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02/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2374)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20년 전

주말이 지난 후 그들은 도착했고, 존은 자신이 집에서 쓸 물건들과 아이들이 학교에서 쓸 물건들을 위해 구세군에 가있는 동안 동네 탐험이나 하라고 아이들을 부둣가에 내려주었다.

어, 학교란 말이지. 딘은 뒤에서 발을 질질 끌고 있는 새미와 함께 가게로 가면서 생각했다. 딘은 언제나 전학생이 되는 게 싫었다. 적어도 이번엔 새미와 함께이긴 했지만. 새미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유치원을 다니긴 했지만 고작 반나절의 일이었고, 딘과는 다른 학교에 다녔었다. 모스 포인트에는 초등학교가 하나밖에 없었기에 둘은 같이 다니게 되었다. 이건 괜찮은 일이었는데, 딘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새미를 돌봐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딘은 ‘전학생’이나 ‘아웃사이더’, ‘괴짜’가 되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이것만이 학교에 애착이 없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성적에 관해 항상 문제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존이 딘에게 그가 게으르다고 말했지만, 고맙게도 통찰력 있고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교사 덕분에 작년에 딘은 학습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명 났다. 그녀는 방과 후 딘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그건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예전의 일이었다. 존은 충분한 뒷바라지를 해주지 않았고 딘은 새로운 반에서 또 다시 멍청한 아이로 돌아가야만 했다. 곤란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학교는 딘에게 있어 정말이지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딘은 오늘 다른 무언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는 길에서의 작고 파란 눈을 가진 소년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왜 이 일이 그렇게나 자신에게 중요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카스티엘만이 이 마을에서 흥미로운 존재로 보였다. 게다가, 파커씨는 아직 그에게 소다를 빚지고 있었다.

딘은 본능적으로 샘의 손을 붙잡고 가게의 문을 연 후 안으로 들어갔다. 파커씨는 막 예쁜 여자 손님과의 계산을 마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미소를 지어 보었다.

“왔구나, 샘, 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다 먹을 준비 됐니?”

“음, 오늘같이 날씨가 어두운 날에도 명랑한 아이들이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느릿하게 말했다.

“엘렌, 모스 포인트에 새로 온 아이들을 소개해주지. 딘과 샘 윈체스터라네.” 파커씨는 그들을 가리켰다. “작은 애가 샘이지. 얘들아, 이쪽은 엘렌이란다. 보안관의 아내고.”

“안녕하세요.” 샘이 움츠러들어선 안절부절못하며 딘의 뒤에 숨어있는 동안 딘은 대담하게 말했다. 딘은 샘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다시 여자에게로 고갤 돌렸다. “얘가 좀 소심해서요.”

“오, 그러니? 내가 아는 다른 애랑 같네.” 그녀는 짓궂게 웃었지만 딘을 보고 있진 않았다. 카운터 너머의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제야 딘은 카운터 뒤에 솟아있는 흐트러진 검은 머리의 꼭대기를 눈치 챘다. 심장이 요동쳤다. 카스티엘이 이곳에 있었다! 왜 이것이 그를 이렇게나 기쁘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쁜 건 확실했다.

“카스티엘, 거기 숨어있는 건 그만두고 나와서 인사하렴. 새로 온 사람들에겐 좋은 인상을 만들어 줘야지.” 엘렌이 상냥하게 말했다. 잠시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잠시 후 딘은 머리가 카운터 아래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머리는 코너를 돌아 마침내 카운터 밖으로 나왔고 딘은 처음으로 소년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는 작았다. 하지만 샘만큼 작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의 나이에 비한다면, 사실상 난쟁이에 가까웠다. 바비가 엉덩이에 대해 말한 게 맞았다. 카스티엘의 오른쪽 다리는 이상한 각도로 안쪽으로 틀어져 있었고, 그래서 그는 한쪽에 구부정하게 서있었다. 딘은 그에게 있어 걷는 일이 고통스러울 거라고 짐작했다. 소년의 머리카락은 두껍고 마구잡이로 엉켜져있었으나 소년은 딘이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크고 빛나는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안녕.” 소년은 딘을 보지 못하며 수줍게 말했다.

“안녕, 난 딘이야.” 딘은 대답하고서 소년에게로 곧장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카스티엘은 잠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공황상태에 빠졌으나, 곧 망설이면서 딘과 악수했다.

여태껏 딘의 셔츠 뒷자락에 달라붙어있던 샘이 마침내 크게 소리 내어 말했다. “난 샘이야!”

카스티엘은 그의 높고 어린 목소리에 미소를 짓고는 답했다. “안녕, 샘.”

잠시 동안 그들은 서있는 채로 불편하게 서로를, 바닥을, 그리고 카운터를 응시했다. 아이들은 서로를 낯설게 여기고 있었고 서로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특히나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는 더더욱.

할아버지가 끼어들자 카스티엘은 무척 안도한 것처럼 보였다. “음, 캐스. 내가 딘과 샘에게 아이스크림소다를 주기로 했거든? 너도 먹을 테냐?”

“으흠.” 카스티엘은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도망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편이 더 맞긴 했지만. 그러나 그가 엘렌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는 그에게 용기를 주듯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결국 카스티엘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네, 저도 주세요.”

파커는 미소 짓고는 말했다. “좋아, 얘들아. 바 위로 올라와서 너희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말해주렴.”

딘은 새미를 조금 들어 올렸고 덕분에 새미는 스스로 올라설 수 있었다. 딘은 샘이 떨어지지 않고 홀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카스티엘은 주의 깊게 딘을 보고 나서 발판 끝에 올라섰다. 그가 샘보다 약간 더 큰 것을 본다면 그의 다리로써는 능숙하게 올라서기 힘들 터였다. 카스티엘은 다리를 살짝 벌렸고 딘은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도와줄까?”

카스티엘은 넌더리가 난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혼자 할 수 있어. 난 아기가 아니라고.”

“난 아긴데!” 샘이 당당하게 외쳤고 이건 조금이나마 카스티엘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새미는 누구든 웃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딘은 그 사실이 특히나 기뻤다. 생각하기에 자신이 이 낯선 소년을 화나게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재밌게들 놀고, 나중에 다시 보자꾸나.” 딘이 발판 위로 올라오는 동안 엘렌이 카스티엘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새미는 뒤로 몸을 물렸고 거꾸로 매달린 채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그녀도 마주 그에게 미소 지어 주었다.

“나도 만나서 반가웠단다, 새미. 너희들 나중에 농장에 놀러오렴. 오래된 타이어 그네도 있고 말도 몇 마리 있으니까. 카스티엘은 언제나 놀러오거든. 너희들도 데려올 수 있겠구나.”

“그거 멋진데요.” 딘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카스티엘은 그저 카운터 아래만 내려다보면서 말없이 꼼지락거렸다.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준 후, 보안관의 아내는 세 명의 소년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소년들은 또 다시 어색한 침묵 속에 남겨졌고, 파커씨가 돌아와 물을 때까지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그럼 새미, 무슨 맛을 원하니?”

“초콜릿이요!”

“딘은?”

“똑같은 걸로 주세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딘이 대답했다. 자주 그러진 않았지만, 말도 없고 정신 사납기만 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다.

“캐스는?”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참을 성 있게 기다리는 동안 캐스는 쭉 아래만 내려다봤다. “정말로 뭘 먹고 싶은지 모르겠는걸요.”

“바나나 스플릿은 어떠니? 아니면 콘으로 줄까?” 파커가 재촉했으나 카스티엘은 고개만저을 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마지막 노림수를 던졌다. “볼로냐 샌드위치는 어떠냐?”

카스티엘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음, 지금이라면 나도 하나 먹어야겠는데.” 그건 며칠 전 딘이 CB 라디오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였다. 딘은 뒤를 돌아보았고, 키가 크며 검은 머리에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이, 데콘. 오늘은 좀 어떤가?” 카스티엘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인사했다.

“좋아요, 좋아. 몇몇 녀석들이 고속도로에서 트럭을 전복시켜가지고 아침 내내 거기에 매달려 있어야 했지만요.”

“아무도 안 다쳤길 바라네.”

“다친 사람은 없었어요.” 데콘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는 타이손으로 운송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사방이 닭들 천지에 깃털 투성인지라 아침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가서 봐도 돼요?!?” 카스티엘이 외쳤고 딘은 놀라서 돌아보았다. 시무룩해있던 소년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보안관이 여기 있단 사실에 지금은 얼굴 한 가득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럼, 당연히 되지.” 데콘이 대답했다. “어쩌면 여기 있는 너의 친구들도 가고 싶을지 모르겠구나.”

카스티엘이 대답하기도 전에 파커씨가 끼어들었고, 샘과 딘을 보안관에게 소개해줬다. 모든 인사가 끝난 후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애들의 아빠가 바비의 친구지. 그의 보트에서 같이 일하게 될 거라더군.”

“아, 네.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친구가 있다고 바비가 말하더군요. 음, 얘들아. 뭔가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나에게 알려주렴.”

딘은 조심스레 남자를 살폈다. 존은 언제나 권위를 중요시했고 딘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데콘은 웃는 표정을 만들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유니폼에 겁먹지 마렴. 난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그렇지, 캐스?”

카스티엘은 열광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딘은 현재 보안관이 여기 있단 사실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한 무리의 닭들이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새미를 이끌고 거리를 몇 시간 동안 헤매는 것보다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럼 우리도 현장을 조사해볼 수 있는 건가요?”

“물론. 너희 아버지만 허락한다면 말이다.”

그래, 우리가 어디에 있거나 뭘 하든 허락은커녕 상관도 안 하는 것처럼 말이지. 딘은 생각했다. 그는 겉보기에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Eddie Haskell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허락하실 거예요. 아버지는 몇 가지 볼일이 있으셔서 저와 샘만 나와 있던 거거든요. 경찰이 우릴 돌봐준다고 하시면 좋아하실 걸요. 새미, 닭들 보러 갈래?”

“닭들 보러 간다!”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새미가 외쳤고 이는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단 한 명, 카스티엘을 빼고는. 딘은 그가 자신들도 닭을 보러 가는 데에 참여한다고 한 후부터 갑자기 조용해진 것을 알아챘다.

“그럼 가서 너희들의 소다를 가져오렴. 그리고 출발하자꾸나.” 하나 남아있던 의자에 앉으며 데콘이 말했다.

15분 후 데콘이 점심을 먹는 사이 딘과 샘은 행복하게 자신들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카스티엘은 조용히 자신의 볼로냐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


현재

“냄새 좋은데.” 딘은 부엌으로 들어오면서 튀긴 닭과 으깬 감자, 그리고 막 구운 비스킷의 향에 대해 말했다.

샘은 웃으면서 말했다. “음, 내 요리 실력은 좀 한정적이어서 말이지. 제스가 와서 형이 마을에서 보내는 첫 번째 밤이니까 더 호화스럽게 보내자고는 했지만, 형과 나 둘이서 보내고 싶어서 거절했어.”

제시카는 샘이 몇 년 동안 사겨왔던 여자였다. 그는 실제로 그녀를 작년 크리스마스에 보이시로 데려가기도 했었다. 딘은 그 당시 그곳에서 정비공으로 일했었고 그 해의 겨울은 그의 빌어먹을 인생에 있어 가장 추운 겨울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크리스마스는 멋졌고 그는 정말로 제스를 좋아했다. 그녀는 상냥했고 항상 쾌활한데다가 그들 둘을 성심성의껏 좋아해주었다.

“그래도 괜찮아?” 딘이 물었다. 그녀를 빼놓고 싶진 않았다. 사실 그는 샘과 그녀가 결혼하길 바라고 있었다. 샘은 가족이 필요했고 솔직히 말해서, 그녀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럼.” 딘이 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는 사이 샘이 대답했다. “그녀도 이해했는걸.”

“걘 정말 괜찮은 여자야, 새미.” 딘은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래, 그렇지.” 그는 망설이며 말했다. “난, 으흠. 그녀에게 청혼할 생각이야.”

“정말?!? 진짜 잘 됐다!”

“그래?” 샘은 놀라움에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당연하지. 안 그럴 이유도 없잖아?” 딘이 미간을 찌푸렸다.

“난 그냥- 형이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삶을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았지.” 샘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 말은, 형은 어딘가에 정착해서 사는 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리고-” 딘이 언짢은 표정을 짓자 그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형도 알잖아. 남자와 함께 말이야. 형이 아내나 아이를 갖는 걸 원하지 않는단 걸 알지만, 다른 누구와도 잘 지내려고 하진 않았으니까, 으흠.”

딘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샘. 계속 말해도 돼. 네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아니까. 그렇지만 네가 청혼할 거라니 기쁜걸. 난 그녀가 네가 가진 것 중 최고라고 생각하거든.”

샘은 자랑스러운 눈치였고 딘은 둘의 결합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단 사실이 기뻤다. 그가 이 마을과 자신의 작은 동생을 뒤로 하고 떠난 후에도 그의 의견은 여전히 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딘은 자신이 원조를 해줄 수 있단 게 더없이 행복했고 지금 이 시점에선 바라던 것보다도 더 행운이 찾아드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잠시 후 그들은 죽여주게 맛있는 치킨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딘이 이제껏 먹어본 것들 중 단연 최고였다. 샘이 이렇게 요리 실력이 좋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제스가 가르친 게 틀림없었다. 그녀의 또 다른 좋은 점이었다.

“형.” 샘이 갑자기 미소 지었다. “혹시 닭 쫓아다니던 거 기억나?”

딘은 크게 웃었다. “오, 당연히 기억나지. 네가 통통하고 짧은 다리로 닭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걸 내가 어떻게 잊겠어. 팔을 허공에 뻗고는 ‘닭이다아아아아아아!’하고 소리쳤잖아. 무슨 전투라도 나가는 것처럼 말이지.”

“그랬었지.” 샘이 피식 웃었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추억거리 중 하나라니까. 그 때 캐스가 닭을 잡았단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딘은 그 때를 기억하며 웃었지만, 동시에 떠오르는 카스티엘에 대한 생각 때문에 움찔했다. 그는 불쑥 주제를 바꿨다. “그래서, 다들 어때?”

샘은 그의 분위기를 눈치 채곤 변화에 눈을 굴렸다. “어, 글쎄, 바비는 괜찮아. 지금은 거의 은퇴한 상태긴 하지만, 보트를 관리할 포르투갈 이주민을 고용했거든. 바비는 단지 부둣가에 앉아서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뿐이지.”

딘은 그 장면을 상상하며 웃었고 샘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형도 지난 3월에 데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딘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마비였지?”

“응.” 샘이 말했다. “그러기엔 젊은 편이었지만, 어쨌든 그의 가족에게 일어났지. 그래서-”

딘은 눈을 아래에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그 때 장례식에 못 와서 미안.”

“모두들 이해했어, 딘.” 샘이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딘은 고개를 저었다. “왔어야만 했어. 엘렌은 좀 어때?”

“좋아.” 샘이 말했고 이건 약간 낙관적인 것처럼 들렸다. “아직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마을 사람들도 모두 엘렌에게 잘해줘. 다들 데콘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음,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 딘은 눈물을 참기 위해 애쓰며 겨우 말을 꺼냈다.

“맞아.” 샘이 슬프게 대답했다. 둘은 잠시 동안 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넌 아버지에게서 들은 거야?” 딘이 물었다. 모든 거지같은 일들은 한꺼번에 끝내버리는 게 낫겠지.

샘은 코웃음을 쳤는데, 반은 우스워서 반은 진절머리가 나서였다. “맞아, 가끔 그랬지... 대부분은 그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였지만. 그는 여전히 플로리다에 있어. 몇 번의 음주운전과 술집에서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도 하고. 몇몇 여자들을 데려오기도 한다던데. 내가 아는 것이라고 해봤자, 여자들이 다 형편없다는 것뿐이지만.”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존은 괜찮은 것 같았다. “나한테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으니까 혹시 형이 원한다면-”

“아니.” 이게 딘이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잠시 동안 그들은 다시 먹는 일로 돌아가 침묵 속에서 식사를 했다. 그러나 딘은 샘이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곧 다가올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했고, 그랬기에 마침내 샘이 말을 꺼냈을 때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뭐 묻고 싶은 거라도 있어?”

딘은 모르는 척 해볼까 했지만, 소용없는 짓일 터였다. 샘은 그의 마음속에 누가 있는지 충분히 알만큼 딘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카스티엘의 별이 그의 셔츠 주머니 안에서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무심한 척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아직 이곳에 있지?”

샘은 한숨을 내쉬고는 눈을 굴렸다. “당연하지.”

“그는... 괜찮아?”

“아니, 사실 그렇진 않아.” 샘은 솔직하게 말했다. “형이 떠난 후로 그가 어땠을지 알잖아.”

이건 비난이 아니었다. 그건 딘도 알고 있었다. 단순한 사실일 뿐이었다. 마을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만큼, 나머지 반 정도는 나쁜 사람에 속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삶은 카스티엘에게 있어 쉬운 게 아니었으리라. 그렇지만, 딘에게도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도망치기까지 했었으니까. 카스티엘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뒤에 남겨졌고 딘은 이제까지의 세월이 얼마나 고된 것이었을지 다만 상상만 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데콘도 죽고 그 후엔-

“형은 그를 보러 갈 거잖아, 그렇지?”

딘은 느리게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것만이 그가 이곳에 돌아온 이유였다. 단지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되었을 뿐이었다.


+


20년 전

순찰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기묘하고 작은 소년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창문 밖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데콘이 그의 관심을 이끌려고 노력해도 말이다. 뒤에 앉아서 (마치 큰일이라도 저지른 사람마냥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서 간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딘은 보안관이 카스티엘과 대화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사이렌이라도 킬까, 캐스?”

카스티엘은 단지 부스스하고 작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딘은 아무도 그의 머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잠시 의심해보았다.

“이런, 캐스. 너 사이렌 울리는 거 좋아하잖니. 딘과 샘에게도 보여주자.”

그러나 다시 한 번 캐스는 완고하게 고개를 젓고는 저 멀리 시선을 주었다. 딘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 작은 여행이 그에게 있어서 세상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는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것처럼 굴고 있었다. 데콘이 포기의 의미로 한숨을 내쉬자, 딘은 뭔가 말할 거리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카스티엘도 말할 수 있게 할 만한 무언가가 없나 했지만 머릿속은 백지 상태였다. 사실 딘은 친구를 만드는데 있어 그다지 소질은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딘은 간절히 그럴 수 있기를 원했다. 어쩌면 카스티엘이 무척이나 작고 무기력해보여 딘으로 하여금 샘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 아니면 샘과 같이 온순한 아이들은 자신이 돌봐주어야만 한다는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캐스가 자신이 이 마을에서 만난 유일한 아이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학교에 가고 싶어서일 수도 있었다. 딘은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잡담’에 대해 머리가 깨져라 생각했다. 변덕스럽고 작은 소년을 무장해제 시킬만한 그런 것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고현장에 도착했고 딘은 끝내 생각해내지 못하고야 말았다.

닭들이 미친 듯이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녔다던 보안관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닭들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었고 남자는 닭들을 잡느라 분주했다. 이건 딘이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스케일 크고 웃긴 장면이었다. 데콘은 그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고 딘과 샘은 쉽게 밖으로 내렸다. 그러나 카스티엘은 차안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데콘은 걱정스런 시선을 그에게 보내며 말했다. “너와 샘은 저기 가까이 가서 보고 있으렴. 트럭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진 말고, 알았지? 곧 따라가마.”

딘은 고개를 끄덕인 후 샘을 이끌고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그는 데콘이 드디어 카스티엘과 대화를 할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딘은 엿듣는 데는 도사가 다 되어 있었다.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자신이 듣고 있단 걸 들키지 않고도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사이 새미는 딘의 손을 잡은 채 떼를 지어 사고현장을 돌아다니는 닭들에 감탄하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캐스, 어서 밖으로 나오렴.” 데콘이 문을 열며 상냥하게 말했다. 딘은 어깨 너머로 흘끗 시선을 던졌다. 소년은 이제 차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경찰은 그런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네 또래의 친구들을 사귀기도 해야지.”

카스티엘의 대답하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작았기에 딘은 그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 한껏 애를 써야만 했다. “애들은 비겁한걸요.”

데콘은 한숨을 내쉬고는 소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나도 몇몇 애들이 너에게 그렇게 군다는 건 안단다, 캐시. 그렇지만 딘은 괜찮은 애로 보이는데다가 새미가 너에게 비겁하게 굴 수나 있을지 모르겠는걸. 그들에게 기회를 줘보자, 알았지? 그럴 거지?”

카스티엘은 입술을 깨물고는 확신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보안관은 올려다보았으나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데콘은 그에게 미소 지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스티엘의 어깨를 짚고 딘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데콘은 딘이 엿듣는 것을 알았으나 고맙게도 그에 대해선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딘은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카스티엘을 위한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딘은 잠시 카스티엘에게 시선을 주었고 그의 얼굴에 드러난 걱정을 읽었다. 불쌍하기도 하지. 딘은 멍청한 녀석들이 어떻게 구는지 알고 있었고 캐스가 무척 작은데다가 절름발이란 이유만으로 그들이 그에게 심하게 굴었을 거란 것에 전 재산을 걸 수도 있었다. 글쎄, 딘과 함께라면 그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실 딘은 속으로 소년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스스로 결심한 상태였다. 샘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느님께 맹세코 딘 윈체스터가 그들을 돌보는 이상은 그 누구도 무력하고 작은 아이들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어서 가자, 얘들아. 너희들에게 루퍼스를 소개시켜주마.”

그들 네 명은 나란히 걸어 작업복을 입고 있는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길 위로 돌아다니는 무익한 닭 원정대를 단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 루퍼스. 애들 좀 데리고 왔다네. 즐거웠으면 해서 말이지.”

루퍼스는 코웃음을 치고는 닭들을 쫓는 일꾼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글쎄, 그 쪽 애들에게도 이게 그리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닐걸. 커널 샌더스가 와서 요놈들을 튀겨가지고 양동이에 담아준다고 해도, 아이들이 잡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그 때 딘은 좋은 생각이 났다. 적어도 즐거운 생각임은 분명했다. “저기, 아저씨. 우리가 한 번 해봐도 될까요?”

딘은 곁눈질을 했고 카스티엘의 어깨가 바짝 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딘은 이를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이 아이디어는 훌륭한 것이 분명했다.

“얘야, 네가 한 마리라도 잡기만 한다면, 네게 1달러를 주마.” 루퍼스는 재미있다는 눈치로 대답했다.

“저도요?” 카스티엘은 생기에 차서 물었다.

“물론이지, 캐스.” 나이든 흑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카스티엘의 불편한 다리를 보곤 재빨리 덧붙였다. “못 잡았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진 마렴. 이 녀석들은 미친 듯 달리는데다가 꽤나 까다롭거든.”

“알았어요!” 카스티엘은 활기차게 말했다. 남자가 한 말이 그를 쉽게 실망시킬 수도 있단 걸 전혀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딘은 약간 화가 났음에도 그걸 알아차렸다. 이따금 어른들은 아이들만큼이나 나빴다. 맞다, 그들은 캐스와 같은 이들을 놀리는 단어를 쓰거나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동정했다. 그리고 그건 거의 괴롭히는 것만큼이나 나빴다. 딘은 사람들이 그의 형편없는 가족을 볼 때마다 그들의 눈에서 질릴 정도로 동정의 기색을 읽어내곤 했다. 그게 얼마나 기분을 엿 같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언제나 그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는 새로운 친구 역시 그렇게 대하고 싶진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고 캐스가 닭을 잡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1달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후로 반시간 동안 딘과 캐스는 일꾼을 따라 닭을 쫓아다녔다. 어른들은 더 크고 더 빨랐으니 더 운이 좋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적어도 12마리의 닭들을 우리에 잡아넣는 동안 딘과 카스티엘은 여전히 빈손이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는 몇몇의 남자들이 그들을 격려해 주었고 그들은 계속 노력했다. 만약 작은 5살짜리 꼬마가 신나가지곤 닭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닭들아아아아아아!’하고 외쳐 닭들에게 겁을 주지만 않았어도 일은 더 쉬워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곧 샘은 지쳐버렸고 데콘이 그가 쉴 수 있도록 그를 데려갔다. 그는 샘을 경찰차 트렁크 위에 앉혔고 자신도 그의 옆에 기대어 소년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딘은 캐스가 불편한 다리로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놀랐으나, 그가 너무 빠르게 돌아서다가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고는 측은한 마음에 몸을 움찔했다. 딘 자신도 숨이 차고 지친 상태였다. 그들은 빨리 하나를 잡아야만 했다. 안 그러면 오늘 안으로는 잡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이봐, 캐스.” 딘이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몸을 숙이고 숨을 고르며 그를 불렀고 작은 소년은 그가 있는 곳으로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카스티엘은 자신도 그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려고 했으나, 한 쪽 무릎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는지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딘은 이를 무시했다. 쳐다보는 건 무례한 짓이었으니까.

“왜?” 카스티엘은 눈을 크게 뜬 채 물었다. 오후를 함께 보내면서 그는 딘과 같이 있는 게 더 편해진 것 같았다. 그들은 같이 웃고 즐겼기에 이제 캐스는 그를 바라보거나 말을 걸기도 했다. 소년은 그리 소심하기만 한 성격은 아니었다.

여전히 헐떡이면서 딘은 홀로 남아있는 닭 쪽으로 고갯짓했다. 그 닭은 트럭 앞에 자리한 언덕 비탈에 있었다.

“그래서?” 카스티엘은 희망찬 시선으로 닭을 보았다. 닭은 이제 바닥을 쪼아대고 있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새미가 내게 아이디어를 줬어. 내가 트럭 앞으로 뛰어다니면서 닭을 겁줄게. 그럼 닭이 갈 수 있는 방향은 뒤쪽밖에 없지. 넌 뒷문쪽에 있다가 닭이 오면 잡아. 알겠지?”

카스티엘은 미소 지었다. “알았어!”

딘은 카스티엘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가 자리를 잡은 후 딘은 최대한 빠르고 크게 소리를 내며 눈치 채지 못한 닭을 향해 달려갔다. 충분하리만치 그가 바랐던 그대로의 방향이었다. 그는 그가 생각했던 유리한 위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일꾼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딘은 그쪽으로 달려갔고, 카스티엘이 머리 위로 퍼덕거리는 닭을 잡아들어 올린 것을 보았다.

카스티엘은 만면에 자랑스러운 기색을 띠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딘을 보았을 때, 그의 크고 보통은 슬픔에 잠겨있던 눈이 눈에 띨 정도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길 위에 불편한 다리로 구부정하게 서서 우스울 정도로 큰 닭을 팔에 안고 있는 카스티엘은, 딘이 여태껏 봐왔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존재였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딘 윈체스터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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