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9일 토요일

[딘/카스티엘] 카스티엘의 별 (10/17)


제목: Castiel's Star
작가: blackdoggy1
역자: meia (http://cafe.naver.com/mishacollins/6404)
페어링: 딘/카스티엘
등급: PG-13
주의: AU

1편  9편




현재

카스티엘이 딘을 뒤에 남겨두고 문을 닫자, 딘은 창문으로 몸을 숙이며 창턱에 팔을 기댄 채 잠시 동안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카스티엘은 그저 핸들 위에 얹힌 자신의 손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딘은 말할 무언가를 생각해내기 위해 애썼으나(이번 단 한 번만이라도 옳은 말을 했으면), 떠오르는 건 없었다. 카스티엘이 초조한 듯 입술을 자근거리는 걸 보고, 딘은 지금은 그냥 그를 보내줘야 한다는 걸 알아챘다.

“나중에 봐.” 그는 마침내 그렇게 말하고는 차에서 비켜섰다.

카스티엘은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채로, 고개만 끄덕이곤 차를 몰아 사라져버렸다.

“으으음.” 그는 불만스런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 앞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 한 마디의 말도 생각해낼 수가 없는 마당에, 대체 어떻게 캐스와의 일을 해결하겠단 걸까? 세 번인가 네 번 정도의 기회가 있었건만, 그 때마다 그는 기회를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뭐하자는 짓이지? 보통 캐스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건 그에게 있어 쉬운 일이었지만, 요즈음의 카스티엘은 의심과 상처에 물든 채, 그를 보려고 들지 않았다.

딘은 더러운 현관문 쪽과 방치된 마당을 얼마간 살펴보다가, 이내 어쩌면 좀 더 실용적인 방식으로 카스티엘을 도와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캐스는 대화하길 원하지 않았고, 딘은 제대로 된 말을 떠올릴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카스티엘에게 보여줄 다른 방법도 존재했다. 손을 내밀고 희망을 잃지 않은 채, 그들 사이의 거짓말이 만들어낸 틈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그는 폰을 꺼내 들고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잘 모르겠는데.” 척이 미심쩍다는 듯 말했다. “이래도 카스티엘이 괜찮아할 것 같아?”

“아니.” 딘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인정했다. “그래도 페인트칠은 멈추지 마. 카스티엘이 화내도, 감당은 내가 다 할 테니까.”

“만약 카스티엘이 화내지 않는다면, 다시 신용을 얻게 될 거고?” 샘은 히죽 웃으면서, 잔디 깎던 것을 멈추고 쿨러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내들었다.

딘은 그를 향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바로 그거야.”

“이봐.” 척은 집의 번지수를 칠하는 걸 마치고는 파이프를 내려놓았다. 집 전체를 칠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자신이 할 수 있었다면 했겠지만, 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왜 모든 뒤치다꺼리는 나하고 샘이 하는 건데? 넌 심지어 땀도 안 났잖아!”

“야, 난 이 집 전체를 청소하느라 바빴거든! 엉망진창인데다가, 빨래거리도 산더미였다고!” 딘은 방어적으로 되받아쳤다.

“정말?” 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안이 그 정도로 엉망이란 말야?”

딘은 어깨를 으쓱했다. “2층은 그렇더라고. 카스티엘의 방이랑 욕실, 여분의 방, 사무실 정도. 너도 알잖아, 사람들이 볼 일이 없는 그런 것들로 말이야.”

“그거 전혀 카스티엘 답지 않은데.” 더 어린 윈체스터가 지적했다.

“그래, 나도 알아.”

척 역시 휴식에 동참했고, 샘은 그에게 맥주를 건네주었다. 고개를 저으며 그가 말했다. “있지, 나 얼마 동안은 카스티엘이 아픈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육체적으로나 뭐 그런 식으로 말이지. 언제나 피곤해 보였거든... 무얼 할 힘도 없는 것처럼, 침대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듯 보이더라고. 근데 엘렌이 말하길 두 번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두 명이 다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주요우울장애라나.”

“데콘이 죽은 뒤로?” 딘은 그를 향해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그래.” 척이 확언했다. “처음 며칠간은, 한 마디도 꺼내질 않았어. 진짜야. 단. 한. 마디도. 안 하더라니까. 구급대원들은 그를 병원에 데려가고 싶어했고... 카스티엘이 정신적으로 좀 망가졌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엘렌이 그러도록-”

“잠깐... 구급대원이라고?” 딘이 소리쳤다. “구급대원이 필요할 정도였단 말야?”

“뭐?” 척은 그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아냐. 내 말은 그러니까 - 오오오오오오 -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거구나, 너?”

“당연히 모르지!” 딘은 그렇게 말하곤 샘에게 시선을 주었다. 샘은 우울하게 자신의 발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너에게 말해주고 싶진 않은데. 들으면 화만 날-”

“젠장, 척, 무슨 일이었냐니까!”

척은 잠시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이내 도움을 바라며 샘을 보았다. 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척은 한숨을 내쉬며 딘에게로 시선을 돌리곤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데콘이 죽을 때, 캐스도 거기에 있었어. 엘렌은 쇼핑을 하러 나갔고 캐스는 데콘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줬지. 데콘이 며칠 동안 몸이 안 좋았었거든. 내 말은, 그 누구도 데콘이 그런 식으로 아픈 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거지. 그냥 감기나 걸린 줄 알았던 거야.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거지. 그래서 캐스가 그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둘은 부엌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음, 너도 알겠지만... 쾅. 엄청난 심장마비가 온 거야. 그리고 나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911에 전화한 건 캐스였어. 응급요원들이 도착했을 땐 데콘은 이미 죽은 후였고, 캐스는 그의 옆에 앉은 채 그의 손을 잡고 그저... 떨고 있었지.”

“맙소사.” 딘은 목이 메어 간신히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카스티엘이 그곳에 있었다고 말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겁에 질린 채 혼자 남아, 데콘을 살리려고 애쓰면서- 아, 맙소사. 그렇게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데콘은 언제나 카스티엘의 무지막지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진정시켜주는 존재였다. 딘이 떠났을 때도 데콘은 여전히 그곳에 있어주었다- 위로가 되어주고, 그를 지탱해주면서, 그를 보살펴주는 존재로서 말이다. 보안관이 그렇게 갑자기 죽은 건 정말로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더 괴로운 일은 캐스가 그곳에 앉아 그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그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거라는 거였다. 망가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척이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충격을 좀 받고는,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아무것도 안 했지... 며칠 동안 시체나 다름없었다고. 우린 계속해서 카스티엘을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지만, 엘렌이 버티고 서선 그를 혼자 내버려두라고 했어.”

“애나 때문에 카스티엘이 병원치료를 받지 않았으면 한 거야, 척.” 샘이 지적했다. “트라우마에 대해 얘기해볼까. 전 생애를 제정신이 아닌데다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엄마를 두고 살다가 이젠 친구들이 그 취급을 하려 드는데 좋을 리가 없잖아?”

“우린 도우려고 했을 뿐이야.” 척이 주장했다.

“나도 알아.” 샘이 동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렌 말이 맞는 건 사실이야. 그 때 당시의 그에겐, 그건 최악의 방법이나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잘 모르겠어.” 척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던 것 같아? 걘 이제 은둔자나 다름없다고. 가게에 나오는 것조차 놀라울 지경이야. 이젠 걔가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라니까.”

“괜찮을 거야. 카스티엘은 괜찮을 거라고.” 딘은 확신을 갖고 선언했다. 척은 의심스러워 보였고, 그것은 딘을 좀 화나게 만들었다. 카스티엘에 대해서 좀 더 확신을 가져도 되잖아, 젠장. “이봐, 내가 돌려놓을 거야, 알겠어? 내가 돌볼 거라고.”

“딘-” 샘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니!” 딘은 그의 말을 잘라냈다. “봐봐, 샘. 나도 내가 그동안 이곳에 없었단 건 알지만, 지금은 바로 여기에 있으니까 내가 카스티엘을 돌볼 거야. 모두 다 괜찮을 거라고!”

“얼마나 오랫동안?” 척이 단호하게 물었다.

“뭐?” 딘은 미간을 좁혔다.

척은 고개를 젓고는 딘을 향해 좌절이 깃든 시선을 보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을 거냐고. 훌쩍 마을을 떠나 10년 동안 사라져있었던 주제에 이제 와서 그를 낫게 만들고는 뭐, 다시 떠나기라도 할 거야? 글쎄, 말이 되는 소릴 하시지 그래!”

“맙소사, 척.” 샘은 주춤거렸다. “좀 진정해.”

“진정하라고? 장난해?” 샘은 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샘, 넌 여기에 있었잖아. 네 형이 떠났을 때 카스티엘이 어땠는지 다 봐놓고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걔가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난 카스티엘을 떠났던 게 아냐!” 딘은 펄쩍 뛰어올라 척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건 네가 알 바 아니라고.”

“카스티엘은 내 친구야, 딘... 너를 만나기 전부터 걔와 나는 친구였다고. 그러니, 그래, 당연히 나도 상관이 있지.” 척은 물러나길 거부하면서 고집스럽게 대답했다.

딘은 시선을 피했다. 좋아, 맞는 말이긴 하군. 딘이 그를 만나고 오랜 시간 뒤에 그를 떠나기 전부터, 척은 언제나 카스티엘의 충실한 친구였었다. 이제 그는 캐스를 걱정하면서 딘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딘은 입술을 깨물고는 회유하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난 많은 실수를 저질렀었지. 하지만 신께 맹세컨대, 다시는 그를 버려두지 않을 거야.”

“글쎄, 그러는 게 좋을걸.” 척이 명백하게 말했다. “이젠 뒤를 봐줄 데콘도 더 이상은 없으니까.”





+





그 날 오후, 일단 집을 정리하고 마당까지 가꾸고 나자, 딘은 다운타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러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을 포장해왔다. 척의 말에 의하면, 카스티엘은 보통 5시쯤에 가게 일을 끝내고, 직원들이 저녁에 문을 닫고 가도록 한다고 했다. 딘은 캐스가 집에 올 때까진 모든 걸 완벽하게 끝내놓고 싶었다.

6시까지 15분가량 남은 상황에서, 딘은 테이블 세팅을 마치고 저녁을 준비해 놓았으며, 심지어는 스모키 로빈슨(캐스가 가장 좋아하는)의 노래까지 틀어놓았다. 그는 빛을 줄이고 촛불이라도 켜놓을까 잠깐 생각해봤지만, 그랬다간 진심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신 무슨 유혹하는 꼴이라도 될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물론 카스티엘과 같이 자고 싶긴 했지만, 그보다는 카스티엘이 행복해지고 원하는 걸 이루는 쪽을 더 원하고 있었다.

딘은 지난 며칠 동안 180도 바뀐 자신이 이상하기만 했다. 갑자기 신경을 쏟는 모든 게 누군가가 뭘 필요로 하는지, 그 누군가가 원하는 게 뭔지에 관한 거라니. 지난 몇 년 간 그는 이리저리 옮기는 생활을 해왔고, 그 누구에게도 그렇게까지 신경 쓰진 않았다. 그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해왔던 것이다. 직업을 관두고, 사람들을 떠나고, 돈을 써대고, 옮기고, 또 옮기고- 신경 쓰는 거라곤 자기 자신의 생존과 안위뿐이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자기중심적이고 무책임한 녀석이 된 건진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자신이 그런 존재였다는 건만 알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허나 또한 깨달은 게 있다면, 그는 지금 이곳에 돌아온 상태고 비록 둘 사이엔 긴장감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카스티엘이 그 안의 좋은 부분을 이끌어낸다는 것이었다. 딘은 언제나 카스티엘과 샘이 있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낫게 느껴지곤 했다. 그들이 주변에 있으면 자신만을 위한 본능은 제쳐두고, 목적을 가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저 한낮에 술 마시러 가는 건 너무 이른 일일까 생각하거나, 뭔 일을 저질러서 도망치기 전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인 척 하는 게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 고민하는 것 대신, 그들을 보호하고, 사랑하고, 맹목적으로 그들을 위할 수가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딘은 옛날의 자기 자신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발로 딛고 선, 진짜 남자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그가 마침내 위험을 감수하고 이곳으로 돌아와, 자기 자신의 과거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마주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팸이 맞았던 걸 수도 있었다. 어쩌면 카스티엘이 결국은 그를 구원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당분간은, 카스티엘을 위한 구원이 딘의 최상위 목표였다.

머스탱이 멈추는 소리가 들리자, 딘은 욕실로 가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샤워를 한 뒤, 모든 힘든 일이 끝난 후 샘이 가져다 준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있었다. 딘은 카스티엘을 위해서, 그리고 그 자신을 위해서라도 모든 게 완벽하길 원했다.

현관문으로 돌아가는 사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캐스가 약간 망설이면서 그를 불렀다. “딘?”

“곧 갈게.” 딘은 현관 쪽으로 나가면서 환한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카스티엘은 잠시 동안 크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이 들어온 길가를 가리켜보였다. “이거 다 네가 한 거야?”

딘은 약간 어깨를 으쓱하고선 시인했다. “샘과 척이 도와줬어.”

“그리고 넌-” 캐스는 잠시 말을 멈추곤 식당 쪽을 들여다봤고, 저녁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딘이 그럴 수 있을까 싶었던 게 무색하게도, 그의 눈은 훨씬 더 커져버렸다. “저녁도 만든 거야?”

“음, 주문했지.” 딘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빨래랑 위층청소는 내가 혼자서 했어.”

캐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빨래를 했다고?”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런 일들이 선을 넘은 일이 아닌, 그래도 되는 일이길 바랐다. 그 전에는 생각해보질 못했지만, 그들의 지금 관계로 보아 너무 개인적인 일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카스티엘이 부끄러워하면서도 고마운 듯 웃고는 조용히 “고마워.”라고 말하자, 그의 공포는 싹 사라졌다.

딘은 얼굴을 붉히며 간단히 대답했다. “뭘 이 정도 갖고.”

그들은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딘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어, 들어와, 식사하자고!”

“잘 됐다. 배고팠거든.” 카스티엘은 그렇게 말하곤 딘의 안내를 따라 테이블로 향했다.





13년 전

8시 30분쯤 딘은 농장에 도착했다. 그는 늦게까지 일하고는, 캐스의 집에 들르기 전에 먼저 집에 가서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춘기 이래부터 서로를 알아왔어도, 그는 언제나 카스티엘에게 좋게 보이길 원했다. 허나 약속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 지난 후였기에, 카스티엘은 늦었다고 화를 낼 게 분명했다. 딘은 그가 졸업을 위한 연설을 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카스티엘은 자신이 졸업생 대표로 뽑히고 몇 주 안에 졸업식에서 연설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냥 마지막 시험 망치고 캐시 롸이트가 졸업생 대표가 되게 내버려둘걸.” 서성거리면서 두 손을 꼭 쥐고 말하는 것에, 딘은 침대에 늘어지게 누운 채 캐스의 타고난 귀여움에 대해 씩 웃어보였다.

“걱정 마, babe. 괜찮을 거야. 내가 도와줄 테니까.” 딘은 보장하듯 말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오늘밤 준비하기로 했던 약속을 이미 한 시간이나 늦은 후였다. 그는 캐스가 이해해주길 바랐다.

딘이 현관문을 향해 두 걸음 정도 내딛었을 때, 칸막이 문이 열리며 그를 반겨왔다. 허나 나온 이는 캐스가 아닌, 데콘이었다. 그리고 그는 걱정스럽게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들어오렴, 딘.”

심장이 뛰는 속도가 약간 빨라졌다. “왜 그러세요? 캐스는 어디 있고요?”

보안관은 그저 고개만 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위층 자기 방에 있단다. 괜찮은 것 같긴 하다만은.”

“괜찮은 것 같다고요?” 딘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무슨 일 있어요?”

“직접 듣는 게 나을 거다.” 데콘이 대답했고, 딘은 그의 목소리에 담긴 슬픔과 체념을 눈치 챘다.

딘은 데콘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고, 엘렌이 그와 똑같이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는 위층 카스티엘의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노크도 하지 않고 안으로 벌컥 들어가 물었다. “캐스, 무슨 일이야?”

카스티엘은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무슨 일이냐니?”

딘은 얼어붙었다. 캐스는 괜찮아보였다. 모든 게 괜찮아보였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오.” 카스티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데콘이랑 얘기했구나.”

아하! 모든 게 안 괜찮았구만! 딘은 문을 닫고는 팔짱을 낀 채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별일 아냐.” 카스티엘이 덧붙였다. 그러나 짜증과 방어적인 기색이 어린 어조와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이곤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보아, 딘은 이것이 큰일이며 자신이 이걸 좋아하진 못할 거란 걸 알아챘다.

“캐스, 대체 뭐가 별일이 아니란 건데?” 딘이 캐물었다.

“데콘이-”

“데콘이 말하길 너한테 직접 듣는 게 나을 거랬어. 그러니, 말해봐.”

“우리, 으흠-” 카스티엘은 잠시 망설이다가 두려운 듯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드라이브 좀 하는 게 어때?”

그러나 딘은 그 작전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드라이브를 하게 된다면, 그들은 웨이크로스에 있는 나무들 아래 차를 세우고 서로에게 들러붙을 게 뻔했다. 그러면 딘은 질문이 뭐였는지도 잊어버릴 터였다. 둘이서 노닥거릴 때면, 딘은 자신의 이름 외엔 모든 걸 잊어버리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카스티엘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딘에게 무슨 일인지 얘기해주지 않으려는 수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기 전까지는 안 돼.” 딘은 단호하게 말했다.

캐스는 입술을 깨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딘은 그를 향해 허튼수작 말라는 ‘난 널 꿰고 있거든’이란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보였다. “잠시 대학진학을 미루기로 했어.”

“뭐?” 딘은 소리를 내질렀다. “안 돼, 안 된다고! 너-”

“넌 내 아빠도 아니잖아!” 캐스가 발끈 화를 냈다. “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딘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10까지 셌다. 그리고는, 화를 죽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Baby, 나도 네가 지금 당장은 나랑 같이 가지 못해서 실망했단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스티엘은 휙 돌아서선 그를 노려보았다. “이건 너 때문이 아냐.”

그러나 딘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캐시, 제발.”

그의 남자친구는 부끄러운 듯한 시선을 내보였다. “좋아, 어쩌면 어느 정도는 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난 그저... 그저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야.”

“오오오오오.” 딘은 숨을 내뱉었다. 이건 딘이 듣길 원하던 말이 아니었다. 사실, 이건 제일 듣기 싫은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어디로 튈지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애나는 최근 들어 병원에서 나와 있는 상태였다. 약을 먹으면 안정이 가능했고, 병원에서 수도 없이 많은 자립훈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그녀를 돌봐주고 그녀를 위해 일해 줄 사람만 구한다면, 그녀가 혼자서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맥스가 믿음직하게도 그녀를 위해 마을 반대쪽 끝에 그녀가 살 2층짜리 작고 괜찮은 집을 구해주었고, 재활원에 그녀를 등록시켜주었으며, 심지어는 가정부도 구해다주었다.

이건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딘은 애나가 단 한 번이라도 약 먹는 걸 잊어버린다면 얼마나 미칠 수 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맙소사, 그녀는 실수로 그녀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을 죽일 뻔 하기도 했었다. 어땠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정신이 나가면 꽤나 보기 고통스러울 지경이었으니까. 특히나 캐스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는 이미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자신의 엄마가 미친 것을 봐왔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의 드라마틱한 상황 속에 빠져, 그녀를 돌봐줄 필요가 있단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그건 유익한 생각은 못되었다.

“주말에 와서 보면 되잖아!” 잠시 후 딘이 되받아쳤다.

“안 돼, 젠장,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캐스는 그렇게 주장하면서, 이젠 허튼수작 말라는 ‘넌 날 다 아는 게 아냐’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내 엄마야! 난 그녀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대학은 좀 기다릴 수도 있는 거잖아.”

“여름방학 내내 같이 있을 거면서 뭘 그래!”

“그녀는 5년 동안 병원에 있었어, 딘! 그리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에게 필요한 건 스스로 살 수 있을 때까지 잠시 동안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라고!” 카스티엘이 소리쳤다. “고작 1년일 뿐이잖아!”

“1년? 고작 1년이라고? 캐스, 넌 대학에 가야 돼! 네 가족 때문에 이렇게 그냥 네 모든 계획과 미래를 내던질 순 없는 거라고!”

“너도 그랬잖아!” 카스티엘이 너무도 절망스럽고 상처 입은 듯 비난하는 목소리로 내지른 외침에 딘은 그만 움찔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똑같은 경우가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새미는 그저 아이일 뿐이야!” 딘은 그 점을 지적해냈다. 그는 여기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 모든 희망과 전망을 내버리기엔, 캐스는 너무 똑똑하고 너무 특별했다.

“그리고 우리 엄마도 샘만큼이나 무력할 뿐이라고!”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캐스. 넌 여기서 썩게 될 거라고. 애나는 샘과 달리 자라지도 않을-”

“난 그녀랑 같이 살 거고, 더 이상은 내 마음을 바꾸지도 않을 거야!” 카스티엘은 이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딘은 데콘과 엘렌이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이런 일들이 닥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소리 좀 지르는 건 예상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잠깐... 방금 같이 살 거라고 한 거야? 같이 살 거라고?

“그녀랑 같이 살 거란 말야?” 딘은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마지막으로 그가 그랬을 때, 그는 거의 죽을 뻔 했었다. 불에 타서 죽을 뻔 했었다고.

“그녀는 내가 필요해! 그녀는 내 엄마라고!” 카스티엘이 소리쳤다. “이건 이해해줘야 될 거 아냐!”

딘은 이제 분노에 차있었지만, 그 분노가 공포에서부터 비롯되었단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카스티엘 때문에 두려웠다. 정신 나간 엄마랑 같이 살면서 그녀를 돌보는 건, 아직 어린 카스티엘에겐 끔찍한 결과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니, 이미 일어난 지 오래였다. 카스티엘은 Ole Miss에 가야만 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누구라도... 그리고 그는 그걸 원했다. 딘은 자신이 얼마나 이걸 원했는지 알고 있었다.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생애 단 한 번이라도 주변에 맞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딘은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좋아, 그래... 캐스와 시간을 보내는 걸 포기하긴 했고, 그건 미치도록 가슴 아픈 일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캐스를 정말로 포기하려는 의도 따윈 없었다. 그저 잠시 동안만 장거리 연애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후엔, 딘도 그와 함께 살 수 있을 것이고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 터였다. 카스티엘만이 딘이 계획한 유일한 미래였다. 그는 지금까지 쭉 육체노동자로 살아왔고, 그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캐스는 아니었다. 캐스는 그 자신을 위해 더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었다.

딘의 남자친구가 말하고 있는 거라곤, 학문의 길을 포기하고, 교육 받길 포기하고, 이 마을에서 받아온 끝없는 괴롭힘에서 자유가 될 기회를 포기한단 거였다. 게다가 애나까지 있었다. 신께서 그녀를 굽어보셨으면. 애나와 같이 사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미 그걸 증명해냈고, 딘은 그 끔찍한 오후에 대해선 다신 생각도 하기 싫었다. 이건 딘이 감내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비명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이 이어졌다. 엘렌이 조용히 노크하곤 데콘과 둘이서 잠시 나갔다오겠다고 했을 때야, 둘은 침묵에 잠겼다.

카스티엘은 목소리를 다잡으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리고 현관문이 닫히기 무섭게 전쟁은 다시 시작됐다. 반시간 동안 다투고 났더니 목이 쉴 지경이었지만, 딘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계획했던 대로, 그가 원했던 대로 카스티엘이 대학에 간다고 하기 전까진 물러서지 않을 터였다.

문제는 그 다음 일어난 일이 그게 아니란 것이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딘에게 그가 그날 밤 그의 동정을 잃게 된다고 했다면, 딘은 아마 그 사람을 비웃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몇 주 동안이나 캐스에게 애걸했지만, 진척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건 솔직히 좀 화나는 일이었다. 이 마을에서 동정인 사람이라곤(캐스 빼고) 아마 자신이 유일할 테니까. 젠장, 심지어는 척마저도 동정이 아니었다.

딘에게 기회가 없단 뜻은 아니었다. 그는 잘생겼고, 그와 캐스가 함께란 걸 다른 아이들이 모르는 이상, 그에게 대쉬해 온 여자는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고, 그건 때때로 다른 남자가 대쉬해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캐스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직 캐스만이 그의 동정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준비될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으며 자꾸만 딘을 밀어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거라곤 수많은 좌절과 차가운 샤워뿐이었다. 그는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려 했지만, 상황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었고, 그건 특히나 둘이서 보낼 시간이 점점 짧아지자 더욱 그러했다.

그는 그의 남자친구가 대학을 위해 떠나기 전에, 적어도 그들이 느끼는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소망했다(기도하고, 바라고, 꿈에 그리고, 간청했다). 특히 이 날 저녁이 점차 추악하고, 그들이 했던 그 어느 것보다도 끔찍한 상황이 된 이래로는 더욱더.

그리고 그 때, 바로 그 일이 일어나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둘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다가...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 후 손으로 더듬고 애무하고, 열기를 품은 속삭임들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갑작스레(딘은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앞으로도 절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둘은 벌거벗고 있었다.



11편

댓글 없음:

댓글 쓰기