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0일 금요일

[해리/드레이코/해리] 빠져나갈 수 없는 순간에 끼어서 (IP9)

제목: Irresistible Poison
작가: Rhysenn
링크: http://www.noiresensus.com/bookshelf/harrypotter/irrisistiblepoison09alt.html
창작일: 2002/3/1
등장인물: 해리, 드레이코
등급: PG-13
줄거리: 상자가 그 때처럼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가의 말: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약 제 9장의 다른 엔딩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약 제 9장을 꼭 먼저 읽어 주세요.
(둘이 조금 더 많이 살을 맞대는) 9장의 다른 엔딩입니다: 상자가 그 때처럼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빠져나갈 수 없는 순간에 끼어서


흡사 영원과도 같은 시간 동안에 그들은 조용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드레이코의 떨리는 손가락이 해리의 손가락 사이에서 스르르 빠져나갔다.

마침내, 지팡이의 떨림이 완전히 끝이 났고 잠잠해졌다. 드레이코가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 뚜껑을 열고 나한테서 내려와도 돼."

해리는 안도감에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때가 됐군." 그는 팔꿈치로 상자 뚜껑을 밀어 열 수 있도록 드레이코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그는 상자에서 나갈 수 있게 되어 얼마쯤은 기뼜다- 올라타 있다는 것이 어색해서, 신체적으로 긴장한 건 아니지만 견디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잠시만- 이 뚜껑, 이게-

"이제 내려와도 돼." 드레이코는 다시 말했다. 좀 기진맥진한 목소리였다. "어서 가."

"그게 안 돼." 해리가 말했다. 그는 뚜껑을 등으로 더 세게 밀려고 애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젠장, 뚜껑이 끼었어!"

"어라." 드레이코는 멍하니 말했다. "좋지 않은데."

드레이코는 썩 내키지 않는다는 태도로 해리에게 얽혀 있는 다리를 꿈지럭꿈지럭 빼내고는 발로 상자를 찔렀다. 거세게 위쪽을 두들기자 겨우 뚜껑 끄트머리 쪽이 트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자 덮개는 매우 몹시 꽉 끼어 있었다.

드레이코는 낮은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 "좋아, 갇힌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겠어. 상자 안 공기가 바닥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누군가가 와서 구해 주기만을 기대하면서 고래고래 소리쳐 볼 수 있겠군."

"그래서 우리가 이 꼴로 있는 걸 찾아내라고?" 해리가 의심스럽게 대꾸했다. "미쳤냐? 안 돼." 그는 절망한 나머지 신음 소리를 냈다. "너와 함께 상자에 들어간다는 게 나쁜 생각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해리의 목소리는 다소 자포자기한 기색이었기에, 드레이코는 그가 밀실 공포증이 좀 있나 보다 짐작했다.

"이렇게 해 보자." 드레이코가 제안했다. "내 왼팔에서 몸을 치워 봐. 그러면 내가 손가락으로 안쪽에서 뚜껑을 샅샅이 훑어보고 열 수 있을 거야."

" 안 될 걸." 해리가 성마르게 투덜거렸다. "나는 뚜껑 가장자리를 만져 봤어- 안쪽에서 붙잡을 만한 손잡이는 하나도 없어. 그저 매끄럽게 꽉 끼었어. 그 뿐이야." 그는 좀 나은 자세로 각도를 바꾸려고 잠깐 말을 멈추었다. "아니야, 더 좋은 생각이 났어- 오래된 비책이지."

"뭔데?" 드레이코가 물었다.

"그냥 무진장 세게 미는 것." 해리가 대답했다.

"위로 밀자는 얘기야... 아니면 아래로 밀자는 거야?" 놀리는 듯 드레이코가 순진한 태도로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곧바로 해리는 드레이코의 갈비뼈를 푹 찔렀다. "으윽! 아프다고."

"입 다물어라, 말포이." 해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해리는 손과 무릎 양쪽 다 상자 바닥을 평행하게 짚고 있었기에 더 나은 수단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힘을 끌어모으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기나긴 공백이 기대감 어린 침묵으로 가득 차서 흘러갔다.

"좋아, 이제 뚜껑을 밀기 시작해도 돼." 드레이코가 결국 조급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벌써 그러고 있어." 툴툴거리는 해리의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꿈쩍도 안 하네."

"아." 드레이코는 좀 잘난 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흠, 뭐 어쨌든 그런 거야말로 그리핀도르식 계획의 트레이드마크 아니겠어."

" 무슨 뜻이냐?" 해리가 뿌루퉁하게 말했다. "적어도 나는 우리 둘을 여기서 빼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넌 거기 누워서 거만하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있을 뿐이잖아.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상자에서 빠져나가서 가능한 한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야 돼. 취침 시간이 다 되어 가니 사람들은 우리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할 테고 찾아 나서겠지. 그리고 결국엔 이 안에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런다면-"

"포터." 드레이코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뭐?" 해리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는 이제 발뒤꿈치로 상자를 쿵쿵 두들겨서 열어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난 그저 네가 알아주길 바라- 순전히 상자에서 나가기 위해서 이런다는 걸 말이야." 드레이코는 진지하게 말했다.

해리는 당혹해서 눈을 깜빡였다. "뭐를-"

드레이코는 머리를 들어올리고, 열렬한 입맞춤으로 해리의 입술을 점령함으로써 말을 잘라 버렸다- 그의 손은 해리의 허리 쪽으로 미끄러지고, 등을 넘어,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해리의 머리를 붙잡았다. 드레이코는 눈을 감고 해리에게 깊게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이 둘 사이를 녹여 감에 따라 그의 몸은 위쪽으로 기울어졌고 해리의 몸을 누르며 완전히 겹쳐졌다.

드 레이코는 오랫동안 해리의 몸이 굳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드레이코는 해리의 입술이 몹시 주저하면서 그에게 부딪쳐 오는 것을 느꼈다. 해리의 입술은 그의 입술과 떨어질락 말락 닿아 있었지만, 여하튼 아직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다. 드레이코의 손은 해리의 등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교묘하게 해리의 티셔츠를 벗겨 내고서 그의 손가락은 살며시 해리의 맨살을 쓸었다. 드레이코는 그의 몸 위에 자리하고 있던 해리의 몸을 쾌감의 급류가 부지불식간에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서 갑작스레, 드레이코는 그의 오른손을 옮겨서 아무 경고 없이 해리의 지퍼를 확 내리고 손을 해리의 청바지 안으로 쑤셔 넣었다.

해리는 목구멍이 죄어와 숨 막힌 소리를 뱉고 반사적으로 뒤로 맹렬하게 물러났다. 그의 등은 상자가 열려 버릴 만큼 세찬 힘으로 뚜껑에 충돌했다. 창고에 단 하나 있는 먼지투성이 창유리로 은빛 월광이 흘러들어오자 어둠이 달아났다.

해리는 똑바로 몸을 일으켰다. 숨이 가빴다. 상자 뚜껑이 빠져서 날아갔다는 것도 드레이코의 손이 아직 그의 청바지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도 모두 믿을 수 없어서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그는 너무 멍멍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잠시간 드레이코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얼마 후 제정신이 들자, 해리는 상자에서 뛰쳐나와 괴롭고 겁에 질린 기색으로 비틀비틀 몇 발짝 물러났다.

“너 무슨 망할 짓을 한 거냐?” 해리가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은 불타는 듯 달아올라 있었다.

“상자에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지.” 드레이코는 자기도 숨이 좀 찼지만 평온하게 대꾸했다. 그는 어깨를 살짝 으쓱거렸다. “보다시피 성공했잖아.”

“그렇지만 넌- 넌 손을 찔러 넣었잖냐, 내-” 해리는 여전히 드레이코를 거칠게 노려보면서 침을 튀길 듯한 기세로 말했다. “그리고 나한테 입을 맞추었고, 거기다가-”

“결과에 따라 수단은 정당화되는 법이야, 포터.” 드레이코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우아하게 상자에서 빠져 나와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그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무엇보다 우리가 상자에서 나왔다는 게 중요하지. 안 그래?”

해리는 기분이 상해서 드레이코를 쏘아보았다. "비열하게 구는군, 말포이."

드레이코는 억누르지 못하고 빙글빙글 웃었다. "누가 공정하게 굴고 싶어한대?"

"으윽." 해리는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다. "아직도 나는 네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믿어, 포터.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면, 현실일 수밖에." 드레이코가 능글맞게 히죽거렸다.

"그렇지만 네가-" 해리는 입술 밖으로 말을 뱉는 게 어려운 것 같았다. 입술은 아직 드레이코가 바로 전에 입맞추었던 열기가 남아 따스하고 아렸다. "내 말은, 네가- 네가-"

"아, 왜 그냥 크게 말하지 못하는데, 포터?" 드레이코가 눈을 굴렸다. "내가 손을 네 청바지에 집어넣었고, 실로 너는 어마어마하고 훌륭하게 반응했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나저나, 네 바지 지퍼 아직 열려 있어."

해리는 어쩔 줄 몰라 외마디 소리를 내고 허둥지둥 청바지를 잠갔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탓에 지퍼가 천에 물려서 반만 올라간 채 걸려 버렸다.

드레이코는 눈살을 찌푸리고 흥미롭게 해리를 구경했다. “도와 줘?”

“아니!” 해리는 뒤로 물러나면서 얼른 대답했다. “됐어, 괜찮아. 이건 내 손으로 어떻게든 바로잡을 수 있어. 고마워.”

“그래, 무척 동감해. 너야 능히 네 물건을 잘 잡을 수 있겠지.” 드레이코는 해리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짐짓 해리의 청바지에 눈길을 주면서 의미심장하게 윙크했다. 해리는 거의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다.

“어, 음...” 해리는 마침내 청바지를 다 여미고, 무척 불편한 기색으로 주춤주춤 문으로 다가갔다. “나는 어, 누가 들어오기 전에 가야겠어.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러니까, 방에 들어오기 전에. 아, 신경 쓰지 마라.” 해리는 새빨간색으로 달아올랐다. “난 정말 가야 돼.”

드레이코는 킬킬 웃었다. “그래, 포터- 무언가가 들어오고 절정으로 간다고. 잘 해봐.”

“으읍.” 부리나케 문을 열면서 해리는 숨이 막힌 목소리로 끄륵거렸다. “어쨌든, 나중에 보자.”

드레이코는 해리가 방 밖으로 사라지는(어쩌면 사실상 달아나는) 걸 보며 빙긋 웃었다. 그는 해리가 바지에 손을 넣은 것에 그렇게 볼 만하게 반응하리라고는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다. 말로든 다른 짓으로든- 그가 한 일 때문에 나중에 해리가 그토록 빨개지리라고는 예기치 못했다. 참으로 끝내주게 재미있었다.

창고의 밖에서, 해리는 살며시 문을 닫기는 했지만 손잡이에서 차마 손을 뗄 수 없었다. 해리는 문에 등을 기댔다. 복도에는 횃불로 인해 일렁거리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제기랄, 당장 찬물로 좀 씻어야겠어." 해리는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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