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5일 토요일

[샘/카스티엘] 예수께로 데려가다

 제목: Carry You To Jesus
 작가: Indigo Night 
 번역: http://cafe.naver.com/mishacollins/2086
 페어링: Sam/Castiel
 등급: PG
 요약: 어느 늦은 밤, 한 천사의 방문은 그들 둘 모두에게 구원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을 새로운 뭔가가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스포일러: 4시즌 7회
 작가의 말: 그저 제가 왠지는 몰라도 이 페어링에 빠져 버리는 바람에, 그리고 이 페어링이 바깥 세상에 솔직히 너무 적어서 쓰게 되었어요. 4시즌 7회의 샘이 드디어 천사를 만나고 카스티엘이 불쌍한 새미에게 못되게 대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제목은 이 글을 쓰면서 반복해서 들었던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Steven Curtis Chapmen)의 노래에서 따 왔고요. 글을 시작하는 대사는 7회에서 가져왔습니다. 읽어 주시고, 감상 달아 주시고, 즐겨 주세요.





"난 그들은... 좀 다르리라 생각했어."


샘은 화내듯이 툴툴거리며 무거운 고서적을 읽다 말고 내던졌다. '이따가'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는 쪽지만 남기고서 딘은 밖으로 나갔고, 어디로 갔는지, 누구와 있는지, 무얼 하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신다. 요사이 그들이 묵는 모텔 방은 지저분한데다 삼십 촉 전구 하나밖에 없었기에 불빛도 너무 희미해서, 고대 라틴어로 쓰인 악마 연구서를 읽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바로 지난 사냥 때 생긴 멍으로(빌어먹을 키가틸리크가 그를 시멘트 벽에다 집어던졌다...) 알록달록한 가슴은 쑤셨고, 눈은 아렸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그러면서도, 시계가 새벽 세 시를 가리키는데도, 그는 잠들지 못했다.

"늦게까지 깨어 있군, 샘 윈체스터."

샘은 움찔 놀라서 욕설을 뱉으며, 무의식적으로 가장 가까운 데 있는 무기로 손을 뻗었다. 샘이 단언하건대 문은 열린 적이 없었는데도, 카스티엘은 안으로 들어와 문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

샘이 천사를 처음 만나고부터 거의 만 이주일쯤 지났고, 그때부터 그는 기도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나 여러 해 동안 지켜 온 습관을 이제 그만두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설령 그가 다시 기도하는 습관을 갖더라도 아무도 듣지 않으리라는, 그에게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모텔 방에서 두 천사와 마주했을 때 그것이 마치 용암처럼 혈관 속을 태우며 흐르는 느낌을 받았고, 그는 그들도 틀림없이 그것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를 더럽힌, 그를 부정하게 한 악마의 피. 그리고 이제 여기서 그 기분, 그때와 똑같은 심한 부끄러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 느낌 때문에 그는 천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카스티엘에게서 주춤 물러났다.

"형은 여기 없어요." 방은 하나뿐이니, 카스티엘 눈에도 그 사실이 보일 것임을 잘 알면서도 그는 말했다. 어쨌든 그는 그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솔직히,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무얼 말해야 하나? 무슨 연유로 천사가 그를 찾아올 일이 생기겠는가? 아니, 딘 때문에 온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천사는 그를 징벌하러 왔겠지. 그거 아주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낙담하면서 깨달았다.

"안다." 카스티엘은 간단하게 말했다.

"아, 네..." 샘은 어색하게 말을 더듬었다. 카스티엘은 꿰뚫는 듯한, 속속들이 아는 듯한 그 눈빛으로 그를, 정면으로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샘은 사실 그는 자신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그가 이제껏 저지른, 아니면 생각했던,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모든 더럽고 수치스러운 것을 응시한다고 확신했다. "그럼 왜 여기 왔죠?"

카스티엘은 답하기는커녕, 샘의 질문을 깡그리 대충 무시했다. "너 기도를 그만뒀군." 그는 말했다.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정말이지 무어라고 뒷말을 이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천사가 그를 질책하는 걸까, 아니면 시간 낭비를 그만두다니 똑똑하다고 말하는 걸까?

"믿음을 잃었나?" 카스티엘이 질문했다. 천사의 감정은 그 육신의 얼굴로는 잘 전해지지 않는 듯했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왠지, 마치 그는 순수하게, 거의 순진하게 궁금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오." 그 말은 진실이었다. 사실, 결국 샘은 이제 드높은 권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느 때보다도 확신했다, 결국 이 순간도 그는 그 존재를 증명하는 천사와 이야기하는 중이었으니.

마치 샘이 그가 풀어내려 애쓰는 중인 무슨 불가사의한 퍼즐이라도 된다는 양, 카스티엘은 투명한 푸른 눈으로 탐구하듯이 그저 그를 계속 응시하기만 했다. 그는 단순한 대답 이상을 기다리는 것이 분명했다.

샘은 거북하게 몸을 옮겼다. 부끄러움이 다시 솟구치며, 뺨까지 차올라 새빨갛게 물들었고, 거의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그는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그 눈빛이 자신의 참 영혼을 찾아(내게 영혼이 있긴 할까? 가끔 그는 의문을 품었다...), 자신의 모든 방어벽을 깨뜨려, 그 거룩한 두 눈 앞에 자신을 무력하게 환히 드러내며 다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달아나고 싶다는, 숨고 싶다는,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가서 천사가 가버릴 때까지 있고 싶다는 강력하고 비이성적인 충동을 느꼈으나,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다는 것도 동시에 깨달았다.

"이봐요, 그냥... 뭘 원하는 거죠?" 이 말은 샘이 의도했던 것보다 거칠게 흘러나왔지만, 그는 이제 무척이나 불편한 기분이었고, 점점 강렬해지는 천사의 시선을 받으며 공황에 빠지려는 차였다. 뚫어지게 보는 시선 탓에 그는 움찔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카스티엘은 샘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고, 샘은 정말로 자제력을 잃고 안절부절 못했다. 그는 너무 강렬해서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는... 어쩐지 넋을 빼앗긴 듯, 최면에 걸린 듯 보였다. 마치 샘의 중력에 끌린 것처럼, 그는 아주 약간 앞쪽으로 몸을 숙였다.

한편, 샘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으로 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침대 가로 자리를 옮겨 앉아 카스티엘을 마주했다. 피가 혈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악마의 피, 그가 벗어나지 못하는 저주가. 그리고 바로 저기에서, 그의 앞에서 그는 불현듯 빳빳하게 다린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회계사가 아닌, 그에게 깃든 견딜 수 없도록 밝은, 거룩한 빛을 보았다. 카스티엘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그는 두려우면서도 들뜨는 기분이었다.

그의 마음 한 부분은 그를 향해 만일 그가 저 광휘의 한 부스러기에 손만 대어도 그림자는 사라지고 그의 영혼이 정결해질 것이라고; 악마의 피는 혈관에서 씻겨 나가고 다시금 깨끗해질 것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러기를 애타게 바랐고, 갈망했고, 겁냈다.

별안간 양쪽 모두는 서로 십여 센티 정도밖에 거리를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샘이 어느새 일어나 있었고 지금 십여 센티 떨어진 상대방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중이었음을 깨닫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둘 다 모르는 어떤 낭떠러지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듯, 둘은 숨을 죽였다.

천천히, 샘은 손을 들어 올려 카스티엘의 얼굴로 가져갔다. 그 손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그는 천사를 정말로 만지지는 못한 채 머뭇거렸다. 그의 마음속 한 부분이 움츠러들었다. 자신은 이럴 자격이 없다며, 한구석에서 스스로를 향해 말하려 했다. 카스티엘은 자신을 이런 구원의 빛으로 눈멀게 하며 앞에 서 있을 게 아니라, 자신을 징벌해야 한다고.

카스티엘도 샘과 마찬가지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듯했다. 그는 왜 자신이 스스로 여기에 왔는지 몰랐다. 그는 여기에 아무 볼일도 없었다. 그는 샘의 형에게 볼일이 있었다. 반(半) 악마는 덤으로 딸린 관심사일 뿐이었다. 그가 받은 명령은 딘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딘은 그 과정에서 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것은 그의 책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기에 와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하느님은 신비 속에서 일하신다.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채 천천히, 그는 샘에게 승인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샘의 손은 마지막 간격을 좁히며 그의 뺨을 감쌌다. 둘은 감정의 해일에 휩쓸렸다. 그것은... 묘사하기 불가능했다. 맹렬하고도 어지럽고, 두렵고도 경건한 느낌이 전부 한꺼번에 밀려왔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들은 무릎을 꿇었다. 더 접촉하길 원하면서, 절실히 갈구하면서  샘은 앞으로 몸을 밀어붙였다. 그는 입술을 카스티엘의 입술에 대고 누르며, 카스티엘이 깃든 육신의 희미한 향기를 맛보았고, 그러는 동시에 인간의 언어로는 묘사할 말이 없는 어떤 것, 천사의 순수한 본질에 자신을 담갔다.

카스티엘은 그가 닿아 오는 것에 저항했지만, 미미하게 했을 뿐이었다. 자신은 샘 윈체스터를 구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유혹에 빠지는 것일까? 그들이 자기도 모르게 들어선 이 자그마한 전투에서는 누가 이길 것인가, 천사가 아니면 악마가?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랫동안 천상에서 살아오는 동안 그는 이렇듯... 인간다운 감정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건 아마 나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만물 가운데서 그는 언제나 인간을 가장 사랑했고, 왜인지 모르게, 완전한 인간조차도 아닌 이 작은 인간 한 명은 이제껏 그가 본 무엇보다도 놀라운 존재였다.

그는 자신에게서 무언가가 샘에게로 빠져나가며, 인간에게서 흘러들어온 무엇이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게 뭔지 그는 몰랐다. 그는 샘 윈체스터를 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그를 뒤따라 파멸로 걸어들어가는 것에 불과할까?

그는 몰랐다. 그러나 어느덧 그가 완전히 굴복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의 몸에 팔을 둘렀을 때, 그는 자신이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새뮤얼 윈체스터를 자신이 구원하겠노라고, 그러지 못한다면 그와 함께 추락하겠노라고 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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