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월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14/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등장인물: 딘/카스티엘
등급: PG-13
분량: 70,953
줄거리: 딘과 카스티엘은 어린 시절부터 딘이 카스티엘만 남겨 두고 그들의 작은 마을에서 떠나기까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10년이 흐른 지금 딘은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돌아왔다.
주의: AU

1편  13편


9년 반 전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딘은 태어나서 눈을 둔 풍경 가운데 제일 가는 광경을 보았다. 베개에 깊숙이 얼굴을 파묻은 카스티엘이 평화와 만족이 얼굴에 떠도는 한 폭의 그림처럼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그는 너무 아름다워서 딘의 가슴을 온통 아리게 만들었다. 하루가 저물도록 캐스와 함께 침대에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일어날 시간이었다. 출근할 시간이었다. 일요일이니 본래는 쉬는 날이어야 했지만 최근 딘은 지평선 바로 너머에서 그와 캐스를 기다리는 새 삶을 위해 돈을 모으려고 휴일 근무를 가능한 한 많이 잡는 중이었다. 일주일 내내 외부의 일들이 그를 기죽게 할 때마다, 그는 딱 몇 달만 지나 마침내 이 형편없는 마을에서 도망치고 나면 어떨지를 상상하기만 하면 되었다. 캐스는 학교에 다니고, 딘은 일을 해서 둘을 부양하고, 둘은 익명으로 행복하게 둘만의 작은 공간에서 살 것이었다 - 저녁밥을 태우고, 빨래를 개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레터맨 쇼를 보는- 가정의 완벽한 기쁨을 누리면서. 그건 대부분의 사람에 비하면 조촐한 꿈이었지만 지난 십 년 동안 그가 꿈꾼 것은 그게 전부였고 그 꿈은 이제 거의 혀끝에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아주 조금만 더 있으면 그들은 자유로워질 터였다. 그러니 루비며 앤셈이며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엿이나 먹으라지. 그들은 여기서 이 소굴에서 썩어가도 된다. 곧 그와 카스티엘은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갈 테니까.

“자기야,” 딘은 옆으로 돌아누워서 카스티엘의 목덜미에 살며시 코를 비비며 속삭였다. “나 일하러 간다.”

“으응,” 카스티엘은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웅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딘에게로 더 다가붙었고 머리를 들어서 남자친구가 얼굴을 목덜미에 더 잘 묻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딘은 초대에 응해서 깃털처럼 가벼운 키스를 목덜미를 따라 뿌렸다. 소곤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기운이 묻어 탁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카스티엘은 대꾸하고서 드디어 눈을 떴다. 딘을 향해 바보 같은 미소를 보내는 그의 볼에 딘은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추었다.

“으음,” 둘의 몸을 한데 겹쳐 비비면서 딘은 엉큼하게 중얼거렸다. “너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는데.”

“섹스 냄새랑 네 냄새일 텐데,” 카스티엘이 웃었다.

“음흠,” 딘은 카스티엘의 쇄골 위를 입술로 쓸면서 긍정했다.

“딘,” 카스티엘은 흡 소리를 내고는 그를 밀어냈다. “출근해야 되잖아.”

“알아, 알아,” 딘은 어깨에 대고 씩씩거렸다.

“자기가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너도,” 딘이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집 안에 있는 거다, 알았지? 내가 퇴근할 때까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그놈들이 너한테 해코지를 하게 놔두긴 싫다고.”

“알았어,” 캐스는 잠에 취해 끄덕거렸다. 딘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침대에서 굴러 내려와 샤워를 하러 갔다.

몇 분 후 뜨거운 물줄기를 머리 위에 틀어 놓은 때에 찬 바람 한 줄기를 등 뒤에서 느끼고 돌아본 그는 캐스가 몰래 살금살금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딘은 씩 웃고는 그를 끌어당겨 안았다. “어라 자기야, 한 잠 더 자는 줄 알았는데.”

카스티엘은 안으로 다가들어 뜨거운 물이 둘 위로 뿌려지는 가운데 딘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었다. “일어나는 게 더 좋아서.” 그는 만족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좋지 않아? 함께 일어나는 거 말이지.”

“끝내주지.” 딘이 동의하고서 캐스의 머리 위에 턱을 괴었다. “같이 샤워하는 것도 좋고 말이야. 이렇게라면 하루 종일 욕실에 있을 수도 있는데.”

할 일이 있었기에 몇 분 뒤 그는 마지막으로 키스를 남기고 카스티엘의 품에서 몸을 빼야 했다. 그 뒤 그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현관으로 가는 길에 토스트를 가지러 부엌에 들렀다.

안나는 벌써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탁자에 앉아 종교 잡지에서 천사 그림을 오려내는 중이었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짓고 말했다. “딘, 안녕.”

허, 좋은 날이 분명해. 아주머니께서 내 이름을 기억하시네.

“안녕하세요,” 그는 마주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카스티엘은 위층에 있어요. 곧 내려올 거고요. 제가 나가기 전에 뭘 좀 갖다 드릴까요?”

“괜찮아, 아스트리드가 곧 올 거야.” 그녀가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와, 낮에 오는 간호사 이름도 기억하시잖아. 2타수 2안타. 엄청나게 좋은 날이다. 가끔 안나가 얼마나 빨리 돌변하는지는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어느 날엔 완전히 미쳐 있다가도 다음 번엔, 차분한 상태이고 약도 먹은 때엔, 거의 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딘은 자주 캐스의 성장기가 어땠을지 의문을 품었다 - 아침을 먹으러 어머니의 가운을 입고 나타나는 존재가 누가 될지 절대로 알 길이 없는 채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은 어떠한 것일지. 물론 그건 안나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카스티엘의 잘못도 아니었는데도 대가는 카스티엘의 몫이었다. 안나는 본인의 광기 속에 숨을 수 있었고, 그게 아이에게 끼치는 어려움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 미친 여인이 얼마나 그녀의 캐스를 사랑하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아이의 이름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천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녀가 좋은 하루를 보내든 나쁜 하루를 보내든 그녀는 언제나 카스티엘에게 다정하고 상냥했고 항상 그를 찾고, 그의 주변을 맴돌고, 그를 곁에 두려 했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은 때엔, 그녀는 이따금 그가 그녀가 이름을 붙인 아들임을 잊고 진짜로 '목요일의 천사'라고 생각했다. 카스티엘은 유연하게 대처하고 그녀가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어머니를 똑같이 사랑했다. 어머니의 흠과 자신의 괴로움을 그냥 넘기고 똑같이 다정하게 보살피는 카스티엘의 능력은 딘 스스로를 부끄럽게 할 정도였다. 그는 자기 아버지를 그렇게 쉽게 용서해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안나와는 달리 존 윈체스터의 문제는 본인이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다음에 뵈어요,” 문으로 가면서 그는 토스트를 한 입 가득 입에 문 채로 중얼거렸다.

“멋진 하루를 보내길,” 그녀가 상냥하게 재잘거렸다.

그도 그럴 작정이었다.

………………………….

현재

“내 천사여,” 딘과 카스티엘이 안나와 다른 환자들 몇 명이 쉬고 있는 휴게실에 들어서자 안나는 꿈꾸듯 말을 토했다. 딘은 그녀의 인사에 곧바로 움찔했다. 그는 그녀가 그저 카스티엘을 애칭으로 부르는 거였기를, 그를 천사로 오해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런 운은 없었다. 그녀는 천사의 방문을 받았다고 생각할 때 언제나 그랬듯이 지체 없이 주님의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아멘,” 그녀는 기도를 마쳤고 딘은 카스티엘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한 시도 낭비하는 법 없이 곧바로 어머니의 곁에 앉아서 손을 잡았다. “어머니 저예요. 캐스예요.”

“당신이 누구신지 아는걸요,” 안나는 그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놀이를 한다는 투로 그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녀는 카스티엘의 까칠한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키스티엘. 목요일의 천사님, 저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셨군요.”

카스티엘이 한숨을 지었다. 딘은 무력한 기분이 되어 자신이 건넬 수 있는 단 하나의 도움인 캐스의 옆에 앉아 등에 위로하는 손을 올려 놓는 것을 행했다. 남자는 고마워하는 미소를 지으며 '뭐 어쩔 도리 있겠어?'라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한 다음 어머니에게로 다시 몸을 돌렸다.

“몸은 좀 어때요?”

“아주 좋아요,” 안나가 환하게 미소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그들이 하루 종일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거든요.”

“그들이라뇨?” 딘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상의 합창단 말이에요!”

제길. 오늘 아주머니께선 정말로 정신이 이상하군. 캐스가 안쓰러워. 딘이 생각했다. 그러나 그 때 방 안의 다른 환자들 몇 명을 쓱 둘러보자 그는 안나의 병세가 이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천사들이 노래하고 그녀에게 말을 건다고 믿었다. 그건 망상 치고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 종류였다. 그는 조현병 환자들 중 많은 수가 벌레 떼가 몸 위를 기어다닌다든지 핏줄기가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든지 하는 끔찍하고 악몽 같은 환각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다시는 건강해지지 못한다면 어쩌면 '천사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가능한 상황 중에서는 가장 나은 건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이는 카스티엘에게는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그 후 한 시간을 그가 어머니와 대화를 하려고 애쓰는 내내 그의 외투 아래 근육이 뻣뻣하게 솟아오른 것이 손에 만져졌기에 딘은 등 가운데를 끊임없이 동그랗게 문질러 주며 보냈다. 언제나 그렇듯 캐스는 참을성 있고 부드럽게 어머니를 대했고 안나는 맹목적으로 그녀의 '천사'에게 애정을 표했다. 때때로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캐스가 맥스를 보여 주었지만 안나가 기억하지 못했을 때 딘은 하마터면 자리를 떠야 할 뻔했다. 그는 흐르지 않은 눈물이 카스티엘의 눈에 글썽이는 것과 그가 급작스럽게 화제를 바꿀 때 목이 졸린 듯한 억눌린 목소리를 내는 것을 그저 견딜 수 없을 따름이었다. 딘은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카스티엘의 의자 등받이를 움켜잡아야 했다. 딘조차 감정에 무너진다면 남자는 더 힘이 들 터였다. 여기 온 것은 친구를 돕기 위해서이니, 그는 아무리 보기 괴로울지언정 안간힘을 써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엔 둘 모두 진이 빠진 상태였다.

차로 걸어가면서 딘이 부드럽게 물었다. "괜찮냐?"

“그래.” 카스티엘이 대답을 토했다. “어떤 날엔 어머니는 이러곤 하셔. 대부분은 괜찮으시지만, 그러다 또 어느 아침에 내가 뵈러 오면... 이렇지.”

“유감이야, 캐스,” 딘이 진지하게 말했다.

“고마워,” 카스티엘은 진심 어린 감사를 담아 그에게 미소지었고 딘은 따라온 게 기뻐졌다. 요즈음 캐스는 친구가 정말로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캐스는 자동차 후드에 앉았고 딘은 그 옆에 앉았다. 그는 카스티엘이 마음을 정리하고 마침내 다시 입을 여는 동안 기다렸다.

“알다시피 어머니께서 항상 이렇진 않았어. 내가 아주 어릴 적엔 어머니는 괜찮으셨어... 정상이셨지. 이러기 시작하신 건 내가 채 일곱 살이 되기 전이었는데 다음 한두 해가 지나지 않아 아주 편찮아지시더라고.”

“정말이야?” 딘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딘은 그냥 아주머니께선 언제나 지금과 같았으려니 했었다. 카스티엘은 달랐던 시절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병원 건물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조현병은 통상 20대 중후반이 되기 전엔 발병하지 않아. 더 늦는 경우도 잦고.”

딘은 굳었다. “캐스…너 그런 걸 걱정했던 거였냐? 그러지 말고 봐, 우울증이랑 그거랑은 다른 거고 넌 그런...”

“아냐, 알아,” 카스티엘은 그에게 침울한 미소를 보냈다. “내 병은 다른 종류지. 나도 알아, 걱정 마.”

딘은 카스티엘의 어깨에 한 팔을 두르고 부드럽지만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렇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것도 약물치료가 있어. 네가 아무 치료도 안 받는다고 척이 말하던데 병원에 다니면 필시-”

“난 못해 딘,” 카스티엘이 말허리를 잘랐다. “정신과는 너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

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이해는 십분 되었다. 캐스는 인생 대부분을 어머니가 정신과 외래를 다녔다 끊었다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정신과 의사에게 호감이 없을 법도 하다. 그 말 뒤로 캐스는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았기에 둘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스티엘,” 주차장 저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불렀다.

홱 돌아선 딘은 간호사 수술복 차림의 키 큰 금발 남자가 그들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뒤돌아본 카스티엘이 남자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목례하는 것을 보았다. 인삿말을 한 게 전부인 남자에게 질투라니 웃기지만, 딘의 뱃속은 질투로 조금 술렁거렸다.

“안녕하세요, 키트.” 그가 걸어오자 카스티엘이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키트? 무슨 그런 겁쟁이 같은 이름이 다 있어? 딘은 내심 코웃음이 나왔다. 딘 너 그만해. 웃기는 짓 말고. 다 자란 어른답게 굴라고.

“들어오시려고요?” 키트는 어깨를 두른 딘의 팔에 눈을 두면서 카스티엘에게 물었다.

아하! 내가 캐스랑 붙어 있는 게 싫구나. 그 말뜻은 그가 캐스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고. 즉 내가 정정당당하게 그를 싫어해도 된다는 거지... 한 가지... 한 가지 내가 카스티엘에게 그냥 친구가 되자고 약속했다는 것만 아니면. 썩을.

“아니요,” 캐스가 고개를 저었다. “나가는 길입니다. 이쪽은 딘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남자는 억지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과 악수한다는 건 딘이 카스티엘을 놔 줘야 한다는 거였고 전 남자친구의 오랜 본능은 그러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그는 바른 길을 걷기로 했다.

“저도요.” 그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옆걸음으로 캐스에게 반 치만큼 더 가까이 갔다. 카스티엘이 눈치챌 정도는 아니지만 키트가 보고 있다면 알아차리기 충분할 만큼 - 그리고 그는 제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딘의 모습에 남자가 불편하게 몸을 움직거리는 모양새를 보고 딘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키트는 어머니가 계시는 병동의 간호사야. 제스와 함께 일하지.” 카스티엘이 설명했다. 그리고는 그는 키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을 맺었다. “딘은 샘의 형이에요.”

“아 정말로요?” 키트가 물었다. 이제 그는 정말로 관심이 생긴 듯한 목소리였다. “동생 분을 몇 번 뵈었습니다. 무척 좋은 분이던데요!”

좋아, 어쩌면 키트도 완전히 못된 자식은 아닌가 보군.

“좋은 애죠.” 이제 약간 더 친근한 기분이 드는 딘이 동의했다.

“샘은 어떻게 지내요?”

“어,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내죠. 샘이랑 제스는 갓 약혼을 했어요.”

“정말?” 카스티엘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에게 얼굴을 돌렸다.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미안해,” 딘이 두말 않고 고개를 저었다. 종일토록 같이 보냈는데도 그 말을 꺼내는 건 잊어버렸다니 믿기지 않았다. 맙소사, 지난 며칠을 순전히 약혼 파티 계획을 세우는 걸로만 보냈는데도 다른 온갖 일을 거치면서 그건 완전히 마음속에서 뒷전이 되고 말았었다. 그는 사과의 뜻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카스티엘은 그 특유의 서글픈 눈빛을 그에게 던지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들은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러던 중 딘은 부러 내는 에헴 소리를 들었다. 아 그래. 키트. “그래서 오늘 어머니께선 좀 어땠어요?”

“괴상하시죠.” 카스티엘이 나직이 말했고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 키트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딘은 그들이 어릴 적에 캐스는 언제나 안나의 병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음을 기억했다. 그의 뱃속이 다시 울렁거렸지만 이번엔 질투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섰다.

그래서 딘은 캐스 대신 설명을 하러 말에 끼어들었다. “오늘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셨어요.”

“아,” 키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딘을 불편하게 하는 거짓 없는 애정이 담긴 눈으로 말했다. “유감입니다, 카스티엘.”

“뭐,” 카스티엘은 털어내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시다시피 괜히 병원에 계시는 건 아니니까요.”

키트는 동정 어린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고 셋은 거북한 침묵에 잠겼다. 안나의 병이 무거운 데다 카스티엘이 마음에 짊어진 무게까지 얹혀 분위기는 침중했고 딘은 이 분위기에서 부자연스럽지 않게 벗어날 방책을 모색했다.

“참, 제스와 샘이 일요일 오후에 약혼 파티를 저희... 샘의... 집에서 하는데요. 꼭 오세요.” 딘이 키트에게 말했다.

“좋고 말고요!” 키트가 환히 웃더니 캐스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당신도 가죠?”

망할! 딘이 생각했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괴로운 화제에서 벗어나는 것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저 남자가 캐스를 보는 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대목을 잠시 잊어버렸다. 덕분에 지금 그는 집에 키트를 초대하고 만 것이다!

“어 저는 잘-“ 카스티엘이 좀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아 맞아. 난 아직 캐스를 초대하지 않았어. 흠... 딘이 생각했다. 가만 있으면 어쩌면-

그 때 그는 붉어진 얼굴로 우물쭈물하는 카스티엘을 건너다보았고 자기 본능이 아무리 키트와 캐스를 떼어 놓으라고 외친다 할지라도, 단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카스티엘을 초대에서 빼놓을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는 카스티엘이 와 줬으면 했다. 그는 다만 키트가 오길 바라지 않을 뿐이었다. 그건 이미 너무 늦었고 말이다.

“물론 올 겁니다.” 딘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제 최소한 캐스는 딘이 자기를 초대한다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따돌림 당했다는 기분은 갖지 않겠지.

“좋아요! 거기서 봅시다!” 키트가 워낙 열렬하게 대답해서 딘은 왠지 그를 한 대 치고 싶어졌다.

키트가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딘은 캐스를 차 안으로 인도했다. 그들이 주차장에서 빠져나갈 즈음 캐스는 그를 흘끗 보며 말했다. “샘이랑 제스, 정말로 잘 됐어.”

“그래, 정말로 그렇지.” 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런데 내가 파티에 갈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 딘,” 카스티엘이 낮게 말했다.

“뭐? 왜?” 딘이 다그쳤다. 마음속 작은 부분은 캐스가 키트가 온다는 사실에 일말의 관심도 안 준다는 것에 안심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실망했다. 파티는 이 남자와 좀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낼 기회가 될 터이고 딘은 그런 기회를 한시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이 함께 있을수록 카스티엘은 딘이 신뢰할 만한 사람임을 더 빨리 깨달을 테고 마침내는... 그가 준비가 되면... 둘은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젓고 빨간 불을 응시했다. 그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냥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별로 그런 데 나서기 싫어."

“괜찮을 거야 캐스,” 딘이 그를 안심시켰다. “생각해 보라고, 새미가 약혼하는 거잖아! 그애가 널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넌 제스의 친구이기도 하고. 네가 꼭 와야지!” 그는 말 끝에 '자기야'를 붙이고픈 충동에 저항했다. 그들은 친구로 머물러야 한다. 카스티엘이 그러길 원한다고 했다. 지금은.

“새- 생각해 볼게.”

승낙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게 만들 것이었다. 일요일 파티 날까지는 카스티엘을 완전히 설득할 수 있겠다고 딘은 판단했다. 당분간은 이 문제는 접어 두어도 될 듯했다.

“야 그나저나,” 딘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화제를 바꾸었다. “키트 씨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제스 친구라고 했지?”

카스티엘은 좌회전을 해서 다시 고속도로를 타는 길로 들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둘은 대학을 같이 다녔고 그런 다음 제스가 여기 취직하는 것도 도왔다나 봐. 제스가 작년에 우리 둘을 소개시켜 줬어.”

씨발. “아 그래?”

“음음,” 상행 간선 도로로 빠지면서 캐스가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너무 불안한 티를 목소리에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딘이 조용히 물었다.

그는 카스티엘이 으쓱 무관심한 어깻짓을 하자마자 곧바로 안도했다. “두어 번 만나고 끝이었지. 괜찮은 남자였어. 그냥 내 타입이 전혀 아니었을 뿐이야.”

“어땠길래?” 꼬마 여학생처럼 들떠서 깡충깡충 뛰지 않으려고 애쓰며 딘이 물었다. 캐스는 키트가 마음에 안 든다. 캐스는 키트가 마음에 안 든다.

캐스는 코웃음을 치고는 눈을 굴렸다. “키트는 완벽해. 햇살과 무지개에 싸여서... 항상 지겹게 행복하지. 어린 시절도 행복했고, 부모님은 완벽했고, 아이비 리그를 졸업했고, 좋아하는 직장을 가졌고, 일도 곧잘 하고, 절대 기분 나쁜 법이 없고, 절대 실수하는 법도 없고, 어.”

“그거 그다지 나쁜 점은 아닌 것 같은데, 캐스.” 딘이 눈살을 찡그렸다.

“음 뭐랄까, 짜증이 나잖겠어.” 캐스가 그를 흘끗 보았다. “하다못해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날조차 없다니까. 아무도 그렇게 완벽할 수는 없는 거야. 저 양반은 보나마나 애완동물로도 유니콘을 키우실걸.”

그 말에 딘은 웃음을 터뜨렸고 카스티엘도 합세했다. “불쌍한 친구로군. 절대 기회는 없는 거구나?”

“없지.” 카스티엘이 미소를 띠며 동의했다. “아마도 난 좀 고민거리 많고 좌충우돌인 남자들이 좋은 모양이야.”

그러더니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딘이 있는 쪽으로 던졌고 딘의 심장은 몸 속에서 두근두근거렸다. 나의 캐스. 나의 캐스. 나의 캐스캐스캐스캐스캐스.

……………………………..

15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