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 토요일

[샘/카스티엘] 구원 (3/7)



 제목: Redemption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Sam/Castiel
 등급: R

그만두어야 해, 샘은 생각했다. 이러면 안 돼. 머리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천사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벽에 세게 밀어붙였다. 카스티엘의 입술은 그의 집요한 혀에 기꺼이 열렸고 샘은 그의 입 속 깊숙이 리드미컬하게 파고들었다. 그들은 네 차례 이렇게 만났다, 카스티엘이 샘이 홀로 있고 그를 간절히 보고 싶어 할 때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었다. 천사는 딘에게와 마찬가지로 샘에게도 공명하고 있는 것 같았고 언제나 그가 가장 필요로 할 때에 맞춰 나타났다. 물론 딘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샘에게 필요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딘은 봉인에 관해 대답을 듣고 싶어 하거나 때로는 그저 지옥에서 지냈던 기억을 가누는 것을 도와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천사가 샘에게 나타날 때는 항상 이런 식으로 끝을 맺곤 했다. 샘이 두 팔로 그를 감싸고는 온 마음을 담아 힘껏 입맞추는 것으로.

샘은 형에게 카스티엘을 만난다고 한 번도 털어놓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이 상황에 느끼는 죄책감을 더할 뿐이었다. 그가 순결하고 거룩한 천사와 스킨십을 나누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딘의 천사이기 때문이었다. 샘은 이미 많은 것을 딘에게서 빼앗아 왔지만, 카스티엘을 데려가는 것은, 형에게 구원을 주고, 희망을 준 존재를 차지하는 것은- 글쎄 그것은 샘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행위였다. 그것은 그가 제정신으로는 절대 하지 못할 일이었다. 문제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그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정욕이 아님을 샘은 알았다. 그가 카스티엘에게 느끼는 감정은 순수하고 선하고 솔직했다.

카스티엘은 샘의 살갗에 그의 기운을 어루만지는 곳마다 온통 쏟아부었고 그 은총은 샘의 지친 영혼으로 곧장 내리쬐는 가장 성스러운 빛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 같은 느낌이었다. 샘은 본능적으로 이게 바로 천사의 은총이라는 것을 알았다. 애나가 그렇게 신랄했던 것도 당연했다. 그녀는 단순히 날개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필요 없다는 듯이, 훌륭한 그녀에게는 하찮다는 듯이 하느님의 사랑을 뿌리친 것이었다. 샘은 그 때문에 그녀가 조금 싫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자신이 더욱 싫었다. 지금 몸을 녹이고 있는 영광은 그가 닿을 자격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처럼 더럽혀진 사람은 건드려서도 안 될. 그가 카스티엘에게 품은 사랑은 진실하고 순수했지만 그의 피는 그렇지 않았기에, 그는 이 가장 귀중한 생명체에 손을 가져다 댈 때마다 나쁜 짓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과 딘에게 느끼는 죄책감은 그를 갈가리 찢어 놓았다.

그러나 그는 마치 마약처럼 이것이 필요했다. 바로 지금 이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이 필요했다. 샘은 온 세상에 이 느낌과 비견할 만한 것은 형의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물론 근친상간이라든지 변태적인 감정은 전혀 아니었다- 그저 심원하고 뿌리 깊은 헌신적 사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가 샘을 보는 눈은 변했다. 딘은, 그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음에도, 이제 샘을 조금 두려워했다. 샘은 형을 탓하지 않았다. 그도 자기 자신이 겁났으니까. 바로 이게 카스티엘이 샘에게 내어 주는 사랑이 그토록 중독성 있는 이유였다. 천사는 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악마들이 윈체스터 형제를 갖고 세운 계획 때문에 염려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악마가 남긴 더러운 피는 별달리 의식하지 않고 샘이 선하다고 믿고 있었다. 샘은 천사가 정말 완전한 존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천사의 사랑은 두말 할 것 없이 그러했다... 적어도 카스티엘의 사랑은. 그래서 샘은 아주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되돌려 주었다. 대단치 않은 것이었지만 그가 줄 수 있는 전부였다.

물론, 하늘에서 내려온 이 모든 위로와 신뢰도 악명 높은 윈체스터 가족 특유의 죄의식을 극복하기에는 모자랐다. 이렇게 행복에 흠뻑 잠겨 있을 때조차도, 샘의 뱃속은 그가 하고 있는 행동 때문에 메스꺼워 울렁거렸다.

“우린... 그만둬야 해요.” 샘은 카스티엘의 입술에 대고 숨가쁜 소리로 우물거렸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천사가 재빨리 입술을 떼어내는 바람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샘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하는-”

“네가 그만두라고 했잖은가.” 카스티엘은 담담하게 그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샘은 미소지었다. “와, 당신 정말 융통성 없네요. 그렇죠?”

카스티엘은 머리를 갸웃하고서 털어놓았다. “이해를 못 하겠군. 내가 멈추길 바란 게 아니었나?”

샘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을 감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천사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는 이마를 맞대었다. “나는 내가 무얼 바라는지 더 이상 모르겠어요. 내가 무얼 필요로 하는지를 알 뿐이죠. 당신이 너무나 필요해요.”

카스티엘이 그의 목을 편안하게 쓰다듬기 시작하자, 샘은 억누르고 있던 갈망과 감정의 물결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는 오싹 떨고서는 말했다. “당신과 자고 싶어요.”

“이런 제기랄, 샘!”

샘은 당장 카스티엘을 놓아 주고 몸을 휙 돌렸다. 딘이 몇 미터 앞에 서서 충격과 메스꺼움에 휩싸여 입을 딱 벌리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형 나는-”

“카스티엘 괜찮아?” 샘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딘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카스티엘은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윽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래.”

“제길, 그 말 무슨 뜻이야 형?” 놀라움이 가라앉자 딘이 이 장면을 보고 무슨 말을 암시하고 있는지 깨달은 샘이 날카롭게 말했다.

“빌어먹을, 무슨 뜻인지 너도 잘 알잖냐 샘. 바보인 척 하지 마.” 딘이 으르렁거렸다. 샘은 한 대 얻어맞은 양 말문이 막혔다. 그는 딘이 이렇게나 격분한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루비와 함께 악마를 퇴치하다가 형에게 붙들렸을 때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형이 보내는 엄하고 차가운 시선이 그의 심장에 칼날처럼 꽂혔다. 샘은 카스티엘을 돌아보았지만 천사는 왜 그들이 갑자기 싸우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저 둘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 가엾은 사람은 십중팔구 모르겠지.

눈을 떼지 않고 샘을 노려보는 채로 딘은 이를 갈며 말했다. “캐스, 이제 우리 둘만 있게 해 줘야겠는데.” 천사가 그저 의문에 찬 눈길을 그에게 계속 보내고만 있자 딘이 덧붙였다. “부탁이야 카스티엘.” 그의 어조와 눈길이 무언가 심금을 건드린 것이 틀림없었다. 천사는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티엘은 단지 잠깐 동안 멈추어 서서 샘에게 수수께끼 같은 눈길을 던졌을 뿐 곧 사라졌다.

딘에게로 돌아서서 샘은 사정을 설명하려 했다. “이건 그런 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딘이 그의 말을 뚝 끊었다. “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거다. 가자.”

샘은 딘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입을 꾹 다물고 형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단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를 감싸고 있었던 따스함과 위안은 사라지고 이제 둔중하고 공허한 아픔이 그 자리를 대신 메웠다. 딱 걸렸다. 그는 이제 딘과 대면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 자신도 직시해야 했다... 정확히 무슨 말이냐면 그가 허름한 뒷골목에서 형이 잠든 사이 주의 천사를 더듬다가 들켰다는 뜻이었다.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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