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토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13/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등장인물: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12편




현재

다음 사흘 동안 딘은 트럭에 치인 사람이 된 기분으로 비척비척 걸어다녔다. 그는 가능한 한 잡화점 가까이에는 얼씬거리지 않으려 했다. 허나 그런 노력은 어차피 무의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척이 목요일 아침에 전화를 걸어와 그와 캐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다그쳤던 것이다. 딘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체를 했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도대체 무슨 짓을 했냐 이 말이야!!!” 척은 수화기 너머에서 귀청 떨어지게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난 딘도 고함으로 맞받았다. “뭣 때문에 그 일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러니까 뭐가 있긴 있었군,” 척이 만족해서 말했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라고!” 딘이 쏘아붙였다. 그러더니 그는 말을 덧붙였다. “잠깐만... 무슨 일이 있었던 줄은 어떻게 안 거냐?”

처음엔 아무 대답이 없어서 딘은 전화가 끊어진 줄 알았다. 이윽고 척이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캐스가 가게에 나가지를 않아. 사흘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았어. 엘렌 아주머니 말고는 아무도 들이지 않는데 아주머니 말씀엔 캐스가 먹지도 않고 있다는 거야.”

좋아, 타격이 있었군. 이 딘의 첫 생각이었다. 그러나 곧 그는 카스티엘의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에 인상을 찡그렸다. 딘은 상처를 받았고 그럴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젠장, 빌어먹을 카스티엘 놈은 그로 인해 화가 치밀었을 때조차 딘의 가슴 깊숙한 곳을 떨리게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카스티엘이 죄의식을 갖게 한 것에 죄책감이 일게 되었다. 캐스가 무슨 짓을 했건 실상 애당초 원인제공을 한 건 돌아와서 그의 머리를 다시 헝클어 놓은 딘이 아닌가. 아마도 그는 있는 그대로 놓아 두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카스티엘의 말 그대로 딘은 그에게 접근하지 말았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딘은 한숨을 쉬었다. 디컨 아저씨가 계셔서 뭘 해야 할지 말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보안관만큼 카스티엘을 잘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캐스가 의기소침할 때에 디컨 아저씨보다 기운을 잘 북돋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딘은 주머니 속의 별을 손가락으로 하릴없이 쓸었다 - 돌아오고부터 다른 모든 것을 제쳐 두고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와 카스티엘이 사랑을 나눌 때마저도 (적어도 딘의 마음 속에서는 그건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다) 보안관 배지는 불과 몇 미터 밖에 벗어 놓은 청바지 주머니에 안전하게 들어 있었다.

그는 왜 자신이 아직도 캐스에게 별을 돌려주지 않는지 몰랐다. 필경 잠자리를 갖기 전에 딘으로 하여금 의구심을 품게 했던 바로 그 본능이 이유일 것이다... 그냥, 적절한 때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젠 적절한 때는 영영 오지 않을 성싶었다. 잘못은 카스티엘이든 그 자신이든 둘 중 하나에게 있을 터이다. 그게 어느 쪽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당분간은 그를 마주하지 못하겠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마음 속 상처가 아직도 쓰라렸다.

척의 잔소리를 한 됫박 들은 뒤, 딘은 수화기를 쾅 내려놓고 한 잔 할 거리를 찾으러 나섰다. 다섯 시쯤 됐으려나, 그는 샘의 저장고 뒤편에 숨겨진 위스키 한 병을 단숨에 작살내며 씁쓸하게 생각했다. 그러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위스키가 목구멍을 따끔따끔 찌르는 감각은 독한 술로 외로움과 상처를 묻었던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바로 그 시절에서 구원받고자 기대를 걸고 그는 여기 왔던 게 아닌가. 비단 술뿐만 아니라 술에 간신히 지탱해서 사는 하루하루에서 말이다. 이러는 건 위험했다. 퇴보라고 불러야겠는데, 딘은 생각했다.

스스로를 향한 실망을 곱씹으며 그는 술병을 선반 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고 거실로 쿵쾅쿵쾅 들어섰다. 그는 샘이 집에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바비가 잠시 찾아온다거나... 하다못해 엘렌이라도 그에게 아픈 말을 쏘아붙이러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롭고 가슴이 쓰라렸다. 니미, 이게 앞으로의 삶이라면 그냥 멀리 꺼져 살고 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그는 마른세수를 했다. 뜬눈으로 새우는 긴 밤이었다. 샘은 제스에게 가 있었고 딘은 아무데도 정신을 쏟을 곳이 없었다. 젠장, 오늘따라 티비에조차 볼 만한 프로그램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대신 그는 옛 침실에 몇 시간을 누워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카스티엘을 생각했다... 오래 전에 알던 카스티엘과 방금 만났던 카스티엘을. 대부분의 시간을 그는 자신이 옛 시절처럼 되길 얼마나 사무치게 원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얼마나 그 남자를 끌어안고, 사랑하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그리고 그 꿈이 이제는 얼마나 가닿기 어려워 보이는지.

“형,” 철망을 친 문을 쾅 두드리면서 샘이 불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신경을 분산시킬 구실이 생겼군.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예쁜 구실이었다. 샘이 들어오자마자 제스가 뒤를 따라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를 띠고 방으로 팔짝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멈춰서 잠시 희망에 부풀어 안달이 난 얼굴로 서로를 뚫어지게 보았다.

딘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들 그래?”

마침내 제시카가 더 이상은 속에 담아 두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주면서 외쳤다. “프로포즈를 받았어요!”

제스의 행복한 미소와 이어 샘의 약간 초조한 표정을 번갈아 입을 딱 벌린 채로 보느라 자신의 문제 따위는 지워 버린 딘은 벌떡 일어났다. “잘 됐네요!”

“정말로?” 샘은 세월이 무색하게 커다란 예의 강아지 눈을 뜨면서 물었다. 동생이 아직까지도 딘의 축복을 받고 싶어서 마음을 졸인다니 좀 귀여웠다.

“뭐라는 거야? 끝내주는 일이잖아 임마!” 딘이 열광하며 그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제시카가 그에게 뛰어들더니 그를 와락 껴안았다.

“앞으로 제 큰오빠가 되시는 거예요!” 그녀가 재잘거리자 딘의 가슴 속이 훈훈해졌다. 제스가 이렇게 착하고 이렇게 샘과 천생연분이니 그녀를 한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건 모두에게 행운이라고 딘은 느꼈다.

제시카의 어깨 너머로 동생의 마음 놓은 미소가 보였고 그녀가 마침내 그를 놓아 주자 그는 방을 가로질러 가서 샘도 껴안아 주었다. 조용히 그는 속삭였다. “잘 됐구나 새미. 세상에서 제일가는 짝을 만났어.”

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소리내어 크게 울지 않으려고 꾹 참느라 나는 것이 틀림없는 낮게 목이 멘 소리가 딘의 귀에는 들렸다. 딘은 씩 웃고는 생각했다. 이 덩치만 큰 기집애. 샘이 그를 행복하게 해 주고 외로움과 작별하게 해 줄 반쪽을 찾았다는 생각에 그는 내심 설렜다. 우리 꼬마 동생이야말로 세상 누구보다도 더 그렇게 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순간이었다. 딘은 그들로 인해 행복한 만큼 자기 자신으로 인해서는 마음이 아렸으니까. 그 며칠 동안에 그는 자신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즐거웠었다. 캐스와 함께. 이제는 그럴 일은 영영 없을 터였다. 샘과 제스는 가족을 이루고 함께 나이를 먹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딘은 자신이 외롭게 남은 생을 보낼 것임을 깨닫기 시작하리라. 캐스 말고는, 사실은 그를 원하지 않았던 캐스 말고는, 다시는 그를 믿어 주지 않을 캐스 말고는, 그의 짝은 다시는 없으니.

그는 들뜬 목소리로 결혼식을 계획하기 시작한 샘과 제시카를 보며 이런 기분을 속으로만 간직했다. 계획에는 일요일 오후에 파티를 열어 약혼 소식을 발표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었다. 세워야 할 계획도 있고 사야 할 음식도 있고 불러야 할 사람도 있었기에 딘은 협력해서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내내 거기 앉은 샘의 입가에는 바보 같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닭을 처음 보았던 그 날 이후로는 이렇게 넋이 빠진 얼굴이 된 동생을 딘은 본 적이 없었다. 멋쩍고 얼간이 같은 노릇이긴 했지만, 조금은 귀엽기도 했다.

그 날이 끝날 때까지 딘은 자기 자신의 문제를 뒷전에 밀어 두고 동생네를 위한 파티를 꾸미는 데 열중할 수 있었다. 이는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날 밤 자리에 누울 때쯤에 그는 기진맥진한 나머지 캐스 문제로 애통해 할 기운도 바닥나 있었다. 회한에 젖어 몇 시간을 천장만 바라보는 대신 그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죽은 듯 잠에 빠졌다.

…………………..

금요일 아침까지 딘은 스스로가 엄청나게 자랑스러웠다. 그는 일요일에 열릴 꽤나 미치게 굉장한 파티에 전념한 덕에 겨우 캐스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데 성공했다. 거의 성공했다. 때때로 혼자 있고 집이 조용할 때면, 그 슬픔이 감도는 파란 두 눈이 문득 떠오르면서 가슴 속 심장이 아주 약간 쥐어짜듯 아프긴 했다. 그러나 그는 얼른 그런 생각을 진압하고 다시 다른 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손님들을 위해 집을 청소하는 것이나 많은 양이 배달 올 음식을 어떻게 차릴지 등등에.

이제는 거의 모든 부분의 준비가 끝났다. 딘이 처음에 빠뜨렸던 초대전화 몇 통만 더 돌리면 모든 게 완료였다. 그는 샘을 위해서는 모든 게 완벽하길 원했으므로 모든 세부사항을 열 번씩 점검했다.

낮게 대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딘의 주의를 끌어서 그는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창유리를 통해 잊으려고 그토록 애썼지만 잊을 수 없었던 그 눈이 언뜻 비치는 바람에 그는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캐스였다.

심장이 튀어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딘은 카스티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채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반면 캐스는 이제 시선을 외면하며 딘에게는 눈길을 주지 못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안녕,” 그는 발끝을 내려다보는 채로 조용히 말했다.

“안녕.”

“난- 어, 어- 나는” 캐스가 말을 더듬었다.

“요즘 몸이 안 좋았다며,” 딘이 말을 건넸다. 카스티엘이 안절부절 못하는 걸 구경만 하지 않아도 이미 둘 사이는 충분히 어색했던 것이다.

“어, 안 좋았지,” 카스티엘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제는 문 오른쪽에 매달린 해충퇴치 끈끈이에 열렬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제 나았냐?” 딘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런 질문이 자신에게 중요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좀 나은 것 같아,”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딘은 그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딘은 한숨을 지었다. 이렇게 구경만 하는 건 고통이었다. “캐스, 무슨 일로 왔어?”

“네가,” 카스티엘이 애매하게 인상을 썼다. “그냥- 네가 오늘 뭐하는지 보고 싶어서.”

딘의 심장이 미약하게 떨렸다 - 딱 신경질이 날 만큼 두근거렸다. 왜냐 하면, 제기랄, 희망을 키워서는 안 된단 말이다. 그 밤 이후엔 하다못해 이 남자를 보는 게 기뻐서도 안 될 일이었다.

“왜?” 딘은 다그쳐 물었는데, 필사적으로 감정을 통제하려고 했던 탓에 이 말은 원래 하려던 것보다 거칠게 나왔다.

카스티엘은 주춤하고는 작게 한 걸음 물러섰다. 한순간 딘은 그가 정말로 도망치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대신, 남자는 심호흡을 하고 어깨를 빳빳하게 세워서 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를 보러 가려던 참인데 네가 달리 할 일이 없으면 어쩌면 옆에 타고 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했지.”

다시금 그 망할 심장이, 이번엔 한층 더 끈질기고 다급하게 요동쳤다. 간다고 말해. 간다고 말해. 간다고 말해말해말해말해.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매듭지을 일도 아닐 뿐더러 딘은 남자에게 손쉽게 넘어가 줄 기분도 아니었다.

“내가 같이 가 주길 바라?” 딘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어-“ 카스티엘은 굼뜨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가고 싶으면.”

“아니,” 딘이 쏘아붙였다. “그게 아니야 캐스, 네가 같이 가 주길 바란다면 같이 가 줬으면 좋겠다고 제대로 말해. 난 이제 더는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할 마음 없으니까. “

카스티엘은 침묵을 지켰고 딘은 자기 주둥이를 후려치고 싶어졌다. 아마 너무 야멸차게 굴었나 보다. 혹시나 그가 아주 조금 과하게 밀치는 바람에 이 탈선한 열차를 다시 궤도로 올릴 기회를 날려버린 건 아닐까? 그는 잠시 후 마침내 카스티엘이 “네가나랑같이가주면좋겠어.” 라고 후다닥 대답을 읊자 안심한 나머지 앓는 소리를 낼 뻔했다.

“음, 좋아 그럼.” 외면적으로는 만족한 투로 내면적으로는 황홀경에 젖어 딘이 말을 뱉었다. 그는 여전히 성이 나고 좌절한 채였지만 남은 인생을 카스티엘이 없이 살아갈 가능성에 다시 생각이 미치자 한 번 더 노력을 감수할 가치는 있다고 결정을 내렸다. 카스티엘이 어느 정도 후회하고 반성을 한다면, 되는 것이었다. 딘은 다만 기다리며 지켜보아야 했다.

“언제 출발할 건데?”

“글쎄,” 마침내 약간 긴장을 푼 듯 보이는 카스티엘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지금.”

“좋아,” 딘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그는 사무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최소한 그 밤에 대해 사과를 받을 때까지는 이 남자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워지지 않을 셈이었다. “옷 챙겨 입을 여유만 좀 줘.”

“그래,” 카스티엘은 미소를 지었고 딘은 그 모습을 본 바보 같이 말랑한 심장이 다시 상사병에 걸려 훌쩍거리는 커다란 계집애로 변하려는 것을 억눌러야 했다.

그만해. 우린 쟤한테 화가 난 거라고! 그의 자존심이 한소리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심장은 주장했다. 그래도 쟤는 우리 캐스잖아, 우리 캐스, 우리 캐스캐스캐스. 멍청한 심장 같으니.

딘은 자동차 여행을 위해 몇 가지 물건을 챙긴 다음 샘에게 전화해 하루 종일 집을 비운다고 알렸다. 카스티엘은 딘이 볼일을 보는 시간 내내 침묵을 지키며 신문 1면만 골똘히 보았다. 불안이 파동처럼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이십 분이 지나 그들은 애나의 병원이 있는 노스포크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차 안을 메운 긴장은 칼로 벨 수 있을 정도로 짙었다. 카스티엘은 딘에게 초조한 곁눈질을 계속 던졌고 딘은 한 치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계속 가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그는 정말로 그냥 캐스와 이야기를 해서 이 모든 엉킨 것을 풀고 싶었다. 남자가 자신이 세웠던 돌 벽을 스스로 부수고 나오기만 한다면 딘은 그 밤에 있었던 일로 화난 것쯤은 기꺼이 흘려보낼 마음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 벽에 박치기만 해야 한다면 그는 자신이 잊어버리고 용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배고파?” 카스티엘이 흘끗 건너보며 물었다.

“응, 뭘 좀 먹는 게 어때.” 딘은 여상스럽게 대답했다.

“음 인터체인지에 패스트푸드점이 몇 개 있어. 거기 들러서 아침 먹자.” 카스티엘이 설명했다. 그는 친근한 말투였다.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좋지,” 딘이 미소를 지었고 그가 미소를 짓자마자 캐스 또한 안심한 미소를 흘렸다. 아마도 이러나저러나 이 하루에는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건물 안에서 식사하는 대신 드라이브스루에 주차해 놓고 차 안에서 먹기로 했다. 딘은 아침을 걸렀고 스테이크 비스킷과 해쉬 포테이토를 종이봉지에서 꺼낼 즈음엔 확실히 배가 고팠다.

“음음음음,” 그는 첫 한 입을 베어먹고서 입 안으로 소리를 냈다.

“맛있어?” 카스티엘이 슬며시 웃었다.

“아 완전 맛있어,” 딘이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둘의 눈이 잠시 못 박힌 듯 마주쳐서 움직이지 않다가, 이윽고 카스티엘이 얼굴을 붉히더니 머리를 휙 수그렸다. 대화는 더 이상 오가지 않았고 딘은 식사를 마칠 즈음에 카스티엘이 음식을 끼적거리기만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엘렌 아주머니께서 그가 통 먹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순간 예전의 보호본능이 한바탕 그를 휩쓸다가 불퉁하게 있기로 했다는 것이 기억났다. 집어치우자. 화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건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배 안 고파?” 딘이 물었다.

카스티엘은 그저 어깨만 으쓱하고 자기 몫 음식의 남은 것을 - 남은 것은 음식 대부분이었다 - 종이봉지에 도로 쓸어넣었다.

“캐스-“

그러나 카스티엘이 그의 말허리를 끊었다,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얘기를 한다면 넌 다시 나한테 화가 날까?”

딘은 침을 크게 삼켰다. “아니.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화가 날걸. “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지평선 쪽에 고정한 채였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난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 - 네게 상처를 주려고 한 게.” 딘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이게 진실의 전부라고 생각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눈을 굴리고 말했다.  “좋아, 아마 내 안의 어떤 부분은 그럴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난- 난 그냥 내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몰랐어.”

“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딘이 한숨을 쉬었다.

카스티엘은 그를 무시하고 말을 계속했다. “넌 어느 날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모든 게 정상이라는 듯이, 좋았던 옛날이랑 모든 게 똑같다는 듯이 행동하기 시작했지.”

딘은 카스티엘이 그가 있는 쪽을 보지 않는데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었다. 그는 깡패처럼 쳐들어와서 다시 카스티엘의 남자친구라도 된 양 행동하기 시작했었다. 그로서야 마음 속에서 한시도 카스티엘의 남자친구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캐스의 입장에서는 그건 필시 너무 과하고 너무 급한 행동이었으리라.

카스티엘은 그 때 얼굴을 그 쪽으로 돌리고는 나직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도망쳤던 그 때 난 마치 네가 죽은 것처럼 곡을 했어. 며칠 동안 마비된 것처럼 지내다 그 뒤에야 네가 정말로 날 떠났다는 걸 깨달았지. 그러고 나서는 네가 그저 화가 난 거고 진정이 되면 돌아올 거라고 계속 바랐었어. 그렇지만 넌 결코 돌아오지 않았어, 딘. 전화조차 없었고... 그건 그냥... 마치...”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말이지,” 딘이 조용히 대답했다.

“바로 그게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거야. 폐허 가운데였지. 인생에서 그렇게 비통했던 적이 없었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마저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 카스티엘이 말을 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 네가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거야. 그래, 좋아, 사과는 들었지만 넌 그러자마자 떠났던 그 순간부터 이어가겠다는 듯 내 삶에 곧장 뛰어들었짆아. 너한테 되감기 버튼이라도 있다는 것처럼. 마치 너를 극복하며 보냈던 그 모든 슬픈 나날을 내가 잊어버리고 새출발해야 한다는 것처럼. 그래서 내가 화가 났었나 봐.”

딘은 끄덕거렸다, “무슨 얘긴지 알겠어.”

“그래 뭐, 날 탓할 수 있겠어?” 캐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더니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처음으로 딘은 이 문제로 캐스가 자신만큼이나 좌절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도 내 안의 반은 널 만나서 빌어먹도록 기뻤다고. 널 너무 그리워했었는데 여기 네가 있고 내가 원하는 건- 난-“

“이해해,” 딘은 깔깔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해했다. 지난 며칠 동안 그 자신도 내면의 혼란과 싸웠던 것이다 - 캐스를 향한 사랑과 심한 갈구, 강한 분노와 상처가 동시에 섞이는.

이제 카스티엘은 다시 몸을 돌리고 창문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그는 정처 없이 헤매는 듯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그 날 밤 양쪽 중 어느 편이 이겼는지는 잘 모르겠어. 널 상처 주고 싶었던 건지 너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던 건지 솔직히 모르겠어. 아마도 어느 정도는 양쪽 다가 아닐까.”

“괜찮아.” 딘이 대답했다. 그는 카스티엘이 마침내 진실을 모두 털어놓았음을 알았다. 물론, 카스티엘이 영원한 참된 사랑을 공표하여 딘은 그날 밤을 완전히 오해해서 더도 덜도 아닌 바보짓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게 진실이었다면 더 좋긴 하겠지만. 예쁘장한 헐리우드 소품 같은 엔딩을 맞기에는 다리 밑으로 너무 많은 물이 흘러가 버린 것을.

딘은 몸을 돌리고 남자의 팔을 잡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뭘 원하는지 말해 줘, 캐스.”

카스티엘은 고개를 수그리고 응답했다. “잘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심하게 아파할 일이 없기를 바라. 요즈음은, 요 몇 달 동안은, 고통뿐이었거든. 상처받는 건 정말로 지긋지긋해.”

카스티엘의 목소리에 밴 괴로움과 절망을 맞닥뜨린 딘의 가슴은 죄어들었다. 그는 이 남자가 우울에 빠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들었고 그런 기미를 눈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클로즈업으로, 그 우울이 얼마만한 깊이까지 파고들었는지를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널 아프게 하고 싶진 않아. 나 때문에 더 심해진 건 아니야?” 딘이 불안하게 물었다. 그의 존재가 캐스의 병을 더 깊게 한다면, 그는 그 남자가 더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을 떠날 셈이었다. 설령 그게 그 자신에게 온 천지가 찢어지는 아픔을 의미할지라도. “내가- 내가 그냥 멀리 가버리는 게 낫겠어?”

“아니,” 카스티엘이 한숨을 쉬었다. “너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네가 뭘 찾아서 왔든 난 그럴 기력이 없어... 이런 식의 드라마의 일부가 될 기력은 없다고.”

“알았어,” 딘은 조용히 대답하고서 다리 위에 한 손을 위로하듯 얹었다. 그는 타협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너무 다가가지 않을게. 그리고 그냥... 친구로 지내자. 그냥 다시 친구가 되어 보는 거야. 그건 괜찮겠어?”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슬프지만 감사를 담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좋을 것 같군. 나도 친구는 되어 줄 수 있어.”

“그럼 그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야,” 딘은 굳게 말하고 캐스에게 안심하라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는 사과를 받았고 카스티엘은 마침내 조금이나마 그에게 마음을 열어 주었으니 딘은 용서할 준비가 만만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캐스가 원하는 게 단지 친구라면, 폭풍이 몰아치던 그의 삶을 진정시키는 안정되고 평온한 힘이라면 - 뭐 딘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캐스에게 약간의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카스티엘이 속삭였다. “정말로 미안해. 그 때-“

“괜찮아 캐스,” 딘이 손사래를 치며 말을 잘랐다. “그냥 맨 처음부터 시작하자. 알겠지? 우리 둘 다 처음 며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니 아예 없었던 걸로 하자고. 완전히... 친구로 시작하기.”

카스티엘의 얼굴에 마음 깊이 우러난 진짜배기 웃음이 떠올랐다. “고마워.”

…………………………

9년 반 전

다음 주 내내 수면 아래에서 들끓는 소용돌이는 딘의 예상만큼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은 꽤 불쾌하기도 했다. 딘이 예견한 그대로, 다음날 오후쯤엔 이미 마을 전체에 그와 카스티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루비와 루비의 어머니는 가십에서 단물이 다 빠질 때까지 입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고맙게도, 마을 사람들 중 절반은 관심이 없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만은 캐스를 평생 동안 따라다닌 마을 어른들의 측은심이 한 편이 되어 주었다. 그에게 잔인해질 수 있는 심성의 소유자는 매우 드물었고 설사 그 일을 죄악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사람들은 딘이 그 불쌍한 불구 아이를 이용한다고 간주하고 딘을 몹시 비난하기를 택했다. 그게 딘에게는 차라리 나았다. 그는 그들이 카스티엘을 홀로 두는 한 오래도록 압박을 감당할 수 있었고 며칠 동안은 그렇게 되다 막을 내릴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았다. 더 성숙한 마을 주민들은 가만 내버려 두는 반면, 딘과 캐스와 대립하던 무리들은 망할 축제를 열었다. 특히 앤셈과 앤셈이 거느리는 무식한 시골 애들이. 그러나 그들은 정체를 숨기고 살금살금 다녔다. 디컨에게 잡힌다면 고깃덩이로 다져질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캐스에게 전혀 아무 일도 없었다. 왜냐 하면 그가 주로 실내에서 지냈고 숨어서 외출했으며, 디컨과 엘렌이 아무도 그들을 성가시게 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못 내게 하려고 파커스 댁을 주의 깊게 감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캐스가 전화해서는 뭘 좀 사러 잡화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에 대비해서' 딘에게 같이 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오전 9시 경에 그들은 부둣가로 차를 몰고 가서 바비 아저씨께 손을 흔들어 드리며 주차를 했다. 그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이제 캐스는 바비의 조카인 마이크의 도움을 받으며 그 상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캐스가 18세가 될 때까지는 바비의 후견을 받아 마이크가 상점을 관리했었다. 마이크 싱어는 그의 숙부와 마찬가지로 호인 그 자체였고 캐스가 사업을 운영할 수준에 이른 건 그가 카스티엘을 날개 그늘 아래에서 보호하며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 준 덕이었다. 딘은 그런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왜냐 하면 곧 그들이 마을을 떠날 때가 오면 캐스는 상점을 팔아 버릴 테니까. 그게 계획이었다. 그러나 캐스는 끊임없이 사업에서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배우는 데에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딘은 그게 카스티엘의 성격 탓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 그 애는 똑똑하고 호기심 많고 배우기라면 사죽을 못 쓰니까. 쓸모 없는 지식을 긁어모으는 건 그의 취미 같은 거였다.

딘은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캐스가 그의 팔을 잡았고 고개를 돌린 딘은 두려운 얼굴이 된 남자친구를 보았다. “누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딘은 결국에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캐스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되리라 확신했지만, 할 수 있는 한 그를 다독여 주고 싶었다. “야 걱정 마, 캐스. 저긴 네 구역이 아니냐고? 저 가게는 네 거니까 손님 중 누구라도 너한테 헛소리를 하면 그냥 그 놈을 쫓아내면 그만이지. 봐, 안엔 마이크 형밖에 없고 형이나 바비 아저씨나 아셨어도 신경 안 쓰시는 분이잖아. 다른 놈이 문제를 일으키면 네 소유지에서 걷어차내 버려!”

카스티엘은 그를 향해 굳게 고개를 끄덕였고 딘은 그 소년이 자신들이 안전한 영역에 와 있음을 최소한 지금은 납득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차에서 내려서 가게로 향했다. 딘은 캐스가 걸어가는 내내 누가 귓속말을 하거나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지는 않는지 부두 전역에 이리저리 초조한 눈길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아무도 그들을 알아본 것 같지 않아 딘은 크게 안심했고 그들은 무사히 가게 문까지 도달했다.

가게 안으로 캐스를 따라 들어가던 딘은 캐스가 아무런 경고 없이 그 자리에서 우뚝 굳어지는 바람에 등에 코를 찧을 뻔했다. “캐스 왜 그래?”

그가 안을 본 건 그 때였다. 마이크는 난장판이 된 가게 안을 치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 통로마다 어지럽게 떨어진 물건들, 나뒹구는 금전 출남기와 상자들, 바닥에 깨져서 흩어진 병 조각들을. 둘 모두 경악에만 빠져 있을 무렵 바닥을 쓸던 마이크가 고개를 들어 그들에게 안타까워하는 눈빛을 보냈다.

“강도가 들었어?” 캐스가 숨을 삼켰다.

마이크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카스티엘을 슬픈 눈으로 응시하다가 마침내 대답했다. “아니.”

머뭇거리며 그는 카운터 너머 선반을 들여다보았고 딘은 뱃속이 뒤틀리는 기분이 되었다. 벽 전체에 커다랗게 새빨간 스프레이 페인트로 '호모새끼'라는 낙서가 되어 있었다. 이윽고 그는 이것 말고도 가게 전체에 낙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절름발이 게이병신' '고추 떼라 멍청한 호모새끼' 등등이. 딘은 교통 사고가 났을 때 아이가 소름 끼치는 광경을 보지 않도록 어머니가 하듯이 캐스의 눈을 가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카스티엘은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대신에 그는 단지 카스티엘의 등에 손을 올리고 속삭일 뿐이었다. “정말 미안해.”

카스티엘은 아무 말 없이 서서 할아버지가 사랑하셨던 가게에 일어난 약탈과 기물 파손의 현장을 그저 망연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딘은 범인을 죽이고 싶었다.

“디컨 아저씨께 전화 드렸어,” 마이크가 부드럽게 말했다. “오고 계셔.”

그 뒤에도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다. 그 망할 새끼들은 구역질 나는 문구를 적은 콘돔과 윤활제를 우편함에 쑤셔박기 시작했고, 메그와 루비일 것이 뻔한 여자 목소리가 자동응답기에 장난전화 메시지를 녹음하기 시작했으며, 훨씬 더 불쾌한 낙서가 정자에도 새겨졌다. 그들은 비열하게도 심지어 자기네 동생들을 사주해 샘을 괴롭히기까지 했다.

적어도 그것만은 그 쪽이 제 무덤을 판 것이었다. 샘은 딘과 캐스를 지키려는 태세가 만만이었을 뿐 아니라 형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에 올리는 녀석들을 서슴없이 냉장고 같은 덩치와 팔뚝으로 흠씬 두들겨 줄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샘까지 까닭없이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었다는 것에 딘은 다시금 속이 쓰렸다.

그 뒤 사건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어느 날 밤, 캐스가 애지중지하는 머스탱의 창문을 누가 깨뜨리고는 딘이 캐스를 위해 부착해 준 특별한 페달을 뜯어 버린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은 또다시 차에 '게이'며 '절뚝발이'며 입에 못 담을 욕설을 마구 써 놓았다. 다음 날 아침, 캐스가 불러내어 이 광경을 본 딘은 캐스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솟는 것도 보았다. 그 차는 카스티엘에게 무척 깊은 의미가 있었으며 누가(앤셈이든, 루비든, 제이크든, 어느 개자식이) 그랬든 그들도 그 사실을 알았다. 딘은 이틀이 걸려 차를 고치고 새로 칠했고 그 때까지도 카스티엘은 뒤엉킨 신경과민 상태를 진정하지 못한 채 딘이 설령 같이 있다고 해도 집 밖으로 나가길 두려워했다.

그 날이 딘이 카스티엘과 처음으로 아침까지 함께 보냈던 날이었다. 안나는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다시 천사들을 향해 말을 걸기만 하고 있었기에 딘은 그녀가 자신이 집에 와 있는지 아닌지 알기는 할까 싶었다. 딘 역시도 여전히 자기 집에서 살지만 아버지와의 사이는 퍽이나 좋을 것 없었다. 부자는 지난 몇 달 동안 심하게 드잡이질을 해 왔기에 그는 나중에 적당히 집에 들어간 다음 후폭풍을 맞이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설령 집세의 반을 그가 냈다고 한들.

머스탱에 마지막 손질을 하는 그를 지켜보는 카스티엘의 커다란 눈이 불행으로 가득했기에 그는 차마 매정하게 떠날 수 없었다. 어차피 늦었고, 그는 더러워지고 피곤했으며 존 윈체스터가 뭐라고 씹어뱉든 견뎌낼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 끼니를 대충 때웠다. 그런 다음 딘은 캐스가 어머니의 잠자리를 챙기는 동안 샤워를 했다. 마침내 둘은 카스티엘의 침실로 올라가 둘 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날 밤 딘은 그 답지 않게 조심스러웠고, 캐스는 유독 굶주린 듯 매달렸다. 하지만 좋았다. 그들이 좋아하는 그대로 아주 달콤하고 다정한 행위였다. 여기 서로의 품 안에서 그들은 다른 세상 전체의 의견이 어떻든 상관 없다고 느꼈고 오늘 밤은 딘이 황급히 떠날 필요가 없기에 그들은 충분히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랑을 나눈 뒤 옷을 벗은 채로 캐스의 가슴을 베고 캐스의 침대에 누워서, 딘은 이 마을을 마침내 떠나서 그들이 지금처럼 항상 함께 지내며 매일 밤 함께 잠든다면 얼마나 좋을지 명상하기 시작했다. 그 곳에는 루비도 없고 앤셈도 제이크 탤리도, 그들을 아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누구도 없을 터였다. 거기는 오로지 평화로움과, 익명성 뒤에 숨은 새 출발만 있을 터였다.

“디컨 아저씨께서 나보고 테네시 주에 계시는 작은 아저씨 댁에 가 있으라고 하셔. 몇 주 동안, 그냥 이 일이 다 진정될 동안 말이야. 내가 걱정되신다는 거지.” 카스티엘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그래?” 딘이 애인을 올려다보려고 목을 빼며 물었다.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몇 주만이잖아.”

“안 돼,” 캐스가 고개를 저었다. “엄마한텐 내가 있어야 해.”

“캐스, 다시 생각해 봐. 간호사도 계실 거고 엘렌 아주머니께서도 분명-“

“싫다니까!” 캐스는 쏘아붙이더니 더 이상은 이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딘은 그 때 커다란 적신호 네온사인을 보았어야 했다. 그는 보지 못했다. 보았다면,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것은 그 날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적어도 몇 년 동안은 마지막이라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그는 캐스를 다독거려서 조용히 시키고는 밤이 이슥하도록 꼭 끌어안고 보냈다. 그들 관계가 곧 돌연 무자비하게 끝장날 것임은 꿈에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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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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