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1일 금요일

[그림 판당고] 사랑은 산 자의 것

제목: Love is for the Living
작가: FreezingRayne
링크: http://archiveofourown.org/works/140184
창작일: 2010-12-18
등장인물: 매니 칼라베라, 롤라
등급: PG-13
분량: 595단어
줄거리: "생명." 그는 대답했다. 이건 말을 피하는 가장 손쉽고도 모진 수단이었다. 생명이란 화제는 금기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와 같은 전직 사신에게도 말이다.



얼음이 유리잔 가장자리에서 음악처럼 찰그락거렸다. 스타카토로 나는 음향은 부드러운 재즈 선율과 대위법을 이루어 클럽의 열린 창문 밖으로 흘러나갔다. 매니는 담배를 오래 빨아당기고서 얼굴에 바람이 느껴진다고 상상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상상은 쉬워졌다. 마치 허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연기와 마찬가지로 - 감각은 사라지고 없지만 기억은 남아 있다. 스며드는 기억, 천천히 홧홧해지는 기억,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거의.

"무슨 생각하세요?"

매니는 기다란 연기 한 줄기를 가늘게 뿜어냈다. "생명." 그는 대답했다. 이건 말을 피하는 가장 손쉽고도 모진 수단이었다. 생명이란 화제는 금기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와 같은 전직 사신에게도 말이다. "여기서 뭐해, 롤라? 너처럼 착한 여자는 이런 곳보다는 나은 장소가 어울릴 텐데."

"제가 착한 여자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죠?" 난간으로 올라오며 롤라가 물었다. 본인 소유 카지노 클럽 최상층의 개인용 발코니에 서 있는 남자에게 물을 말은 아니었다.

"내가 롤라 너를 아니까." 그는 누그러진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넌 이 도시에 있기엔 너무 좋은 여자야."

"당신도 그래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진심을 담은 맑은 눈을 보자 매니의 심장이 쓰라려 왔다. 아니, 그에게 심장이 존재했다면 말이다.

"난 오래, 아주 오랫동안 좋은 일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데." 그는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빨고는 불을 비벼 껐다. 잔에 든 얼음 조각은 은빛 나는 알갱이로 녹아 잘게 떠다니면서 위스키의 금색을 묽어지게 했다. "그나저나 롤라 넌 왜 생가에 올라가지 않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어?"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없어요." 그녀는 웃음 비슷하게 들리는 소리를 흘렸다. "그 분 생각하시는 거죠? 미치."

매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사랑은 산 사람들이 하는 거지. " 그는 정확히 일 년 전에 했던 말을 그녀를 향해 다시 뇌까렸다.

롤라는 물 건너를 응시했다. 하늘이 바다로 곤두박질치고 벨벳 같은 청색과 흑색의 완벽한 직선을 이루는 지점을. 죽은 자의 날 밤은 완전히 어두워지는 법이라고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는 싫어요, 하지만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아까 당신에 대해서 물었던 여자가 있었다고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뭐라고?" 매니가 유리잔을 타일이 깔린 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쨍그랑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사금파리가 천 개의 작은 눈동자처럼 그를 향해 반짝거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롤라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간 얼굴을 지으며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였다. "어떤 여자요. 매니 칼라베라라고 들어 본 적이 있냐고 묻던데요."

"어떻게 생긴 여자야? 롤라, 말해!"

"몰라요. 죽은 사람이고. 예쁘고. 코트가 멋졌어요."

그는 문 쪽으로 박차고 뛰어나갔다. 걸음걸음마다 유리조각이 밟혀 잘그락거렸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 롤라!" 그가 멀어지며 외쳤다.

번개처럼 계단을 내려가 라운지를 가로지르는 그의 내부에 이름 없는 무언가가 가득 차올랐다. 그는 진부한 말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었지만, 롤라의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사랑은 육체 안에 머무는 게 아닐지도, 영혼에 머무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어쩌면, 뼛속에 머무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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