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고양이 02] 화성에서 온 천사, 금성에서 온 고양이



 작가: olympia_m
 구분: 번역
 장르: Gen
 인물: Castiel, Bobby, Dean, Sam, Uriel
 등급: PG
 경고: 





화성에서 온 천사, 금성에서 온 고양이 (그리고 당연히 지구에서 온 인간)



카스티엘은 로버트가 하나엔 물을 담고, 하나엔 참치를 담은 접시 두 개를 바닥에 놓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로버트는 그런 자기 행동이 곤혹스러웠으나, 그래도 그는 미소 짓고 '어이, 나비야, 나비야'라고 잠깐 중얼대기까지 했다. 곧 그는 너무 바보스럽다는 기분을 느끼고는 그만두었다. "뭐야? 무슨 문제 있나?" 로버트는 일어서자마자 그에게 물었다.

"아니야."

"좋네." 로버트는 한 번 더 접시로 시선을 던지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믿어지지 않는구먼. 이 모든 멍청한 것들이... 그건 그렇고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건가?"

카스티엘은 딘의 턱을 긁었다. "우리엘이..." 그 때, 딘은 처음으로 하악 소리를 냈고 카스티엘은 그를 달래려고 해야 할지 놓아줘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탁자에서 뛰어내려 바삐 먹이로 기어가며 딘이 그 대신 결정을 내려 주었다.

로버트는 코웃음을 쳤다. "난 왜 놀랍지 않을까?"

딘이 밥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는 동안, 샘은 조심스레 그 주위를 맴돌았다. 딘은 샘을 보더니, 접시 둘레엔 고양이 두 마리가 있을 자리가 넉넉했는데도 옆으로 비켰다. 밥밥밥, 딘은 입맛을 다시며 먹이를 건드렸다. 먹어먹어먹어. 샘을 향한 딘의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깊이에는 한이 없었다.

샘은 생선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완전히 무시하며 돌아섰다. 물에서는 재미있는 냄새가 풍겼는데도, 잠깐 뒤에 그는 신중하게 몇 모금을 홀짝이는 데 그쳤다.

"까다로운 애군, 안 그래?" 로버트가 씩 웃었다.

딘은 샘을 보며 야옹야옹 울었다. 밥밥밥. 그가 말했다. 먹어봐먹어봐먹어봐. 딘은 꼭 며칠을 굶은 양 즐거운 티를 완연히 내며 먹기 시작했다. 밥은 밥이었다. 하지만 곧 그는 먹기를 그치고는 다시 샘에게 낑낑거렸다. 제발과 먹어봐와 밥이, 모두 하나로 뭉쳐져 딘이 부드럽게 야옹거리는 소리가 되었다. 그는 관심을 끌려고 애쓰면서 샘 쪽으로 접시를 조금 밀기까지 했다.

로버트는 고개를 저었다. “샘은 흥이 떨어진 게 뻔한데, 성가시구먼.” 그는 무릎을 꿇고 샘을 먹이 쪽으로 밀려고 했지만, 샘은 움직일 뜻이 없었다. “빌어먹을 괭이 놈.” 그는 물러나면서 쉿 거리고는, 발톱에 할퀴인 손을 털었다.

“좀 더 취향에 맞을 만한 다른 먹이는 없나?”

로버트는 귀를 의심하는 동시에 짜증을 냈다. “날 무어로 오해하는 게야? 수의사? 이 멍충이들이 여기를 집으로 생각하는 것만 해도 싫거늘...”

“저들이 잘못을 했나?”

로버트는 얼굴이 붉어졌다. “글쎄다, 그렇진 않지만, 나는 고양이 줄 햄버거 따윈 만들지 않겠네.”

카스티엘은 잠깐 미소를 머금었다. “참치 통조림 하나만 더 가져오면 충분해.”

“이래라 저래라 못된 자식.” 로버트는 부엌으로 가는 길에 불만스러운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이것저것 마구 부려먹고, 염병할 고양이 먹이를 내놓으라고 하고. 이건 뭐냐고? 애완동물 가게?”

“여기가 애완동물 가게가 아니란 것 알고 있다.” 카스티엘이 그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그래? 자네가? 정말? 자넨 이곳을 꼭 호텔 같은 장소로 대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고양이 호텔.” 로버트는 돌아와서 통조림을 카스티엘에게로 던졌다. “원 참, 여긴 호텔이 아니라고, 그러니 자네가 정말 주의 천사라면 저애들한테 아무 일이라도 좀 해보게.” 카스티엘이 받아내지 못해서 통조림이 바닥에 떨어지자, 로버트는 통조림을 주워 그 쪽으로 떠다밀었다. “가져가게, 썅. 자네가 달라고 했잖은가, 기억나지?”

딘은 그들을 올려다보더니, 다시 샘에게로 돌아섰다. 딘이 샘을 지켜볼까 먹이 쪽으로 몸을 돌릴까 갈팡질팡하는 동안 샘은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는 자기 몸을 핥기 시작했다. 카스티엘이 깨달았듯이, 딘은 하나도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거기에는 이 있었다! 그의 내면 한구석이 과거의 배고픔을, 끼니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는 탓에, 딘의 생활에서 거의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것이 있었다. 그리고 또 저기에는 먹이를 거부하는 샘이, 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딘은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낑낑거리기만 했다.

혼란스러워하는 딘의 모습은 카스티엘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통조림은 인간이 창안한 미개한 용기였고, 알고 보니 터무니없이 열기 힘들었다. 카스티엘은 자기 몸을 다루는 데 어색하고 서툴렀고, 통조림은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딱딱하고 둥근 물체였다. 그가 너무 세게 힘을 준다면 그건 산산조각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약하게 힘을 준다면 소용없을 터였다.

로버트는 한숨을 쉬었다. “제발(For God's sake).” 그는 말했고, 카스티엘이 그를 쳐다보자 조금 미안한 빛을 띠었다. 로버트는 그의 손에서 통조림을 가져가서는 표면에 달린 겉보기엔 평평했던 고리를 잡아당겨서 뚜껑을 열었다. 언뜻 보기엔 그냥 방해물 같던 물건이 이제 보니 영특한 도구였다. 이렇게 재주 좋을 수가. “고맙다.” 카스티엘은 로버트에게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자신은 인간들에게 아무것에든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인간은 놀랍도록 솜씨와 정신이 영특한 존재였기에, 그는 자신이 인간 근처에 있어도 되도록 허가받은 데에 감사를 느꼈다.

“어.” 로버트는 어째서인지 겸연쩍어했다. 아마 감사 인사가 모자랐던 모양이었다. “이제 어쩔 건가?”

카스티엘은 뚜껑을 딴 통조림을 받아들었다. “우린 무에서 무얼 만들진 못한다.” 그는 로버트에게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그는 로버트를 쳐다보았다. “이건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카스티엘은 그가 쓸데없이 간섭을 했다고 징계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딘은 밥을 먹으라고 계속 샘에게 간청하는 중이었고, 샘은 계속 그를 무시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예외를 둬도 괜찮겠지.” 참치가 닭고기로 변했다.

딘은 냄새가 달라졌음을 알아채고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통조림을 머리로 치받았고, 도전적으로 시선을 들었다. 카스티엘은 그가 먹어보도록 해 주었고, 딘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조그맣게 한 입 베어 먹더니 다시 샘에게 부탁했다. 밥밥밥. 먹어봐먹어봐먹어봐.

여러 차례 더 시도한 끝에서야 샘은 다진 양고기에 채소를 섞은 먹이를 먹게 되었지만, 딘의 마음과 목소리에 스민 안도감은 연이어 명령 거역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하다못해 고양이에게 밥을 먹이려고 애쓰는 천사라는 어이없는 광경을 보며 로버트가 큰 소리로 껄껄 웃어대는 소리마저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 고양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고양이는 샘이었고, 딘이 가진 것이라고는 그가 전부였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이라고는 딘이 전부임을, 카스티엘은 흠칫 놀라며 깨달았고, 자신의 이기심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용서를 빌러 날아갔다.

&*&*

아침에 그는 로버트 싱어네 폐품 쌓인 마당으로 돌아갔고 로버트는 주먹으로 그를 맞이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고양이 보는 일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더라? 내가 자네한테 그런 일 안 하겠다고 했나 안 했나?”

카스티엘은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 “대처해야 할 긴급한 일이 좀 있었다.” 그의 이기심을 비롯하여, 밤새도록 조사했는데도, 아직도 저주의 성질이 뭔지 아무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사실 같은 일이.

“제기랄(Christ).” 로버트는 중얼대더니, 잠깐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금세 그는 다시 짜증을 냈다. “저애들 저녁 내내 자더니만 밤새도록 줄창 목 빼고 길게 울더구먼. 자네가 저애들이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말이네. 저애들 덕택에 한숨도 못 잤다고, 니미.”

“지금은 어디 있지?”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밖이네.”

“밖으로 내보냈다고?”

로버트는 코웃음을 쳤다. “얘야, 루시퍼라 할지라도 그런 녀석들은 붙잡지 못할걸.” 그는 발톱 자국이 잔뜩 난 손을 보여주었다. “이건 소파에서 그애들을 붙잡으려고 하다가 생겼고, 이건 침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다가 생겼고, 이건 마침내 그애들을 겨우 집밖으로 내쫓았을 때 생겼네.”

“그들은 한창 젊고, 놀기 좋아하지.” 재미있어 하는 스스로에게 놀라면서 카스티엘은 말했다.

“그럼 자네가 그애들이랑 놀게나. 나는 늙었고, 지쳤고 간밤엔 눈도 못 붙였어.” 로버트는 De praestigiis deamonum(악마의 마술)을 집어들고서 카스티엘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난 할 일도 있다고.”

그가 로버트에게 아무리 그들이 윈체스터라고 하더라도 고양이와 노는 일은 자기 임무 밖이라고 미처 말하기도 전에, 딘이 문으로 들어왔다. 그 고양이는 최대한 잘난 체를 하며 걸었다- 딘다운 행동이라는 말은, 무척이나 잘난 체하며 의기양양해 한다는 뜻이고 인간 모습이라면 능글거리면서 웃기도 할 터이다. 이빨 새에 대롱대롱 물린 생쥐 덕분에 딘의 능글맞은 웃음은 한층 더 딘스러워졌다.

“도대체 뭐...” 책을 내려놓으면서 로버트가 고함을 쳤다. “딘.”

딘은 두 사람 주변을 맴돌았고, 마침내 생쥐를 카스티엘 앞에 살며시 놓았다. 그는 아까보다 더 행복한 소리로 크게 가르랑거렸다. 어떤 모습이건 상관없이, 딘은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자넬 좋아하는군.” 로버트가 씩 웃었다. “가족보다 천사를 더 좋아하다니 형편없는 고양이 같으니라고.” 그렇지만 그는 진심은 아니었다. 로버트는 그저 그를 놀리려고 했을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로버트가 잘못 생각했다. 딘이 가족보다 천사를 더 좋아할 일은 결코 없었다. “그는 샘에게 밥을 먹여 준 내게 감사하고 싶었던 거야.”

로버트가 코웃음을 쳤다. “어쨌거나 간에.”라고 말하고서 그는 생각했다, 자네가 그리 믿고 싶다면야.

“사실이다.”

“여보게, 자네도 멍충이구먼.” 로버트가 투덜거렸다. “자네 생쥐 정도는 치워 줄 수 있겠나, 아니면 내가 방역 서비스를 불러야 하나?”

샘이 딘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는 생쥐를, 딘을, 카스티엘을 유심히 보더니, 빙글 돌아서 방 밖으로 달려 나갔다. 딘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뒤쫓았다.

“사실이다.” 카스티엘이 다시 말했다. 만약 천사 군대가 딘의 도움을 받길 원한다면, 샘도 반드시 구해야 했다.

로버트는 정나미 떨어진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생쥐를 집어올렸다. “가망 없구먼.”

카스티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었다. 그는 희망이 없었다. 그가 고양이나 생쥐나 윈체스터 형제에 대해서 무얼 안단 말인가? 요즘 들어 그가 아는 것은 당혹감 말고는 없었다.

샘은 적어도 생쥐보다 두 배는 큰 비둘기를 물고 돌아왔다. 그는 그것을 카스티엘의 발치에 던지고, 득의만만하여 거만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더니, 바닥에 놓인 가장 아늑한 쿠션을 향해 가버렸다.

딘은 돌아와서 나는 새 같은 건 내 위신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생쥐를 잡았다는 태도를 완연히 드러내며 비둘기를 보았다. 내가 더 나은 사냥꾼이야. 새가 아니라 생쥐야말로 고양이의 약속된 적이라고. 샘은 바보. 그러더니, 딘은 올려다보면서 카스티엘의 신발에 자기 몸을 비비대었다. 샘이 쿠션을 차지하든 말든, 딘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카스티엘이 더 말랑 포근 따스했다.

카스티엘은 거절하지 못하고 그를 집어 올렸다. 딘도 말랑 포근 따스했고, 카스티엘은 그를 안전하게 지키고 싶었다. 영원토록.

로버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 저주를 풀고 싶은 마음이 없구먼, 안 그래?”

“그렇지 않아.” 하지만 카스티엘은 딘을 팔에 추슬러 안고서, 다른 데로 날아갔다. 그는 로버트가 빤히 쳐다보는 와중에는, 그리고 이 공간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곤혹스러움 속에서는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딘의 발톱이 카스티엘의 팔을 파고들었지만, 그에게 실제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들이 내려서자마자 카스티엘은 최선을 다해 딘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딘은 샘을 보고 싶어 하며, 인간은 한 번도 드나든 적이 없는 도서관 바닥에서 미친 듯 날뛰고 있었다. 딘은 동생을 찾아 울었고, 눈에 들어오는 천사란 천사에게 모두 하악 소리를 냈다.

메스껍다는 듯 동요하며 우리엘은 고개를 저었다. “형제, 자네 애완동물을 꼭 여기 데려와야 했나?”

“아마 그가 조사를 도울 수 있을 걸세.” 카스티엘은 이건 우리엘이 자신에게 윈체스터 형제가 어쩌다 탈바꿈을 했는지에 관해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렇겠지.” 우리엘은 코웃음을 치고는 딘과 부딪치지 않으려 팔을 몸에 딱 붙여 늘어뜨렸다. “그 녀석은 인간이고 또 고양이네. 그런데 도울 수 있다?”

카스티엘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난 도서관을 써야 하네. 내가...”

“부탁이니 자네 애완동물을 혼자 내버려 두지 말게. 그래 주겠지? 캐스?” 우리엘은 딘이 지어준 그의 별명을 불결하고 저주받은 소리로 들리도록 발음했다. “불경죄에다 이젠 뭘 더할 작정인가? 수간?”

카스티엘은 우리엘을 빤히 응시하기만 했다. “책을 가지고 나가도록 하겠네.” 마침내 그가 말했다. 그는 필요한 책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네 염병할 고양이는 소홀하게 간수하지 마.” 우리엘이 그에게 고함을 쳤다. “난 그 녀석이 도서관에 오줌을 싸도록 두진 않겠네.”

딘은 느릿느릿 우리엘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더니 그는 뒷다리 하나를 들고 우리엘의 신발에 오줌을 갈겼다.

“윈체스터건 아니건, 네놈 자식은 죽은 목숨이다...”

카스티엘은 한 손으로 딘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책을 잡았다. 천사 같은 도움이란 그런 것에 불과했다.

&*&*

카스티엘은 그 ‘우발 사고’를 로버트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간은 아마 우스워할 것이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아도 딘이 무심코 티를 낼지도 몰랐다. 딘이 어찌나 의기양양해 하고 잘난 체를 하던지 누가 보면 그가 방금 악마를 죽였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로버트가 물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카스티엘은 거짓말엔 젬병이었다.

그래서 그는 대신 책을 내려놓고 그쪽으로 윈체스터 고양이들의 흥미를 끌려고 했다. “잘 되면 저들이 책 속에서 뭘 알아볼 수 있겠지.” 그는 책 사이에 딘과 샘에게 포상이 될 작은 먹이를 놓으면서 말했다.

로버트는 위쪽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저애들은 고양이야.”

“저들은 윈체스터야.”

“알겠네.” 로버트는 코웃음을 치고는 앉았다.

샘은 두꺼운 책인 De Magia Occultissima ex Orientis(동방의 신비한 마법)로 처음 다가갔다. 그는 머리를 기울이고 가죽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지만, 알아보니 치즈 한 조각 쪽이 훨씬 흥미로웠다. 이건 곧바로 그의 마음에 들었고 카스티엘은 메모를 했다. 체다 치즈는 싫고. 브리 치즈는 좋다.

딘은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햇살 한 줄기가 바닥을 가로지르며 떨어졌고 딘은 빛과 온기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반쯤 감긴 눈으로 그들을 보았고, 이따금 부드럽게 가르랑 소리를 냈지만, 단연코 움직이지는 않으려 했다.

샘은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빤히 들여다보며 가는 길에 있는 모든 먹이를 먹으며, 먹다가 붙잡히면 먹이를 못 얻게 될까 두렵다는 듯 조심스럽고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우아하게 책 주위를 맴돌았다. 카스티엘은 그러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는 벌써 치즈란 치즈는 모조리 샘의 입맛에 맞추어 바꾸어 놓았다.

“이제 알겠네. 저애들이 퍽이나 도움이 되겠는걸.” 로버트는 다시 코웃음을 치고는, 카스티엘이 가져온 책 중 한 권을 무관심을 내비치며 집어들었는데, 카스티엘은 그런 무관심이 조금 재미있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슬펐다. 인간들. 그들은 청하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얻을 텐데. 결국, 아버지는 그들을 아주 많이 사랑하시니까.

샘이 De Sapientia Animalium(생명체의 지혜) 앞에서 멈춘 순간, 카스티엘은 책을 펴고 책장을 획획 넘겼다. 샘은 느리게 움직이는 책장을 보며 얼을 빼앗겼고 보이지 않는 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로버트도 마찬가지로 얼이 빠져서, 입은 더 크게 쩍 벌리고서 카스티엘의 손가락 움직임을 커다래진 눈으로 쫓았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제발 그림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샘에게 빌었다. 무슨 그림이 네 기억을 일깨우지?

갑자기 샘이 앞발을 내렸다. 로버트는 샘이 기적이라도 된다는 듯 유심히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왔다.

“샘?” 카스티엘이 그를 재촉했다. 책장엔 디기탈리스가 눈구멍에서 자라난 바실리스크 해골이 그려져 있었다. “그건가?” 디기탈리스?

샘은 조금 보태 말하자면 씩 웃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발톱을 드러내더니 책장에 박고서 좍 내리그었다.

로버트는 소파에서 떨어졌다. 웃으면서.

카스티엘은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했다, 틀림없이 그게 필요할 터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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