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수요일

[카스티엘+딘] 치유



 제목: Healing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Gen
 페어: Castiel, Dean
 등급: PG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캐스." 딘은 그를 침대에 누이는 카스티엘에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일찍 퇴원했고 샘은 없었다. "내가 그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지금은 일단 쉬도록 해." 카스티엘이 달래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싸구려 모텔 시트를 펴고 솜이불을 딘의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그가 물러가려고 하자, 딘이 그의 손목을 아플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다. 아니, 카스티엘이 천사가 아니었다면 아팠을 것이다. "가지 마. 부탁이야... 그냥 가지 마."

"아무 데도 안 간다. 네가 잠든 동안 지켜보겠어."

딘은 흥 코웃음쳤다. "엄마가 항상 잠자리에서 해 주던 말이군. 천사들이 너를 지켜 주고 있단다. 이번엔 아마 사실이 되겠군, 응?"

"항상 사실이었다." 카스티엘이 그의 관리 대상(his charge) 옆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부드럽게 말했다.

딘은 움츠렸다. "난 믿지 않았어. 생각도 한 적 없다고- 난 믿음이 없어, 캐스." 딘은 부끄러운 듯 시인했다. "아마 그런 건 한 조각도 안 가지고 있겠지. 어떻게 아무 믿음도 없는 내가 종말을 막을 수 있단 말이야?"

카스티엘은 서글픈 미소를 띠었지만 굳은 확신을 품고 힘주어 말했다. "내가 두 사람 몫만큼 믿음을 지니고 있다."

그는 내려다보고 아직 그를 꽉 붙들고 있는 딘의 손에 주목했다. 천사는 딘에게 얼마간 위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손을 딘의 손 위에 얹었다. 위안이란 그에게 낯선 것이었다. 많은 것이 그에게는 새로웠다. 사실은 그도 그의 관리 대상만큼이나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명령을 믿어야 하고 어떤 것을 복종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아버지를 믿었으나, 대천사가 그에게 말해준 것이나 명령한 것은 과연 옳은지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들 중 한 명쯤은 우리엘처럼 반역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를 향한 믿음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 믿음과 굳건한 도움. 이것이 그가 딘에게 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는 이것으로 앞길에 닥칠 고난을 넉넉히 견딜 수 있기를 빌었다. 어차피 곧 충분한지 어떤지 알게 되겠지. 카스티엘은 생각했다.

딘은 거의 의식을 스르르 놓으려던 찰나,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말을 걸었다. "캐스? 아직 있냐?"

"그래." 천사가 안심시키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샘은 그랬거든."

카스티엘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 때문에 그가 갔든, 중요한 일일 거라 확신한다. 그는 곧 너에게로 돌아올 거야. 그 동안에는 내가 널 돌보아 주겠다."

"그 애를 영영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딘은 비통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샘을 포기하지 마라, 딘. 그가 힘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단지 그가 자신과 너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뿐이라고 믿는다. 그가 혼동을 일으키고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인생에 너를 향한 사랑보다 더 큰 동력은 없어. 이 세상이든 다음 세상이든 그런 결속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스티엘은 자기가 그 사실을 믿는다고 더 이상 자신할 수 없었다. 그는 윈체스터 형제가 특별한 어떤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장 사이좋은 가족이라도 부끄러워 할 만큼 강한 헌신을. 그러나 오늘밤에 이르기까지는 카스티엘도 자신이 형제와 맺어져 있는 결속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엘이 그를 죽이려고 들었던 바로 그때까지는. 그는 윈체스터 형제는 자기처럼 끝나지 않기를 빌었다. 형제가 서로 대립하지 않기를. 그것은 누가 이기게 되든 간에 둘 모두를 망가뜨릴 것이다. 천사는 사태가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리라고 묵묵히 서약했다. 허나 만에 하나 샘이 그가 가는 암흑의 길에서 동요하고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카스티엘은 딘이 소름끼치는 일을 하지 않도록 대신 그 일을 할 것이다. 단지 길을 잃었을 뿐인 선하고 남부럽잖은 사람을 죽이는 일로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태가 어쩔 수 없이 흐른다면 그는 딘을 위해 그렇게 할 것이다... 샘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왜냐 하면 여전히 악마의 피에 대항해 싸우고 있을 진짜 샘 윈체스터는 그렇게 해 주길 바랄 것이니까.

딘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카스티엘은 부리나케 협탁에 놓아 두었던 물컵을 집었다. 그가 컵을 딘의 입술로 가져가자 사냥꾼은 기꺼이 마셨다. 들이킬 때마다 흠칫거리는 걸로 보아, 아직 목이 졸린 후유증 때문에 삼키기가 어려운 게 분명했다. 이것은 다행히 며칠이면 나을 것이다. 타박상도 낫겠지. 딘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 싸움에 뛰어들 준비가 될 것이다. 여하튼 그건 당장 카스티엘이 신경 쓰는 바는 아니었다. 지금 그는 오로지 사냥꾼을 좀더 편히 쉴 수 있게끔 하고 싶을 뿐이었다.

딘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카스티엘은 컵을 탁자로 치웠다. 그리고는 그가 맡은 인간에게로 돌아와서 살며시 손을 딘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그는 알라스테어와 우리엘에게서 받은 타격 때문에 아직 약해져 있었으나, 딘의 아픔을 조금 줄여 줄 만한 힘은 되찾았다. 그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순간 그가 깃든 육신의 손이 빛나기 시작했다. 치유의 빛은 손가락 사이로 뻗어나와 딘의 욱신거리는 가슴으로 쏟아지고 다친 목까지 전체를 감쌌다. 잠시 후, 카스티엘은 전투가 끝나고는 처음으로 사냥꾼이 편안하게 깊은 숨을 쉬는 것을 느꼈다.

"좀 낫나?"

"으음." 딘은 웅얼거렸다. 카스티엘이 손을 거두어들이려고 하자, 딘은 그 손도 잡아... 심장께로 끌어당겼다. "그냥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싶어서야. 네가 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카스티엘은 훈훈함이 그의 내면을 달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천국의 몇몇이, 심지어 여전히 주님에게 신실한 이들조차, 어떻게 객관성을 간직하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관리 대상을 걱정하고 동정하는 마음은 가끔 위협적일 정도로 그를 휩쓸었다. 정의로운 인간이, 그간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불공평하게 계속 견뎌온 이가 지금 큰 아픔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카스티엘이 진짜 상처를 치유할 길은 아무 것도 없었다... 딘의 마음 속에 흉터를 남긴 상처를. 천사는 그에게 팔을 두르고 감춰진 날개 아래 피난시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딘 윈체스터의 끔찍한 인생에 잠시나마 휴식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는 딘의 손아귀에서 억지로 손을 빼내고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여기서 감정적이 되는 건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지금 여기서 딘은 간호를 받아야 했다. 딘에 관한 모든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면, 우선 그의 몸이 치유되어야 했다.

"아마 지금 뭘 좀 먹는 게 좋겠군. 목이 아직 쓰리겠지만 삼키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거다."

"됐어." 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병원에서 사과 소스를 곁들인 수상한 고기만 먹었다고. 최선이기는커녕 그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지경이었지. 하지만 푸딩은 좋았어. 푸딩을 준다면야 좋아."

카스티엘이 나직하게 쿡쿡 웃었다. "글쎄, 아마 내일쯤은 파이를 먹을 만큼 좋아질 거다. 길 건너편에 간이 식당이 있더군. 샘이 아침밥 때까지 안 오면, 내가 좀 사다 주지."

"너 정말 그래 줄 거냐?" 딘은 눈살을 찌푸리며 힘없이 웃었다. 카스티엘은 마주 웃어 주고는 끄덕였다. 딘이 물었다. "그러니까 정말 밤새도록 있을 거란 말이지?"

"난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지 않나."

"좋아." 딘은 말하고서 베개에 파고들면서 눈을 감았다. 이윽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만족해서 그는 나른해졌다. 다시 한 번 카스티엘은 그가 곧 잠들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침대의 빈 자리를 토닥이더니 졸리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이리 와."

천사는 머리를 갸웃했다. "뭐라고?"

딘은 눈을 뜨고 말했다. "네가 거기 앉아서 변태처럼 밤새도록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까 잠을 못 자겠다. 그냥 이리 와서 누워. 자리는 많아. 너도 잘 수 있어."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딘은 한숨을 쉬고 곁눈질을 했다. "글쎄, 자는 척은 할 수 있지 않냐. 나는 잘 수가 없다고- 네가 그냥 거기 앉아서 빤히 보기만 하면- 못 자." 그는 풀이 죽고 기진맥진한 목소리였기에, 카스티엘은 희한하기 짝이 없는 부탁이긴 해도 잠자코 따르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드러눕기 전에 딘이 덧붙였다. "임마, 당장 코트를 벗어. 코트를 입고 자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냐."

"나는 인간이 아니다." 카스티엘은 거푸 일깨웠지만, 어쨌든 타이, 구두, 트렌치 코트를 벗었다. 그는 그러는 게 적절한 행동이라는 것 정도는 이해할 만큼 인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서 그는 관리 대상의 옆자리로 기어올랐다. 딘이 옳았다. 침대가 커서 딘이 편안하게끔 두 사람 사이에 충분히 여유 공간을 둘 수 있었다.

카스티엘은 딘 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는 딘이 꿈나라로 가도록 오래 자는 척을 할 수 있었지만 실은 옛날처럼 그를 지킬 작정이었다. 그는 사냥꾼이 여전히 악몽을 꾸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많은 일을 겪었으니 오늘밤은 아마 틀림없이 악몽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필요하면 딘을 깨울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고 있을 생각이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더 이상 그를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카스티엘은 눈을 감고 자는 시늉을 했고, 얼마 후 따스한 손이 꾸물꾸물 다가와 그의 목을 베개 째로 끌어안는 것을 느꼈다. 딘은 거듭 웅얼거렸다. "여기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손을 사냥꾼 위에 얹었다. 가만히 그는 약속했다. "나는 여기 너와 함께 있다, 딘." 마음속으로 그는 덧붙였다.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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