그 망할 놈의 악마 능력을 사용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나쁜 짓이었어. 그러더니 넌 도대체가 죽어도 나가서 악마랑 붙어먹어야 했잖냐. 하지만 이건- 이건 말이지...  주의 천사를 타락시키고 있는 거야!" 딘은 말을 멈추고는 심호흡을 했다. 아마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가라앉히려는 것 같았다. 나직하게, 하지만 격렬한 음성으로 그는 말을 이었다. "이 일이 네가 그들 말대로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고 한번 설명해 봐. 이 일이 네가 그쪽 편으로 건너갔다는 뜻이 아니라는 무슨 괜찮은 근거를 대 봐."

샘은 움츠러들었다. 형이 진실을 믿을 것 같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설명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그는 딘의 눈 속에 번쩍이는 분노를 차마 마주보지 못하고 발끝만 줄곧 내려다보다가 잔뜩 목이 잠긴 채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그를 사랑해."

정적이 흘렀다. 아무 말도 없었다. 샘은 아직 두려운 나머지 형에게 시선을 두지 못했는데도 딘의 태도가 변한 것을 느꼈다.

"오... 새미." 딘은 더 이상 화난 말투가 아니었다. 그저 안쓰러움만 담긴 어조였다. 샘은 어느 쪽이 더 나쁜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딘의 표정에 그가 알아야 할 것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이제 형이 그에게 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는지를 말해 줄 차례가 오리라- 왜 그가 카스티엘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없는지를. 싫어 제길! 아직도 길 잃은 어린 아이인 샘의 일부는 마음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싫어 불공평해! 왜 그가 내 것이 되면 안 돼? 그를 사랑한단 말야! 불공평해! 하지만 그의 마음속 현실적이고, 만신창이가 된 일부는 인생이란 불공평하다는 것을 빌어먹도록 잘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존과 메리와 제스는 모두 살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딘-  선하고, 강하고, 충실한 딘은-  결코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그는 딘이 곧 들려줄 말이 진실임을 알았다. 그는 다만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샘-" 딘은 어릴 적에 아버지가 생일날 시간 맞춰 오지 못하신다는 말을 해야 할 때마다 썼던 바로 그 어조로 말했다.

"알아."

"새미-"

"안다고, 됐어?! 잘못된 일이라고. 바보같은 일이라고!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샘은 목소리로 눈빛으로 호소했다. "안 돼? 그냥 내가- 그러니까, 맙소사 형. 그도 날 사랑해. 왜 안 돼? 우리가 그냥-  그도 날 사랑해 준다고!"

딘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사랑을 이해하지 못해, 샘. 인간적인 사랑은. 그는 하느님의 사랑밖에 몰라."

"그래서?" 샘이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은 완전하지. 우리와는 다르게 무한하고. 그 사랑은 그를 상처 입히거나 사라지지 않아, 혼자 남겨두지도 않아. 하지만 너는 인간에 불과하지." 딘은 슬피 설명했다. "인간이 얼마나 힘껏 노력하든- 여기 지상의 사랑은- 그건 그냥- 그건 다만 상처만 남기고 끝날 뿐이야. 그건 엄청난 상처와 비탄만을 안겨 주지. 그는 이해하지 못해. 그는 그런 걸 견딜 채비가 안 되었다고."

"알아." 샘은 조용히 말하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윈체스터 성을 가진 사람에게 사랑 때문에 이제껏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가? 샘은 메리가 존을 사랑한 탓에 더럽혀졌다. 존은 그가 딘을 사랑한 탓에 죽었다. 딘은 그가 그들 모두를, 특히 샘을 사랑한 탓에 망가졌다.

"끝내야 해."

샘은 좀 지나고서야 형이 지긋지긋하고 고통스러운 가족의 숙명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그와 카스티엘의 일을 두고 한 말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한숨지었다. "나도 알아. 그냥 나는 바라길-"

"샘." 딘은 허튼 수작을 용납 않는 큰형다운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가 상처받기 전에. 네가 정말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를 보내 줘야 해-  지금-  오늘밤에."

그리고 샘은 정말 그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는 그를 보내 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일은 그가 지금껏 해야만 했던 일 중에 사랑하는 형을 땅에 묻는 것 다음으로 힘겨웠다. 그래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카스티엘이 얼마나 그를 사랑해 주든, 샘의 사랑은 천사를 파멸시킬 수밖에 없으니까. 그가 사랑하는 이는 늘 그렇게 되었다. 의심스럽다면 딘을 보면 된다-  만신창이가 된 형. 악몽에 시달리고, 죄의식에 사로잡힌, 딘은 동생이 모르는 줄 알지만 술독에 빠져 사는 형. 비록 이별 때문에 그의 마음은 두 조각이 나더라도, 샘은 다시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산산이 부서지지 않도록 막을 작정이었다.

..............

"왜 그러고 있지?" 카스티엘이 물었다. 샘은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바닥에다 소환진을 그리다 말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의 천사를 마주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군인은 궁금증에 차서 덧붙였다. "와 달라고 하기만 하면 내가 온다는 걸 알지 않나."

샘은 카스티엘을 세차게 품안에 끌어안고 그 우스꽝스럽고 헐렁한 트렌치코트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겨우 자제하고서, 카스티엘이 앞으로 걸어나와 그에게 다가오자 샘은 뒷걸음질치고는 팔짱을 끼었다. 할 수 있는 한 차가운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그가 말했다.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카스티엘은 항변하거나 동요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우리가... 격식 차리는 사인가?" 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샘의 심장에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꽂혔다. 딘이 옳았다는 증거였다. 카스티엘은 '꺼지라'는 메시지를 대놓고 그에게 내미는 순간에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내가 형과 대화하는 걸 듣지 않은 건가요?"

"물론이지. 나는 네 사생활을 존중한다. 그는 분명 기분이 상했고 너와 단둘이 있고 싶어했어."

샘이 낯을 찌푸렸다. "하지만 당신은 왜 형이 기분이 상했는지는 모르고요?"

카스티엘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몸짓을 하자 그는 작은 소년 같아 보였다. 샘은 간절히 그를 두 팔로 얼싸안고서 이 세상에서 지켜 주고 싶었다. 문제는 하느님의 작은 전사는 사실 바로 샘 자신을 피해 보호받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는 설명하려 했다. "형은 내가 당신에게 잘못을 저지른다고 화를 냈어요. 당신을 걱정했죠."

천사는 그 묘하게 사랑스러운 동작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잘못이라니 무슨 뜻이지?"

샘은 눈을 감았다. 카스티엘의 사랑스럽고 완벽한 얼굴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하기란 너무나 힘들었다. "나는 당신을 타락시킬 거예요. 당신을 상처 입힐 거예요. 그러기 전에 그만둬야-"

"그렇지 않아!" 카스티엘이 맹렬한 기세로 날카롭게 외쳤다. 샘은 다시 번쩍 눈을 떴다. 천사는 엄청나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샘이 가냘프게 속삭였다. "나는 당신을 파멸로 몰아넣고 말 거예요. 형이 그리되었던 것처럼."

카스티엘이 온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그렇게 말했나?"

"아니오." 샘이 인정했다. 코웃음을 치면서 그가 덧붙였다. "형은 그냥 당신이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는 좀 더 잘 알죠. 내 피는 더러워졌고 내 앞날에는 지옥불만이 기다리고 있어요, 카스티엘. 나는 당신을 나와 함께 그리로 떨어뜨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한 탓에 영원히 저주받도록 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이제 노기를 띠었다. 어쩌면 그냥 두려워하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카스티엘은 마침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부 알게 된 것 같았으니까. 그는 차이고 있었다-  둘 사이를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사랑은 악이 아니다. 사랑 때문에 저주받는 일은 없어!" 천사는 거세게 으르렁거렸다.

"형에게 그렇게 말해 봐요!" 샘이 쏘아붙이듯 대꾸했다. 카스티엘에게 고함을 치는 일은 죽도록 괴로웠다. 하지만 샘은 그를 위하여 이러고 있었다. "형이 나를 사랑한 탓에 어떻게 되었죠? 지옥에서 40년을 보냈고 빌어먹을 알코올 의존증이 생겼죠!"

"샘 제발." 카스티엘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나는 더럽혀졌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도 더럽히고 말겠죠! 끝난 겁니다!" 샘은 천사의 손을 쳐내면서 쇳소리를 질렀다.

카스티엘은 마치 배를 걷어차인 것처럼 주춤해 물러섰다. 늘 연민과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두 눈은 이제 슬픔과 아픔만을 담고 있었다. 눈물이 천사의 눈시울에 맺히기 시작했다. 샘은 토할 것만 같았다. 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처음으로 진짜 인간처럼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겪게 된 것은 그의 잘못, 그의 잘못, 모두 그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작은 아픔이 나중에 찾아올 영원한 고통보다 나았기에, 그는 밀어붙였다.

"당신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이제부터는 형과 단둘이서만 일을 보십시오."

"하지만-" 카스티엘은 한 번 더 항의하려 했다. 하지만 맥없는 저항이었다. 이곳은-  인간 감정이라는 지뢰밭은 그가 익숙하게 싸워온 전쟁터가 아니었다.

"제발 그냥 가세요." 샘은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알았다." 천사는 단념하고서 비통하게 속삭였다. 전신을 곧게 펴고, 그래도 샘에 비하면 여전히 조그만 몸집이었지만, 그는 그러모을 수 있는 위엄을 모두 실어 몸을 돌리고는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을 반쯤 지나갔을 때 그는 돌연 멈추어 섰다. 몸을 돌리지 않은 채 그대로 그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모텔 방에서 너는 답을 듣지 못했지. 너는 내가 그날 너에게 무얼 간절히 말하고 싶어 했는지 알고자 했지만 듣지 못했어. 나는-  나는 네게 네 자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만큼 나는 너를 믿었어." 천사는 말하는 동안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샘은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카스티엘이 마침내 사라지자 남아 있던 샘의 희망도 함께 떠나 버렸다. 이제 그에게는 단 두 가지만이 남았다. 지옥으로 뻗은 길고 가파른 비탈길과, 아무리 애쓴다 해도 그가 형도 필경 함께 파국으로 몰아넣고 말리라는 인식만이. 텅 비고 찢어진 가슴을 안은 채로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울었다.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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