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토요일

[딘/캐스/딘] 이심전심



 제목: Unspoken
 작가: blackdoggy1
 구분: 번역
 장르: Slash
 페어: Dean/Castiel
 등급: PG




"너... 사랑이 뭔지 아냐?" 딘이 머뭇거리면서 물었다.

카스티엘은 괴상하다는 눈초리로 그를 보고 나서 대답했다. "당연하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그분의 아이들을 사랑하시지. 나도 아버지의 아이들을 사랑해."

딘은 한숨지었다. "아니, 내 말뜻은 그게 아니야. 천상의 광명과 나팔 소리와 신의 사랑과 그런 유를 얘기한 게 아니었다고. 그러니까 내 말은- 나도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좌절하면서 돌아섰다. 무의미했다. 도대체 이런 말을 왜 꺼냈지?

"내가 인간의 사랑을 이해하는지 묻는 건가?" 카스티엘이 물었다.

"맞아. 그게 내가 하려던 질문인 것 같은데."

"왜?"

딘은 돌아서서 그의 천사를 마주 보았고, 그가 여느 때처럼 호기심이 깃든 기묘한 눈초리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시선을 받을 때마다 그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뭐라고?"

"왜 그런 걸 묻지?"

"그건- 내가- 내가, 그냥 궁금해서." 그가 말을 더듬었다. 난처한 데다 그답지 않게 쑥스러워서, 그는 천사에게서 등을 돌리고 고물 집적소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는 카스티엘의 눈길이 여전히 영혼을 꿰뚫을 듯이 그를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초조해져서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 지저분한 악마 떼거리라도 나타나서 카스티엘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몽땅 잊어버리고 왜 질문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면 딱 좋겠는데. 어떻게 솔직히 대답하겠어? '왜냐하면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같고, 그래서 너도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야' 절대 이렇게 대놓고는 말 못해.

"그러고 있다."

딘은 빙글 돌았다. "뭐? 방금 뭐라고 했냐?"

"인간의 사랑을 알고 있다고 말했지." 카스티엘이 낯을 찌푸렸다. "내가 뭐라고 말했다고 생각했나?"

"어, 아무것도 아니야." 딘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천사가 그의 마음속을 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그러고 있다'는 말이 그가 입 밖에 내지 못한(unspoken) 질문의 대답이 아니라는 데에 실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서는 보일 듯 말 듯 웃었다. "너는 이해하나?"

"뭐? 물론 그렇고 말고. 나는 인간이라고." 딘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그렇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도 있나?"

딘은 뭐라고 대답할지 결정하려고 애쓰면서 오랫동안 천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떠 보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질문일까? 카스티엘은 어딘가 엇나간 유머 감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아마 그는 딘이 바람둥이 짓을 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한편, 천사는 조금도 모질지 않았고, 딘의 심경과 최근 닥쳐오는 문젯거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캐스가 심술궂은 말을 해서 그를 골나게 하려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냥 천사다운 호기심이거나, 어쩌면 뭐가 더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렴 어때, 그는 몸을 사리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 딘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카스티엘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위험을 거지반 각오하고서.

하지만 카스티엘은 단지 사람 좋게 웃고는 끄덕거리면서 말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이해하고 있겠군."

그러고서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서 먼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니면 다른 천사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언제나 확언하기 어려웠다. 그가 무얼 하는 것이든 간에 대화는 끝난 것 같았다. 좌절스러웠지만 딘은 캐스가 갑작스럽게 마음 속에 다른 것이나, 다른 갈 곳을 떠올리는 바람에 그들이 일분 전에 이야기하고 있던 것은 죄다 잊어버리곤 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밤은 달랐고, 이 대화는 달랐다. 딘은 오늘 말을 꺼내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 용기를 그러모았기에 대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이 카스티엘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죽어도 터놓고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주 조금만 더 접근해 보기로 결심했다. "캐스? 내가 사랑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왜 물었냐?"

카스티엘은 고개를 딘에게로 돌렸지만 여전히 눈길은 지난 몇 분 동안 보고 있던 지평선의 어느 한 점에 고정하고 있었다. 대체 그 바깥에 뭐 얼마나 좋은 게 있길래 그리 정신을 빼앗겨 있는 거지? "왜냐하면 나는 네가 정말로 그 감정을 경험해 보았는지 몰랐기 때문이야. 사랑이 무엇인지를 진정 이해하려면 반드시 네가 직접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너는 사랑이 뭔지 어떻게 아는데?" 딘이 상을 찡그렸다.

카스티엘의 눈이 마침내 그의 눈과 마주쳤다. 한동안 그들 사이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러다 마침내 카스티엘이 침묵을 깼다. "왜냐하면 나도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사는 딘이 좀 아까 실어 보냈던 바로 그런 도전을 눈빛 속에 담은 채 말했다. 그는 딘이 묻기를, 딘이 무엇인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딘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는 바라고 있던 바로 그 말을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천사가 그에게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분명 몰랐을 것과 마찬가지로.

둘은 상대방을 응시하면서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로 마음을 깨달았기에 누구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 두려웠기에 누구도 더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도록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서서, 바라보면서, 말없이... 샘이 차를 몰고 그들을 찾아오는 바람에 그 시간이 끝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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