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9일 금요일

[샘/카스티엘] 구원 (2/7)



 제목: Redemption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Sam/Castiel
 등급: R

“안녕 샘.”

샘은 쪼그리고 앉아서 바닥에 진을 그리다 말고 그 자리에서 흠칫 몸을 일으키려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가 놀라서 올려다보자 트렌치코트 차림 작은 천사가 접이식 의자에 앉아서 그를 골똘히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난 소환 의식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가 침이 튀길 정도로 급히 말했다.

“네가 나를 소환하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네게 불편을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 게다가 주문이 날 끌어들일 때까지 기다린다면, 음, 그냥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고 들어오는 편을 내가 더 좋아한다고 말해 두지. 어쨌든 전구를 모조리 갈아야 한다면 창고 주인은 아마 기꺼워하지 않을 테니까.” 카스티엘은 말을 맺고 쓴웃음을 지었다.

“나를 보았어요? 그러니까, 나를 관찰하고 있었어요?” 샘은 어두운 눈이 되어 물었다. “내가 악해지는가 확인하기 위해서군요. 맞죠?”

카스티엘이 고개를 기웃했다. “아니야. 그건 다른 이가 맡은 일이다.” 그는 그렇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내가 한 번 말해 볼까요,” 샘은 얼굴을 찌푸리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우리엘이군요.”

“다른 천사들 중에 있다.”

“다른 천사들이라고요? 그러니까 당신들은 내가 그렇게나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카스티엘은 한숨을 쉬고 눈가를 문질렀다. 그것은 굉장히 인간다운 몸짓이었다. 샘은 그릇의 영혼이 안에 아직 살아서 카스티엘과 함께 있는지 아니면 그 몸짓은 그냥 인간을 관찰하다가 얻게 된 습관일 뿐인지 궁금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카스티엘이 살아 있는 사람에 깃들었는지 그가 루비처럼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주검을 입었는지 따위는. 갑자기 이것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문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샘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자젤이 너를 갖고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네 말뜻이 너를 무기라고 생각하느냐는 거라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누구도 말할 수 없지. 그건 앞으로 밝혀내야 할 일이야. 미안하다. 네가 찾는 답을 내가 줄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그리고 안 돼, 샘. 나는 네 피를 깨끗이 씻을 수 없다. 내게 권한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해 주겠지만... 불가능할 따름이야. 미안하다.” 천사는 이 모든 일이 진정으로 회한스러운 것 같았다. 샘은 딘이 옳았다고 느꼈다. 카스티엘은 정말 마음을 쓰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관심은 샘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즉효약’이 듣지 않을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풀이 꺾이고 말았다. 제길,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얼마나 더 오래 그가 자기 몸에 흐르는 더러운 피를 다스릴 수 있을까? 그가 그럴 수 없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는 눈을 들었고 천사가 깊고 푸른 눈으로 그를 지그시 살펴보는 것을 보았다. 바다 빛깔 눈이었다. 샘은 이상스럽게도 그 눈길에 빨려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속에 풍덩 빠지고 싶었다. 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조용히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왜 날 관찰하죠?”

샘에게 실망스럽게도 카스티엘은 시선을 떨구고는, 눈을 돌려 창고 문 밖 어둠을 내다보았다. “모르겠다.”

“모른다니 무슨 뜻이죠? 천사는 하느님의 위대한 질서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나는 당신이 언제나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어요.”

카스티엘은 혼자 쿡쿡 웃더니 대답했다. “나는 하느님께서 세우신 계획의 일부분으로서 딘을 돌보지. 또 나는 너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 지켜본다. 네게 마음이 끌렸거든.”

샘은 믿기지 않은 나머지 웃음을 띠었다. “내가요? 마음을 끌었다고요? 무덤에서 넉 달을 보낸 후에 당신이 지옥에서 끌어내어 몸에 끼워 넣은 남자가 아니라?”

카스티엘이 마침내 그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두 눈은 진실과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샘은 별안간 애나 얘기에서도 딘이 옳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모든 천사가 차디찬 석상이라고 생각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잘못 판단했다. 연민이 카스티엘의 얼굴에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느꼈다. 그는 윈체스터 형제에게 연민을 느꼈다. “나는 딘에게 깊이 관심이 있다, 샘. 하지만 나는 너에게도 관심이 있지. 너희들은 모두 아버지께서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딘에게 특별한 계획을 마련해 주신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분은 다른 모든 그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너를 위한 계획도 세우셨다. 의심치 마라.” 그리고서 천사는 말을 멈추었고 그의 눈 속에 일렁이는 표정은 좀 더 친밀하고 인간적으로 변했다. “허나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네게 끌린 까닭은 그게 아니야.”

“그럼 뭐죠?”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로 샘이 물었다. 그는 이름 지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로잡혔다. 카스티엘이 그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무시하게 컸다. 샘은 딘도 천사와 함께 있을 때 비슷한 기분이 되는지 궁금했다. 누구든 육신의 형체로 나타난 하느님의 사자와 이야기하게 되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더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카스티엘은 일어나서 샘에게로 더 가까이 걸어왔다. 그는 몸집이 작았기에 훨씬 덩치가 큰 사냥꾼의 눈을 올려다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샘은 묘하게도 자신이 작고 어린애 같다는 기분이 되었다. 문득 샘은 자신이 카스티엘의 '존재감'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들은 무척 가까이 서 있었고, 그릇은 천사의 광영을 모두 가두지 못했다. 그의 은총은 틈새로 새어나와 샘 주변에 흐르고 있었다. 거대하고 강력하고 황홀한 힘이었다.

천사는 그가 끼치는 영향력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알고 있다면 아마도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가 지구로 돌아온 이래로 만난 인간을 압도하는 일은 틀림없이 일상다반사였을 터이다. 샘은 코로 심호흡을 하고 진정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를 온통 감싼 아름다움과 평화의 감각 때문에 기절할 것 같았다. 그는 어떻게 딘이 순식간에 황홀경에 빠져서 정신을 잃지 않고 카스티엘과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물론 딘이 생각하는 황홀경은 언제나 샘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야한 것이었다. 아마 그래서 그는 별 탈이 없는 것이리라.

천사가 말을 시작했을 때 샘은 카스티엘의 목소리가 그의 몸을 뚫고 진동하는 것처럼 느꼈다. 눈앞이 어찔어찔해지기 시작했다. “너는 선을 위해서 힘껏 싸우고 있어... 선해지기 위해서. 너는 선을 귀중히 여기고, 그걸 가장 우선순위로 삼았지.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나는 수많은 사람을 보아 왔다...” 카스티엘은 말꼬리를 흐리면서 한 발짝 내디디고는 걷기 시작했다. 1m가 넘게 간격이 생기자, 샘은 다시 똑바로 볼 수 있었고 카스티엘의 말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악을 선택했다, 아니면 적어도 비켜나서 악이 횡행하는 것을 방관했다. 나는 왜 그런지 이해한다. 악이 훨씬 더 쉽다. 의는 어렵지. 옳은 일은... 어려워. 그들은 포기했다. 그들은 영광을 벗어 던지고 오물 속을 기었지.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꺾이지 않을 만큼 확신이나 힘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네가 여기 있어. 더러워진 피와 고통스러운 과거로 네가 짊어질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버렸지. 그런데도 너는 포기하지 않았어. 정말이야 샘, 나는 네가 그냥 굴복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거나 행동하는 게 훨씬 쉬우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너는 싸우고 있어. 너 자신과 형 둘 다를 위해서. 꿈에도 그들에게 굴복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지. 너는 필사적으로 선해지고 싶어 해,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서. 너는 이런 일이 얼마나 드문지 모를 거다.”

샘은 허를 찔려서 당황했다. 그는 천사란 당연히 경건한 장밋빛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통해 그들은 인간이 그저 신성을 모독하는 원숭이 무리일 뿐 도대체 아무도 의로움이나 하느님에게로 나아가려 하지 않으니 죄악에 찌들었다고 판단하리라고. 그러나, 분명히 카스티엘은 복잡한 인간의 형편을 샘이 생각한 천사의 한계를 훌쩍 넘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고된 일이고 삶이란 지상에 있는 지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스티엘은 왜 인간이 선한 일에서 등을 돌리는지 정확히 알았고 의심할 여지없이 마음속은 그 때문에 갈가리 찢어져 있었다.

그는 전혀 세상 모르고 순진하지 않았다. 그는 지쳐 있었다. 샘의 마음 한 곳은 그 때문에 안심했다. 그건 카스티엘이 확실히 석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는 이해했고 돕고 싶어 했다. 그러나 다른,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은 그 때문에 분노하였다... 왜냐하면 카스티엘은 샘이 바로 전에 받았던 느낌이 증거하듯이 아름답고 완벽한 존재니까. 그러니 그는 세상을 백안시하거나 비관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의 작품이 제 손으로 타락하고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없었다, 하느님께서 내린 선물을 내버리는 것을 보면서 상심할 필요가 없었다. 이 존재는... 샘에게 형을 돌려주기 위해 타락과 고통이 넘실대는 지하로 날아 들어갔던 존재는, 매일 그들을 지켜보고 이끄는 존재는,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서 싸우고 수많은 형제를 잃은 존재는, 언제나 그가 믿는 만큼 보답을 받아야만 했는데.

그리고 갑작스럽게, 마치 딘 하나만으로는 충분히 동기 부여가 안 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샘은 악마가 끼친 더러움에 대항해 싸울 완전히 새로운 이유가 생기게 되었다. 그는 카스티엘에게 그가 곧고 좁은 길에서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셈이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카스티엘이 품고 있는 선에 대한 믿음과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이 옳다고 증명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천사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자청해서 끌어들인 고통 때문에 눈물 흘릴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샘은 카스티엘이 결코 윈체스터 형제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게 하리라고 다짐했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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