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딘/카스티엘] 사랑은 한결같아라 (9/9)



 제목: Love Remains the Same
 작가: blackdoggie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등급: PG-13

딘은 듣고 싶지 않았다. 설교도 설명도 듣고 싶지 않았다. 오직 그의 천사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 “엿이나 드시죠 미카엘. 그는 어디 있는 겁니까?!?

“놀라지 않으라고 하긴 너무 늦었나 보군, 허?” 미카엘이 말했다. 오늘이 대천사한테 주먹을 갈겨 보는 날이구나 생각하며, 딘은 그저 그를 노려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주먹을 휘두르기 직전 흘끗 침대로 시선을 던진 그는 허물처럼 남은 환자복과, 침대 위로 늘어진 링거관과... 사슬에 달린 순은 날개를 보았다. 사냥꾼은 눈이 커다래져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펜던트를 집어 움켜쥐었다. 캐스가 떠났어. 캐스가 떠났어. 캐스가 떠났어.

“그 물건은 그가 간 곳으로는 가져갈 수 없었네.” 미카엘은 안쓰러운 듯 말했다.

그 말은 딘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을 확인해 주는 듯이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그럼 그는... 세상을 떠났군요.”

미카엘은 한숨지었다. “잠깐 동안일 뿐이야 딘, 질겁하진 말게나. 그는 돌아올 거네... 어디까지나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말이지만.”

“뭐? 무슨 소리죠? 그럼, 죽지 않았단 말입니까?” 딘은 필사적으로 물었다.

미카엘은 웃었다. “그래, 죽지 않았고말고. 넌 의사와 이야기했지 않나. 그는 무사해. 사실, 내가 즉시 와서 그에게 있었던 상처를 치유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은 무사하다는 단어도 모자라지. 몸 상태는 최상이야... 장담하겠네.”

딘은 낯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어디에- 무슨-”

“이제 여섯 달이 되었지.” 미카엘은 그 말이면 다 설명된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천사들의 행동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말상대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그는 한숨을 쉬더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천사로 사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워 딘. 카스티엘을 여기 지상에 붙박아 놓고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도 되돌릴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하느님이 보시기에 너무 잔인했네. 그래서 그분은 그를 인간으로 변하게 하기 전에 여섯 달이 지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한 차례 더 자기가 내렸던 결정을 ‘재고’할 기회를 주자고 정하셨지. 그가 정말로 남은 평생을 인간이 되어 살고 싶은지, 아니면 원래 지위로 돌아가고 싶은지 결정하도록.”

돌연 딘은 격분했다. “그리고 캐스도 알았고?!? 알았는데 내게 말하지 않은 겁니까?”

미카엘은 그가 격분해서 박차고 나가기 전에 팔을 붙들었다. “아니 딘, 그는 몰랐네. 만약 벗어날 기회가 있음을 알았다면 그는 인간의 생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테고, 충분히 알고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겠지. 오직 대천사들만 알았네.”

“하지만 그는 꿈을-”

“그래, 자네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네. 인간이 되었더라도, 그는 앞으로도 계속 다른 천사들과 공명할 거야. 무의식중에 무언가 알아차리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는 몰랐다네 딘. 카스티엘은 한 번도 자네에게 터놓고 정직하지 않은 적이 없어.”

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깐 굳었다가 미카엘을 올려다보았다. “잠깐, 우리 말을 들었다고요? 야외에서? 저기 그럼... 우릴 보기도 한 겁니까- 그 뭐랄까?”

미카엘이 껄껄 웃었다. “걱정 말게. 난 인간의 성에는 하나도 관심 없으니까.”

“그럼 이번에도 지난번이랑 같습니까? 그가 결정을 내리도록 기다려야 해요?” 딘은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

“아주 똑같지는 않아. 우선, 이번엔 자네에게도 선택권이 있네. 원하던 게 이게 맞는지 돌이켜 보아야 하는 사람은 그 혼자가 아니야. 자네는 카스티엘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어. 그리고 사실 자네가 그를 떠나기라도 한다면,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처지로 지상에 버려질 테지. 난- 난 그가 자네 사랑이 없이는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리라 생각하네. 자네는 그런 책임을 아주 오래도록 떠맡을 뜻이 있는지 마음을 정해야 하네.”

“있습니다.” 딘은 미카엘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잘라 말했다. “그는 내 사람입니다. 난 그를 원해요- 언제까지나.”

사냥꾼의 눈 속에 이글거리는 불길을 본 미카엘은 쉽게 수긍했다. “글쎄, 뭐라고 하면 될까.” 대천사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 참 안목 있군.”

천사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딘은 그를 붙잡고 세워 돌아보게 했다. “잠깐, 언제쯤이면 됩니까? 그러니까- 그를 다시 만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그가 결정을 내리는 대로 자네는 알게 될 거야. 하지만 딘,” 천사가 경고했다. “그곳은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네.”

딘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기억납니다. 느리죠.”

미카엘은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딘. 지옥이 느리지. 천국의 시간은 빨리 흐르네.”

“아.” 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금세 머리를 홱 쳐들고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잠깐만요! 그 말은 그쪽에서 한 시간이 여기서는 일주일일 수도 있다는 말이잖습니까!”

“옳아.”

“그럼, 그럼 몇 달이 걸리거나- 아니면 그보다도 더-”

“그래.” 미카엘이 조용히 대답했다. “유감이지만 오래 걸릴지도 모르네. 몇 달이 될 수도 있지.”

딘은 입술을 깨물고 까무러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의 천사가 곁에 없는 몇 달. 그의 연인이 곁에 없는 몇 달. 이윽고 그는 냉정을 되찾았다, 왜냐하면 그는 카스티엘이 자신이 그러길 바라리라는 걸 알았으니까. 한 손엔 은으로 된 날개를 단단히 쥐고서 그는 대천사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단호히 말했다. “그를 기다릴 겁니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미카엘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쓰라린 마음을 안고 천사 날개 한 쌍을 쥔 딘을 병실에 홀로 남겨 두고 사라졌다.

...................

샘과 바비에게 이 일을 설명하기란 힘들었다. 카스티엘은 딘만의 천사가 아니었다... 모두의 천사였다. 이제 그는 가버렸고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몰랐다. 게다가 그들은 막 무서운 밤을 보내고 난 다음이니, 뭐랄까, 모든 것이 그저 너무나도 쓰라렸다. 맨 처음 그들은 그가 죽고 말리라고 생각했다가, 그가 살아나서 안도했다가, 그러고 나선 면회하거나 한 번 안아 볼 기회도 없이 그는 사라졌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하느님밖에 몰랐다. 바비의 거처로 돌아가는 길은 장례 행렬 같았다. 샘과 딘은 임팔라에 탔고 트럭을 모는 바비가 뒤를 따랐다... 휴대전화로도, 차 안에서도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와이퍼가 빗물을 닦으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침묵에 싸인 채 그의 천사도 곁에 없이 오랫동안 집으로 운전해 가자니 딘의 기분은 더욱더 가라앉기만 했다. 침묵 탓에 그는 미카엘이 정말로 했던 말을 생각해 볼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 그는 천사 없이 보내는 몇 달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평생 그 없이 보내게 된다면 어쩌지? 요점은 순전히 카스티엘이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결정할는지 여부였다. 병원에서 딘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 자신했지만, 곰곰 따져 볼 시간이 생긴 지금은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들이 함께 보냈던 몇 달을 되짚어보며, 딘은 미카엘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인간으로 살기란 힘들었다... 그리고 캐스한테는 정말이지 힘들었다. 티끌 하나하나부터 온갖 것을 배우기, (카스티엘이 아직도 그 공포를 극복하려고 애쓰는 중인) 병에 걸리기, (그의 천사를 아주 놀라게 하던) 꿈꾸기- 어쩌면 너무 감당하기 버거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캐스는 언젠가는 죽을, 흠 있는 몸으로는 이제 살 만큼 살았고 진짜 날개를 돌려받고 싶을지도 모른다, 딘이 그에게 주었던 값싼 금속 조각이 아닌 진짜 날개를.

그리고 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딘은 어쩌면 그의 천사 취미도 결국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사에 관련된 온갖 물건을 모으던 집념은 어쩌면 순전히 오래된 후회와 갈망에서 우러난 것일 수도 있었다. 형제자매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왜 내가 전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 딘은 생각했다. 왜 내가 그걸 별난 습관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을까? 집이 가까워질수록 딘은 카스티엘이 몇 달 뒤에 돌아오든, 단지 작별을 고하려고 찾아오는 것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딘은 그의 천사가 인간으로 실컷 있었다고 생각하리라 확신했다. 그들이 대문 앞 계단을 터덜터덜 오르는 동안 딘은 진흙탕에 떨어진 심장을 등뒤로 질질 끌며, 혼자서만 깨달음을 간직했다. 바비와 샘도 기분이 나쁠 만큼 나빴다. 오늘밤 더 엉망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참으로 긴 밤이었다- 딘의 인생에서 최악이었다. 한숨 자고 싶었다.

그는 2층으로 갈 힘도 거의 없었지만, 한 발짝 한 발짝씩 떼어놓으며 가까스로 다 올라갔고 불을 켜면서 쓰러지듯 침실 문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 있던 형체가 깜짝 놀라더니  곧추섰다.

“딘? 어디 가 있었나? 걱정했다.” 여전히 어깨에 이불을 덮은 채인 그의 작은 천사가 침대에서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캐스!” 딘은 소리를 지르고 연인에게로 몸을 던져 그를 두 팔로 세게 얼싸안았다. “대체- 미카엘은 몇 달이 걸릴 거라고 했다고. 뭐지? 어떻게? 이런, 자기야, 너 10분 만에 결정하거나 뭐 그랬던 거야?”

카스티엘은 딘의 어깨에다 대고 코웃음을 쳤다. “10분보단 10초에 가까웠지. 더 일찍 집에 올 수도 있었지만 형제자매들에게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안부를 물어야 했다. 형제들을 다시 만나서 좋았어.”

말을 잃은 채로, 딘은 그저 안은 팔을 풀고 카스티엘의 그윽한 파란 눈을 뚫어지게 보기만 했다. 카스티엘은 그를 곁눈질하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 “딘 너 괜찮나? 꼭 까무러칠 것 같아 보이는군.”

“그게 난- 생각하길- 생각하길 네가 어쩌면-”

그의 천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리 생각할 수 있지?”

딘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자기야. 그냥, 넌 여기서 너무 힘든 나날을 보냈잖아. 게다가 저것도 있고.” 그는 천사가 가득 놓인 협탁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저것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리워서-”

카스티엘은 두 손으로 딘의 얼굴을 감싸더니 자기 눈을 들여다보도록 힘주어 붙잡았다. “내가 저것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천상에서 우리를 지켜 주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하늘에 계신, 나의, 우리의 아버지가 늘 우리를 축복하신다는 사실을. 그러면 지상에서 지내는 힘든 시간이 조금 견디기 쉬워지지. 하지만 내가 지난번에 말했지 않나 딘,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었고, 여전히 그렇고, 언제까지나 그럴 거다.”

딘은 깊게 숨을 내쉬며 그 몹쓸 놈이 총을 들고 나타났던 순간부터 팽팽히 지속되던 긴장을 벗어 버렸다. 천사에게로 몸을 기울이며 그는 둘의 이마를 맞댔다. “사랑해.” 그는 속삭였다. “미치도록 사랑해.”

“나도 널 사랑한다.” 카스티엘이 대답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미카엘이 날 휭하니 보내 버리기 전에 널 만나게 해 달라고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천사들이 하는 방식은 우리 방식과는 달라서 말이야.” 그는 낮게 킥킥 웃으며 말을 맺었다.

딘은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사냥꾼에게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확인 도장을 찍어 주는 말이었다. 캐스는 더 이상 천사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젠장, 그는 이제 자신을 천사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우리 방식이란 인간의 방식이란 뜻이었다, 캐스가 이제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본다는 뜻이었다, 그냥 날개를 잃은 천사가 아니라. 그같은 생각을 하며, 딘은 펜던트를 주머니에서 끄집어냈고 카스티엘에게 날개를 내밀려고 몸을 떼었다.

행복하게 미소지으며 카스티엘이 물었다. “아직 내 건가?”

“언제나.” 사슬을 카스티엘의 머리 뒤로 가져가며 딘은 쉰 목소리로 말했고 경건한 태도로 펜던트를 전직 천사의 가슴에 늘어뜨렸다.

“좋아.”

“네가 돌아왔다고 바비와 샘에게 말해야 해! 둘 다 엄청 좋아할 거야. 넌 상상도 못할걸, 캐스. 다들 나 못지않게 걱정했다고.”

카스티엘은 소리내어 웃고는 말했다. “아침까지 미루면 안 되나? 아마 벌써 잠들었을 거다. 게다가, 난 지금 당장은 너와 함께 하고 싶군.”

“물론이지 자기야, 네가 원한다면 뭐든지.” 딘은 카스티엘의 이마에 붙은 머리 뭉치를 하나 떼어내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윽고 천사의 눈에 반짝이는 정열을 알아챈 그는 무슨 뜻인지 모두 이해했다. “아아아, 너 나와 함께 하고 싶구나.”

“눈치 빠르군 그래, 윈체스터.”

딘은 소리내어 웃고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하기 위해 천사의 머리를 들어올리며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러고서 그는 조심스레 카스티엘을 밀어 베개를 베도록 눕히고 옷을 느리게 벗겨 나갔다. 그들은 이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카스티엘은 그의 사람이고 언제까지고 그럴 터였다. 그는 오늘밤을 어느 때보다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그는 천사와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딘은 잠들지 않은 채로 누워 평화롭게 잠든 그의 천사를- 그의 인간을 바라보았다. 은으로 된 천사 날개가 그의 가슴에서 달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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