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5일 화요일

[딘/카스티엘] 마지막 부른 말


 제목: The Last Call
 작가: blackdoggie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Castiel/Dean
 등급: PG 
 경고: 윈체스터 형제의 노년기, 등장 인물의 죽음(character death)




 
샘은 눈을 비비고 나서 안경을 다시 썼다. 완벽하던 시력은 완벽하던 체격과 더불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노년이란 몹쓸 놈이었다. 완전히 절대적으로 몹쓸 자식이었다. 그러나 노년의 주업은 좀도둑질에 불과했다. 노년은 하나씩 둘씩 차례로 앗아갔다. 체력, 완력, 시력, 그리고 젊음의 생기와 흥분을 모두.

한편으로는 그와 딘이 무사히 팔순을 넘긴 것을, 자신들 같은 식으로 살면서도 어찌어찌 살아남은 것을 그저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았다. 오래 전에, 그들이 아직 젊고 아름답고 기운차던 시절 그들은 둘 모두 죽었다가 부활했다. 샘은 악마와 맺은 계약에 의해서였고 딘은 천사의 손에 의해서였다. 자기 형제자매보다 인류를 택했던 천사. 주님께 스스로를 입증하고 보답으로 큰 상을- 사랑과 삶, 인간의 삶을 받은 천사.

카스티엘을, 그들이 세상의 종말을 막고부터 그렇게 수십 년을 지내며 자신에게 딘만큼이나 소중한 형이 된 이를 기억하며 샘은 한숨을 지었다. 인간으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때마다 밝게 빛나는 푸른 눈은 늘 호기심에 차서 앞을 뚫어지게 주시하였고, 언제나 그 눈엔 숭경과 어린이 같은 경외감이 감돌았다. 그는 아직도 그가 그리웠다, 물론 딘이 그리워하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샘의 가슴 역시도 구멍이 뚫린 듯 허전했다. 카스티엘은 그들과 더불어 늙어갔고 얼마 동안 샘은 어쩌면 그들 세 명은 영원히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었다... 심한 병을 앓지도 않고 몸이 좀 삐거덕거리고 나이 들며 천천히 기력이 쇠하는 것 말고는 건강 문제도 없이, 그들 셋은 그저 거칠 것 없이 살아갔다. 하지만 지난봄에 그들의 천사는 병이 들었고 어울리게도 주일 아침 딘이 곁에서 그의 손을 잡은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샘은 그 순간을 마치 어제인 듯 기억했다. 이 말이 카스티엘의 유언이었다. "괜찮다 딘. 나는 멀리 가지 않아. 그저 문으로 들어갈 뿐이지. 거기서 널 기다리겠어."

그의 마지막 숨결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공포는,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왜 있겠는가? 카스티엘은 커튼 너머 저편에서 무엇이 그를 기다리는지 잘 알았다. 천사는 인간들이 늘 죽음을 그토록 두려워하다니 유감이라고,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는지 인간들이 안다면 한 순간도 그런 하찮은 걱정을 하느라 허비하지 않으리라고 예전에 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샘은 카스티엘의 말을 믿었고 그 뒤부터는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들 대다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이의 얼굴을 대하거나 곁에 머무는 천사의 다정하고 정직한 얼굴을 들여다본 적이 없기에 성나 싸우면서 겁에 질려서 죽었다. 그러나 딘은 그렇지 않았다. 샘처럼, 그는 저편에서 무엇이 그를 기다리는지 알았다.

샘은 형의 창백한 얼굴을, 나이가 들어 흐려진 녹색 눈과 건방지게 능글거리는 웃음 대신 사려 깊고 흔흔한 미소가 자리 잡은 입매를 바라보았다. 그가 기다리고 있어 샘, 딘은 밤새 몇 차례 속삭였고 샘은 때가 가까웠다는 의미임을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그는 큰형을 떠나보낼 때가 왔음을 알았다. 병원에 딘 윈체스터가 있을 자리는 없었고 호스피스 시설도 마찬가지라 더 망설이면 의사가 여기서도 퇴원시킬 것 같았다. 본래라면, 딘은 일주일 전에 죽을 몸이었다. 심장은 중태였다. 확장되고 역류가 일어난 심장은 팔딱거리다가 이따금씩 힘겹게 피를 쥐어짰지만, 딘은 버텼고... 샘은 이유를 알았다.

딘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가길 원했다. 짐을 내려놓고 다시 카스티엘을 만나기를 무척이나 절실히 원했다... 그는 50년 동안 카스티엘을 온 힘을 다해 또 무척 깊이 사랑했고 전직 천사가 죽었을 때에는 크나큰 비통에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그는 존과 메리와 바비와 그 밖에 사랑하고 잃었던 다른 이들을 모두 만나길 원했다. 그는 준비가 되었다. 사실, 다분히 딘 윈체스터다운 태세로 그는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샘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게 딘이 여전히 산소마스크를 달고서 숨 쉬며 지친 눈으로 동생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까닭이었다. 이 많은 세월이 지나고도 그는 아직까지 새미를 돌보았고 샘이 작별 인사를 할 준비가 될 때까지는 떠나지 않을 셈이었다.

샘은 딘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가끔은 자신에게, 가끔은 아빠나 엄마에게, 대부분은 캐스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앉아서 밤을 지새웠다. 그러면서 (나이가 적고 많음은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로는 무의미해 보였지만) 윈체스터 형제 중 나이 적은 쪽은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딘이 평화로워지도록 놓아 주자고 스스로의 마음과 싸웠다. 오래 떨어져 있을 것처럼 생각되지는 않았다. 샘은 이제 여든세 살이었다. 그도 곧 뒤따를 터였지만, 또다시 딘 없이 이 세상에 남는다는 생각, 그 생각을 하면 그는 여전히 괴로웠다... 혼자서 몇 년을 더 보내야 한다면, 그 시간은 영원 같아 보이는 법이다.

그럼에도, 어젯밤이 지나고 나자, 사랑하는 그의 천사와 사랑하는 그의 아버지와 그 모든 진심어린 대화를 속삭이고 나자, 딘은 간절히 가고 싶어 했고 샘은 더 이상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시간이 되었다. 그가 형을 돌볼 시간이었다. 샘은 의자를 침대 가까이로 끌어와 딘의 산소마스크를 천천히 떼어냈다.

딘이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머금자, 샘은 몸을 가까이 숙이고 딘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형.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해."

"나도 그래 녀석아." 딘은 쉰 목소리로 가냘프지만 평온하게 말했다. 그의 마음엔 한 톨의 공포도 없었다. 그는 곧 집으로 돌아가게 될 터였다. "갈 시간이냐, 새미?"

샘은 얼굴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 않았지만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띠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 시간이야 형."

"좋았어. 난 멀리 있지 않을 거야."

"나도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딘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샘은 그의 손을 굳게 잡고 약해지는 딘의 숨소리를 들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러다가, 그가 딘이 숨을 거두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그는 큰형의 얼굴에 기쁨 어린 함박웃음이 퍼지는 모습을 보았고 잠깐 동안 그의 눈에 딘은 단연코 다시 한 번 서른 살이 되었다... 주름살은 매끄러운 피부로 되돌아왔고, 머리카락은 더 이상 잿빛이 아니었고, 병원복 아래 근육은 다시 팽팽하고 탄탄해졌다. 빛이 일으킨 착각이거나 그렇지 않아도 떨어진 샘의 시력이 눈물 탓에 한층 더 흐려졌기 때문임이 틀림없었지만, 샘은 한 가지만은 확신했다. 그 웃음은 딘이 문을 열었다는 뜻이었다, 그가 문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을 만났다는 뜻이었다...

"캐스." 딘은 행복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서 그는 숨을 거두었다.

샘은 간호사들이 들어와 그를 내어갈 때까지 딘의 손을 잡은 채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며칠 뒤 그는 딘을 바비 옆자리에 묻으며 자신의 남은 생 몇 년이 속히 고통 없이 끝나게 하시어 우리들이 모두 다시 만나도록 하여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딘이 마지막 숨을 거둔 날로부터 석 달 후, 샘 윈체스터는 자다가 심장마비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으니 하느님께서는 실로 자비로우셨다. 그가 눈을 뜨고 문을 열었을 때, 딘과 카스티엘은 약속한 그대로 그를 기다리며 그곳에 있었다. 다시 한 번 젊고 아름답고 기운찬 모습으로. 영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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