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1일 일요일

[우리엘/카스티엘] 자정이 되기 직전



 제목: Minutes to Midnight 작가: emerald-embers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Uriel/Castiel
 등급: R



죽어가면서. 우리엘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빛이 있었고, 불길이 있었고, 끝이 있었다.


 
죽기 한 시간 전. 무엇을 해야 할는지 골똘히 생각하면서 우리엘은 손 안에서 검을 끊임없이 굴렸다.  형제자매를 개종시키는 일은 이제까지는 무척 성공적이었으나, 카스티엘의 영혼은 다른 이의 것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티 없이 맑았다. 그런 고지식함 덕으로 카스티엘의 믿음은 깊었기에 우리엘은 말을 꺼내기가 걱정되었다.
 
검은 다른 무엇보다도 강한 위협이었다. 그는 그래야 한다면 카스티엘의 생각을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바꿀 작정이었다. 그의 형제를 눌러 버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카스티엘은 싸움에 소질이 없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았지만 주변 상황은 살필 줄 몰랐다. 그는 인간의 눈에 익숙지 않았다. 그 인식 수단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카스티엘을 죽이지 않길 바랐다. 죽이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랐다. 형제를 쳐부수고 나아가기란 진저리나는 일이니, 카스티엘은 개종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 그가 누구든지 간에 그에게는 천사들에게 돌아갈 한 톨의 사랑도 없었다. 악마들은 그저 천사를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만약 윈체스터 형제를 제외한 어떤 인간이든 자기들 가운데서 낯선 존재를 붙잡는다면, 그들도 다른 점이 없을 성 싶었다.
 
천사가 가진 것이라고는 형제밖에 없었다. 그리고 루시퍼의 힘은 그들을 보호하기에 넉넉했다.
 
그는 카스티엘에게 그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거짓말이었다. 카스티엘은 우리엘의 약점이었다. 그는 그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죽기 일 주일 전. 그들이 침대에서 포개졌을 때, 카스티엘의 손가락은 그의 손가락을 감고는 안간힘을 다해 단단히 붙들었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었다.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카스티엘의 피부를 우연하게나 고의로 문지를 때마다 그의 핏줄 속을 아드레날린이나 그 비슷한 것이 치달리지 않았다면. 그는 카스티엘이 윈체스터와 함께 있더라도 똑같이 느꼈으리라는 것을 몹시 잘 알았다. 그리고 그가 이런 일을 바라야 했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믿는다면 우리엘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He knows full well Castiel will have felt the same when he's been with either Winchester, and if he's to want this, Uriel will be damned if anyone else takes it from him.) 아무 일 없이 같은 침대를 몇 주 동안 함께 쓴 후였기에 이 일은 기묘하지만 필연적이었다.
 
카스티엘은 계속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몸이 너무 가깝고 딘의 인간성에 너무 많이 감염된 나머지 더듬거릴 따름이었다. 우리엘은 한 손이 자유로웠기에 엄지손가락을 마음만 앞서서 우물거리기만 하는 입술 사이에 대고 누를 수 있었다. 카스티엘은 조용해졌다. 그의 혀는 엄지 끝에 살짝 닿아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살갗이 살갗 위에서 움직이는 소리와 절정에 도달한 카스티엘의 억눌린 부르짖음만 들렸다.





죽기 일 주일 하고도 하루 전. 카스티엘은 기사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합의했던 대로 둘 모두 인간 육신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구한 봉인과 잃어버린 봉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은 실수로 인해 지키던 봉인을 깨뜨리고 말았다고 거짓말을 할 때마다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엘에게 힘든 일이었다. 카스티엘이 임무 실패 때문에 비통해하는 것을 듣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우리엘은 언제 그가 카스티엘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주어야 할지 궁금했다. 그의 행동을 카스티엘이 이해할 수 있을는지도 궁금했다.
 
그들 둘 다 지쳐 있었다. 커피는 인간 정신에 활력을 주기에는 턱없이 연하고 묽었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카스티엘이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가 입술로 다가가 입을 맞추었을 때 그가 놀라지도 않고 반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각도에서 보니 크게 뜨인 푸른 눈은 놀랍도록 천진해 보였다. 언제 그의 형제가 이렇게 순수해졌는지, 언제 그 자신은 순수를 잃고 말았는지 그는 궁금했다. 카스티엘을 지켜 줘야 했다.
 
그는 필요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알았지만 위로의 뜻으로 카스티엘의 머리칼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천사들이 떠나기까지 아무도 들여다보거나 칸막이 안을 치우러 오지 않았다.
 


죽기 한 달 전. 그는 딘을 관찰하는 카스티엘을 지켜보았다. 그의 형제는 무엇이 자신을 그리로 이끄는지 알지 못한 채 딘 위를 떠다녔다. 카스티엘이 창조된 목적은 관찰하는 것과 싸우는 것뿐이었다. 그는 약해지는 징조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천사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인간적 특성을. 그는 자비롭고 인정이 많았다. 아니면 그렇게 되고자 했다. 그는 신이 누구인지, 무슨 존재인지 그가 갖고 있던 믿음과 엇갈리는 명령을 정당화하려고 애쓰면서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그가 받은 명령을 곰곰이 따졌다.  

카스티엘이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우리엘은 얼른 그를 침대에 눕혔다. 거기서 아침까지 둘은 쉴 수 있을 것이었다. 누가 그것을 입고 있든 인간의 몸은 피로를 느꼈다. 그래서 우리엘이 카스티엘의 신과 양말을 벗길 즈음 그의 눈은 벌써 스르르 감겼다.
 
우리엘은 그가 금세 잠이 든 모양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가 카스티엘 곁에 누웠을 때, 그는 자기 형제가 그의 얼굴에 손을 뻗어 토닥이고는 가슴 위로 살그머니 옮기는 바람에 놀라고 말았다. “나는 내 이웃을 사랑해야 하듯 딘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어.” 카스티엘이 웅얼거렸다. 목소리는 잠에 취해 부드러웠고 해야 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솔직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듯이 말이야.”

우리엘은 굳어서 눈을 가늘게 떴지만 카스티엘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버렸다. 카스티엘의 말은 그의 형제가 얼마나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그 점에 화가 났다.

카스티엘에게 사랑은 아낌없이 은혜를 베푸시는 신약의 하느님을 믿는 것과 똑같았다. 
 


죽기 영겁 전. 그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 존재했다. 사실 어떤 천사도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저... 존재한다. 그는 하느님의 뜻으로 창조되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천사에게 필요한 도구 두 개를 받았다. 천사에게 허락된 단 두 가지.

힘과 신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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