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고양이 01] 크고 작은 온 생명



 제목: All creatures great and small
 작가: olympia_m
 구분: 번역
 장르: Gen
 인물: Castiel, Bobby, Dean...
 등급: PG





카스티엘은 우리엘 같은 유머 감각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에게도 우스움을 느끼는 감각은 있다. 그리고 우리엘이 어마어마하게 메스껍고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고양이 두 마리를 목덜미를 잡고 대롱대롱 든 광경은 확실히 웃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우리엘의 얼굴을 보고 웃거나 한 건 아니다. 그래, 그는 그냥 혀를 깨물고 눈을 내리깔기만 했다.

"이 문제는 자네가 떠맡아야지, 내 일은 아니네." 우리엘은 벌컥 성을 내고는 두 마리를 앞으로 휙 떠밀었다. 그 바람에 고양이들은 몸을 뒤틀고 단단한 것을 붙잡으려 발톱을 뽑았다. 이 경우에 단단한 것이란 우리엘의 팔이었다. 흑백 점박이 고양이는 우리엘을 할퀴었고, 우리엘은 카스티엘의 품으로 고양이 두 마리를 던지다시피 했다. "얼른 자네 망할 애완동물을 가져가."

카스티엘은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신경을 쓰면서 줄무늬 고양이부터 먼저 집어들었다. "안녕, 딘." 그는 고양이에게 말했고, 딘은 머리를 들고 그를 보며 천천히 눈을 껌벅였다. 딘에게서 좌절감이 썰물처럼 가시며 대신 피로가 밀려드는 것을 카스티엘은 느꼈다. 그는 시험 삼아 딘의 뒷통수를 문질렀고 딘은 작게 가르랑거렸다. 그 소리를 듣자 카스티엘은 미소 지었다.

카스티엘은 딘을 팔뚝 위에 올려놓고 나서, 샘을 집어 들었다. 딘과는 다르게, 샘은 그를 향해 쉬잇거렸고, 카스티엘은 딘이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팔이 두 개뿐이라 한 팔에 윈체스터를 한 마리씩 둘 수밖에 없었고, 우리엘은 그를 도와주지 않으려 했다.

“저주를 풀 방도를 찾아보게, 그러고 싶으면.” 우리엘은 비꼬듯 투덜대고는, 그를 혼자 두고 가버렸다.

샘은 여전히 하악 소리를 냈다. 카스티엘은 날개를 꺼냈고, 이유를 말로 설명하진 못하지만,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날개가 고양이 눈엔 보였다. 샘은 소리를 그치고, 카스티엘의 등뒤에 펼쳐져서 부드럽게 앞뒤로 너울거리는 날개에 넋을 빼앗겨서 목을 죽 빼었다.

딘은 카스티엘의 팔에 코를 비비는 일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날개에 관심이 쏠렸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는 티내지 않았다.

“피곤한가 보군, 안 그런가, 딘?” 카스티엘이 한숨지었다.

샘은 그의 팔에서 뛰어내리고는 그의 오른쪽 날개 끝이 지나간 자리를 뒤쫓았다. 그는 주변을 빙빙 맴돌았고, 카스티엘이 보지 않는다 싶을 때마다, 날개를 붙잡으려 했다. 뛰어오르고, 발톱을 쫙 펼쳐서, 움켰다. 실패했다. 다시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카스티엘은 오 분 만에 또 미소를 띠었다. 개인 최고 기록이라고, 딘이라면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딘은 머리로 카스티엘을 부드럽게 토닥거리면서, 또 샘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의 품 안에서 만족스레 쉬는 중이었다. 카스티엘은 보듬은 팔을 딘이 좀 더 편안할 것 같은 자세로 고쳐 잡고 딘의 머리꼭지를 긁었다.

딘이 낮게 목구멍을 울리며 가르랑거리다가 카스티엘이 잠깐 긁는 손을 멈출 때마다 소리를 뚝 그치는 동안, 그래서 매번 카스티엘이 미안해서 못 멈추도록 하는 동안, 샘은 그의 날개 끄트머리를 쫓아다녔다. 샘이 움직일 때마다 날개깃이 손이 안 닿는 데로 가서 계속 춤추는데도 하나도 개의치 않으면서 신나게 들떠서. 샘은 붙잡기보다 따라다니기가 더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저주라. 카스티엘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라도, 무슨 저주인지 알아내고 나서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었다. 그때까지는, 그는 윈체스터 고양이들에게 매인 신세였다.

샘이 그의 날개를 할퀴었을 때, 카스티엘은 얼마나 그가 그들에게 제대로 매였는지 깨달았다.

&*&*

카스티엘이 그의 집 거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로버트 싱어는 그에게 성수를 끼얹었다. 카스티엘은 그저 반사적으로 행동했고 가까스로 윈체스터 두 마리를 모두 날개로 가릴 틈이 있었다. 그도 물과 고양이가 상극이라는 사실쯤은 알았다.

“대체 이...” 로버트 싱어는 그러고 나서야 말을 하고서 이윽고 고개를 흔들었다. “자넨 딘의 천사로군, 그렇지?” 그가 어리벙벙한 기분인 것은 당연했다. “뭐, 놀라서.” 그는 뜸을 들이며 씩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나 자네?”

딘과 샘은 머리를 쳐들고는 바비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고 자네 애완동물들 말이야?”

샘은 뛰어내렸고 카스티엘은 자기 몸에 손이 적어도 한 네 개쯤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하고 생각했다.

“자네가 천사건 아니건, 여기는 고양이 두는 데가 아니야.” 로버트는 짜증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루를 가로지르는 샘을 가로막으려 움직이지는 않았다. “딘 녀석이 날더러 자네가 멍충이라는 소리는 안 했는데, 여보게.” 로버트가 덧붙였다. “자네 고양이니, 자네가 처리해.”

“다들 그 소리만 하는군.” 카스티엘이 나직하게 불평을 토했다. 처음엔 우리엘이 그러더니, 다음엔 딘과 샘이 마지막에 묵었던 모텔 방을 청소하러 온 여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그 말을 하더니, 그런 다음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텔 관리인이 그를 쫓아내면서 똑같이 말하더니, 이제는 로버트였다.

로버트는 한숨 쉬고는 위쪽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그 멍충이 녀석이 자네가 강아지 눈망울 짓기 부문에서 샘 뺨친다고 경고해 줬다.”

카스티엘은 그를 빤히 응시했다. 왜 강아지 눈망울이 부문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거고 왜 내가 샘의 뺨을 치고 싶어 한다는 거지? 왜 요즘 사람들이란 평범하게 말하지 못하나? 로버트가 생각하기에 궁지에 몰린 카스티엘이 우습다면, 왜 그렇게 말하지 않지?

“암만 그래도, 고양이는 여기 못 둬.” 가뜩이나 고양이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로버트에게 더욱 자기들을 싫어해 달라는 듯, 샘은 책 한 권을 가리가리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훠이, 훠이.” 로버트는 고함을 치고는, 마침내 움직였다.

딘은 가르랑대는 소리를 그쳤고 그때서야 카스티엘은 자신이 딘을 멍하니 토닥이던 중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시작했다.

“자네 왜 저것들에게 말을 하지 않나? 왜 그만두게 하지 않는 게야?” 아직 샘을 붙잡으려고 애쓰던, 아니 샘을 내쫓아 버리려고 애쓰던 도중일지도 모르는 로버트는 그에게 고함을 쳤다. 카스티엘은 어느 쪽인지 확실히 몰랐는데 로버트는 단지 “이 망할 고양이 잡기만 하면...”이라는 생각뿐 일단 샘을 잡고 나서 무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버트는 단지 약이 올라 있을 따름이었다.

“첫째, 저들은 동물이야. 말할 능력도 없고, 우리처럼 말을 알아들을 능력도 없지. 둘째, 저들은 고양이야. 난 그저 저들을 몰아갈 수밖에 없지. 마지막으로.” 카스티엘은 한숨을 쉬었다. “저들은 윈체스터야. 그들이 언제 한번이라도 내 말을 듣던가.” 딘은 그저 카스티엘이 포근말랑따스하다는 기분과 나른함을 느낄 뿐이었고 샘은...

로버트는 굳었다. “저것들이 뭐라고? 이 개자식아, 도대체 저애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네놈이 천사건 말건, 내 기필코...” 로버트는 이 생각도 역시 끝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샘을 뒤쫓기를 그만두고는 카스티엘에게 산탄총을 겨누었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 그들은 저주를 받았고, 내 생각엔...”

로버트는 총을 내렸다. “자네가 조사를 하는 동안 내가 그들을 감시하겠네, 그렇다면.” 그리고 다시 총을 들어올렸다. “잊을까봐 말하는데. 나는 고양이 보는 사람이 아니야. 젠장, 저 망할 녀석들이 지금 뭐 하는 거지?”

“영역 표시 중인 것 같은데.”

“소파에다 오줌을 싸잖아.” 혈압과 홧증이 함께 치솟은 로버트는 다시 버럭 고함을 쳤다. “뭐라도 해 보게.”

카스티엘은 딘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샘을 움켜잡았다. 자그마한 은총이 소파에 묻은 더러움을 해결해 주었다- 로버트가 고양이 오줌이 나쁘다 생각한다면, 맥주 얼룩과 음식 얼룩과 해묵어 말라붙은 정액도 마찬가지이리라, 카스티엘은 판단했다. “작은 상자가 있어야 할 거다.” 그는 로버트에게 말했지만 로버트는 턱이 빠지도록 입을 쩍 벌린 채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생각은 천사천사천사라고만 이어지는 문자열이 되었다.

그러나, 샘은 그다지 감동받지 않았다. 그는 아주 화난 쉿 소리를 내고, 당장 바닥으로 내려놓으라고 떼를 부리며 그의 팔을 할퀴었다. 카스티엘은 그를 토닥이려고 하다가 손가락에 발톱자국이 나고 말았다.

“저거...” 로버트가 겨우 말했다.

“샘.” 카스티엘이 한숨지었다.

“악마 피인가?”

“호기심이야.”

로버트가 코웃음을 쳤다. “샘 맞구먼. 그렇다면, 내려놓아 주려무나, 얘야.”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소리를 듣자 카스티엘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딘이 친구라는 양 그를 바라볼 때 가끔 차오르는 이상한 느낌과 비슷했다. 그는 샘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으려 몸을 숙였지만, 샘은 풀어주자마자 펄쩍 뛰어 달아났다. 그러더니 그는 몸을 돌려, 꼬리를 조금 치켜들고, 털을 곤두세웠다. 그는 카스티엘을 향해 쉿 소리를 냈고 샘이 고양이며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는지는 몰라도, 저기 있는 샘은- 카스티엘에게 자기가망할 혼자 있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로버트는 웃어댔다.

딘이 마침내 일어났다. 그는 지루한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샘을 내려다보고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카스티엘은 그를 토닥이고 싶은 충동을 다시 느꼈다.

“저 애들에게 줄 음식이 있는지 찾아보러 가겠어.” 로버트는 말하고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자네가 감시하게.”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딘이 머리로 자기 허리를 툭툭 치도록, 얼굴을 자기 등에 비비도록, 자기 손가락을 부드럽게 핥도록 내버려 두고 탁자에 기대었다. 그가 느끼는 애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이 감정은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만물에 그가 느끼는 추상적인 사랑과는 이토록 다른지 궁금했다. 그는 다시 날개 끝을 써서 책으로 관심을 돌리지 못하도록 샘의 주의를 흩어놓았고, 딘이 자기 손을 장난감 삼아 놀도록 내주었다.

그리고 로버트 싱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쳤을 때에서야 그는 귀에 들리던 깊고 낮게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딘이 아니라,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온 소리였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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