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존+카스티엘] 내 어깨 위에 앉은 천사



 제목: Angel On my Shoulder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Gen
 페어: John, Castiel
 등급: PG



트렌치 코트를 입은 작고 묘한 남자를 처음으로 보았던 날, 존은 스프링필드의 초라한 바에 있었다. 그 사내는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데다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조용한 자신감을 갖고 폭주족 무리를 뚫고 지나가자 그들은 홍해처럼 그 앞에서 갈라졌다.

존의 옆자리 바 카운터에 자리를 잡고, 그 이상한 남자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짧게 말했다. "내 이름은 카스티엘이다."

존은 결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의 아이들도.

***

다음 번은 스탠포드 캠퍼스였다. 존은 샘을 살피러 여느 때와 같이 정찰행 중이었다.

"이 쥐방울만한 개새끼야!" 카스티엘을 건물 쪽으로 세게 떼밀면서 존이 으르렁거렸다. "나는 여기 안 오기로 되어 있단 말이다! 형사가 나를 쫓는 통에 저 애 눈에 띄지 않기가 얼마나 힘든지, 니미 생각해 보기라도 했나?"

"진정해." 남자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존이 그를 딱딱한 콘크리트 벽에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지키고 있었다. "샘은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내가 누구인지도 몰라."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지." 존은 거칠게 말했으나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아니면 무슨 존재냐?"

"내가 악마일까 염려하는 거라면, 악마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건 의미가 없지. 너는 어차피 믿지 않을 테니까. 내가 도움을 주러 여기 왔다는 것만 알면 된다."

"네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존이 코웃음쳤다.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까지는.

***

세 번째로 카스티엘이 나타나자, 존은 진절머리가 나고 말았다.

"내가 실수하고 있다니 무슨 뜻이지? 너는 메리가 아자젤과 무슨 계약을 했는지 말해준 사람이 아닌가. 아자젤이 샘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 하는 것도. 이제 드디어 그 개자식을 죽일 기회를 잡았는데 날 막겠다는 건가?"

존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고 하면서, 카스티엘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돕겠다는 것뿐이야."

존은 어깨를 흔들어서 손을 뿌리쳤다. "그렇다면 아자젤을 찾는 일을 도와."

"안 된다." 카스티엘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엿이나 먹고 꺼져라." 마지막 군용 가방을 트럭에 실으면서 그가 쏘아붙였다.

"그러니까 너는 딘을 그냥 버려 두겠다는 건가? 샘이 그랬듯이?"

존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선을 기묘한 남자에게로 돌렸다. 존의 용모는 위압적이었기에, 대체로 영리한 사람들은 그가 이런 눈으로 노려보면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곤 했다. 그런데 카스티엘은 아니었다. 움찔하지도 않았다. 전율이 존의 등뼈를 타고 흘렀다. 대체 이 망할 사내는 누구지?

"그 애를 버려 두는 게 아니야! 그 애를 지키는 거다!"

카스티엘은 한숨을 쉬었다. "그건 사실은 네 희망사항일 뿐이지. 아닌가? 복수심이 이성을 압도하고 있군. 아니면 그저 아자젤을 향한 증오가 두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도 더 크다는 것인가?"

존은 주먹으로 카스티엘의 왼뺨을 세게 갈겨 그를 바닥에 눕혔다. 만족스럽게 으르렁거리고는 존은 트럭에 올라 문을 닫았다. 눈 깜빡할 사이, 카스티엘은 바로 앞에 서서 창문을 통해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존은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어떤 인간도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네가 정녕 그렇게 한다면, 너는 네가 상상도 못할 사태에 불을 댕기고 마는 거다. 네 아이들은 그로 인해 고통 받겠지. 딘이 고통 받을 거야."

평소에는 그리도 고요하던 그의 눈 속에 탄원하는 빛이 어리어 있었기에 존은 주저했다. 그의 말이 참말일까? 그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일까? 아니야. 나는 이 일을 해야만 해. 아이들을 위해서- 메리를 위해서. 카스티엘은 그저 또다른 망할 놈의 악마일 뿐이야. 잘 차려 입고 착한 척 굴면서 나를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네놈 얼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그는 차의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가면서 으르렁거렸다.

허나 그는 카스티엘을 다시 만날 인연이었다. 한 번 더.

***

문. 문으로 가야 해. 조금만 더 가면 돼. 하지만 문은 닫히고 있었다. 그는 약했다. 너무나 약하고 망가져 있었다. 지옥에서 보낸 120년의 시간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간신히 문지방을 넘고 굳은 지면을 밟자마자 그는 기운이 다 빠져서 쓰러졌다. 그러나 갑자기 힘센 두 손이 그를 일으켰다. 다시 발을 디디고 섰을 때 그는 카스티엘과 또 한 번 마주보고 있었다. 그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자기가 육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대체 어떻게-
 남자가 "딘을 도와야 해!" 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가 품었던 의문은 묻혀 버렸다. 홱 뒤를 돌아본 존은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목격했고 단숨에 아이를 죽이려 드는 노란 눈알 개자식을 향해 돌진했다.
싸움이 다 끝나고 아자젤이 죽은 후, 존은 절벽에 올라 카스티엘 곁에 서서 사랑하는 아들들이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아들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딘이 샘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애가 끊어지도록 괴로웠다. 그의 충성스러운 병사, 조그만 동료, 귀여운 아이가 그가 방금 도망쳐 나온 바로 그 악몽으로 들어갈 운명이었다.
"너는 바로 이런 파국에서 우리를 구해 내려고 노력했던 거군. 안 그런가?" 존이 속삭였다.

"그래."

"내 탓이야. 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이제 딘이 저주받았어. 내가- 내가 지옥으로 돌아가서 그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을까?"

카스티엘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너는 아무것도 되돌려 놓을 수 없다. 이제 이것은 숙명이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네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며 움직이지."

존은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딘 때문에 그가 느끼는 아픔과 두려움은 지옥에서 견디었던 그 무엇보다 컸다. 어느덧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손이 그의 어깨 위에 놓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카스티엘은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하느님은 딘에 관한 계획을 세워 두셨다. 그리고 영원한 저주는 그 안에 없지.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존.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남자의 목소리에 깃든 확신으로 인해 존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무엇을 찾았다- 희망이었다. 이 남자는 또 다른 것도 생각보다 훨씬 많이 지녔음이 틀림없었다. 그라는 존재는 생명보다 광대했으며 그 속은 존이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했던 은총과 미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는 누구지?"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주님의 천사다."

"천- 천사?" 그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천사의 존재를 믿은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깊고 푸른 눈 속에서 존은 진실을 보았다. 카스티엘은 천사였다.

"갈 시간이 되었다."

"어디로?"

"집으로. 메리가 기다리고 있다."

"메리가?" 그는 믿기지 않은 나머지 목이 메었다.

"그래, 존. 그녀는 이제껏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다."

"애들은 어떡하고?" 존은 머뭇거렸다. 그는 저 멀리 도로를 비추며 멀어지는 자동차 미등 불빛을 어깨 너머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내가 책임지게 되었다. 나는 계속 그들을 지켜볼 거야. 그들을 돌보아 주겠다."

존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애들은 네 말을 나보다는 잘 듣길 빌어."

카스티엘이 그를 빛이 비치는 쪽으로 보내었을 때 그는 천사가 마치 기도하듯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나도 그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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